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친박계를 돌아본다
- 해묵은 갈등에 적(?) 들에게만 이득이 가는 것은 아닌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계획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의 반대로 당장 입법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견도 있고 정당과 계파의 공통된 입장이 있기 마련인데 일반적으로 여당은 정부의 정책에 찬성하고 이 정책추진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야당은 이를 반대 또는 견제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 집권여당 한나라당은 세종시 논란을 계기로 친이-친박간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며 내부적 혼란이 거의 분당수준까지 이른 것 같기도 하다.
이 와중에 야당은 국민들에게 존재감도 보여주지 못한 채 여당의 친이-친박대결을 넋 놓고 보고 있는 관전자의 태도와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뭐, 솔직히 내부분란에 휩싸인 여당은 물론 정부여당의 견제와 반대 목소리를 내온 야당도 제 역할을 못하긴 마찬가지 같다.
그럼,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친위대를 자처하며 돌출되는 정치현안들에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는 친박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선, 박 전 대표는 4.19혁명으로 발생한 국정과 사회의 혼란에 무능한 민주당 정권을 타도한 5.16 군사혁명을 계기로 18년간을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비판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를 위해 산업화의 단초를 마련한 걸출한 영웅이다.
또한 공주처럼 보이는 박 전 대표는 북한 테러리스트의 습격에 모친을 여의고 중앙정보부장에게 부친을 잃은 뒤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정계에 입문해 정치 지도자로서 뿌리를 내렸다.
더욱이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못다 이룬 부친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하는 그녀가 있기에 보수우익의 재집권이 가능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물론 박 전 대통령 흠모 분위기가 여전한 대구경북은 물론 사회적인 보수세력에겐 사실 여신같은 존재다.
소위 '차떼기'로 비난받던 이회창 총재시기 정치자금 비리로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재건한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특히 노무현 정권에선 여당에 맞서 연전연승을 거두면서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녀와 측근들의 노력이 있었으나 자신이 재건한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졌고 당시 경쟁자였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여전히 냉각돼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견해다.
현직 대통령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는 여당 전직당수이자 현 집권세력과 손을 잡지 않고 여당 내 경쟁자를 물리치며 대권행보를 준비하는 것이 박 전대표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대중 인지도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여야를 막론하고 그녀에 대적할 만한 실력을 갖춘 인물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그녀는 가장 막강한 차기 대권 주자군에 오른다.
그럼, 그녀의 추종세력인 친박계는 과연 어떤 조직인가? 친박계란 용어가 언론보도에 나온 배경을 살펴보면 YS-DJ-JP의 3김 계보가 탈색되며 새 지도자들이 등장한 뒤 정계는 주류-비주류-반대파로 구분됐는데 이후 노 정권이후엔 친-반-중립 성향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를 놓고 보면 친박-반박, 대통령을 놓고는 친이-반이로 구분이 가능한데 '친박은 반이이고 친이는 반박'이란 고착화된 등식을 통해 양 계파 갈등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정치에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보스에 대한 배반은 정치적인 죽음을 의미하는 만큼 친박계의 충성도는 강하다. 이를 반증하듯 대구경북을 비롯해 보수성향이 다분한 곳에선 그녀와 같이 찍은 사진으로 충분한 효과를 내고 친박이란 이름 값도 상당한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과연 차기 대선을 거치며 수권조직으로 변신이 가능할지는 의심이 든다. 일각에선 여전히 박근혜 이미지 덕을 보기 위해, 자신의 색깔을 죽인 채 한 자리만 차지하려는 야심을 가진 사람들만 많다면서 기회주의로 똘똘 뭉친 집단은 아닌지 비판을 가하는 이들도 있다.
친박계 좌장으로 활약해온 김무성 의원이 최근 세종시 절충안을 내면서 박 전 대표와 친박계 내부에서 공격받고 있다. '좌장은 없었다', '생각이 다르면 친박 아니다'란 참기 힘든 비난을 감수하고 김 의원이 왜 절박한 심정으로 절충안을 내놨는지 생각을 다시 해봤으면 한다.
현직 대통령과 정부에 맞서 여권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와 추종세력이 노리는 목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국가-국민-국익을 놓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정치공학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는지. 성숙한 정치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나 승자독식을 벗어난 상생의 원리는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적용돼야 할 것이다. 혹시, 분열이 적(?)들에 득이 될 것인지 생각 안 하는지….
<프런티어타임스 송현섭 편집국장 21cshs@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