한국 샅바 씨름, 세계무대 선다
- 혼과 예절이 담긴 민족 고유의 씨름. 태권도와 함께 국제대회 개최
예절을 중시하고 폭력적이지 않으며, 상대가 넘어지면 일으켜 주는 한국의 샅바씨름이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쓰나미'처럼 확산되고 있다. 태권도가 이미 국제적인 사랑을 받고 있듯이 우리 민족 고유의 씨름도 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끝없는 노력으로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뒤에는 자신을 희생해 가며 씨름의 세계화를 위해 일하고 있는 세계씨름연맹 윤명식 총재가 있다. 오는 10월 ‘2010 서울 월드컵씨름대회’ 개최로 더욱 힘찬 비상을 준비 중인 윤 총재를 만나 그가 말하는 씨름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 편집자 주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씨름계는 잃어버린 10년의 세월을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안타깝게 지나버린 세월을 꼭 되찾고, 민족의 혼과 예절이 담긴 씨름을 우리 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로 바꾸겠습니다.”
세계화세계씨름연맹 윤명식 총재는 최근 ‘프런티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씨름사랑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애정을 과시했다.
윤 총재가 씨름을 좋아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모교인 진주상고 씨름부 선수들이 전국 규모의 각종 씨름대회에 출전, 여러 차례 우승을 하며 명예를 드높이는 것을 본 이후부터이다.
그는 “1983년부터 1995년까지 민속무대에서 최욱진, 황영호, 김칠규 등 많은 동문들이 각 체급에서 수차례씩 장사에 등극하는 등 큰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씨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습니다. 특히 1998년부터 한국씨름연맹이 주최하는 민속대회의 스폰서(감투상시상)를 하면서부터 더 많은 애정을 갖게 됐습니다.
부산씨름협회장을 맡고부터 최근 6년 동안은 사업을 전폐 했고, 2008년 세계씨름연맹 창설 이후에는 오직 씨름의 세계화를 위해 글로벌 스포츠 외교활동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윤 총재가 말하는 씨름은 일본의 스모나 러시아의 삼보와는 또 다른 한민족의 민속스포츠이기 전에 한국의 전통문화이다. 그는 씨름 이식전파 사업을 위해 세계 4대륙을 돌면서 연수회 개최 등을 하고 있고, 올해 안에 씨름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는 사비를 들여가며 지난해에 이어 세계 4대륙 40여 개국에 씨름 샅바 1천여 개를 지원했고, 계속해서 각종 샅바와 훈련타이즈 등을 아프리카·유럽 등 각국에 지원해 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은 국내에서 씨름의 인기가 시들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윤 총재는 “먼저 프로씨름대회가 없어진 탓으로 볼 수 있습니다.
83년부터 97년까지 우리 씨름은 대단한 인기종목이었는데 갑자기 IMF가 오면서 씨름단을 운영하던 모기업들이 많이 도산 됐습니다.
씨름단이 하나둘씩 해체되면서 2000년 들어서부터는 파벌싸움도 잦았고, 또 씨름이 그 동안 국제스포츠 종목이 아니고 국내 민속경기에 불과했던 이유도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 “프로대회가 개최되려면 최소한 6팀 이상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국내에서 프로팀은 현대삼호중공업 씨름단과 에너라이프 씨름단 2팀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광역시·도 등을 연고로 하고 민영기업이 인수하도록 하는 예를 들면, 삼성-서울 같은 지역연고제 팀이 하루 빨리 출범되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 직속 법인 한국씨름연맹과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인 대한씨름협회가 합심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민속씨름이 내부적으로만 살아난다면 우리 씨름은 국내 전성기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더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씨름연맹에서는 올해 세계 32개국에 15명의 씨름 지도자를 파견해 씨름기술 강습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세계 각 대륙별로 각종 국제씨름대회가 예정돼 있고, 특히 오는 10월 25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제1회 씨름월드컵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윤 총재는 “이번 씨름월드컵대회는 제1회 천하장사 대회와 같은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되고, 그렇게 되면 씨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자연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월드컵 대회가 끝나면 월드컵 꿈나무들도 늘어날 것입니다. 세계씨름대회 등에서 우승한 선수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대우를 해 주면 나중에는 자녀들이 씨름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들이 만류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도자들도 씨름의 세계화에 대한 확신을 가져 씨름 선수들이 육성하도록 하는데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씨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현재 세계 40여 개국에서 우리 씨름을 배우고 있고 수많은 국가에서 씨름지도자(사범) 파견과 씨름샅바 지원 요청을 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으로는 역부족이며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한국의 전통스포츠인 씨름을 세계에 보급하는 일은 태권도나 김치가 가진 브랜드 이미지 못지않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한국씨름의 세계화를 촉진 시켜 줄 것과 유네스코가 권장하는 세계전통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급하는 일과 함께 씨름의 세계화를 전폭적으로 밀어 줄 것 등을 당부했다.

세계씨름연맹은?
세계씨름연맹은 씨름의 세계화를 모색하기 위해 이만기, 이봉걸, 이준희 등 씨름1세대들이 주축이 돼 지난 2008년 9월 창설된 단체이다.
2008년 부산 세계 사회체육대회 기간 중 전통스포츠 경기종목인 씨름대회를 개최하면서 당시 대회에 참가한 국가 대표들의 만장일치로 탄생됐으며, 아시아·아프리카·유럽 등 30개 이상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씨름연맹은 지난해 4월 국제레슬링연맹(FILA)에 가입한 뒤 같은 해 9월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에 가입했다.
이후 유럽·리투아니아 국제씨름대회 개최, 세계씨름선수권대회 개최 등과 함께 국제 지도자 파견 강습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씨름 채택 추진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프런티어타임스 최정숙 정치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