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최근 대북정책 변화와 시사점"
- 국회입버보사처발행,'이슈와 논점'
1.들어가며:
프랑스는 현재 리투아니아와 함께 EU 회원국 가운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을 인정하지 않고, 한국전쟁 이후 북한과 외교관계를 갖지 않는 유일한 국가이다.
프랑스의 이러한 대북한 외교정책은 영국ㆍ이탈리아(2000. 12), 독일(2001. 2)에 이어 유럽연합(EU)이 2001년 5월 북한과 수교한 이후 정기적인 정치대화를 지속해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프랑스는 2009년 11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프랑스가 기여할 수 있는 사항들을 제안하고, 또한 북한 핵문제의 진전 필요성과 남북한 관계 그리고 북한인권문제 등을 고려하면서 프랑스와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황들을 탐색할 목적으로 대북특사를 파견하였다.
동 특사가 임무를 마치고 파리로 돌아와서 2009년 12월 16일 프랑스 하원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프랑스와 북한의 외교관계 수립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중요한 보고를 하게 되었다.
이에 본 보고서에서는 프랑스 대북 특사의 활동 개요와 주요 제안사항들을 살펴 본 뒤, 이 시점에서 프랑스가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을 검토하고 있는 사정이 우리의 남북한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한 노력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2. 대북특사의 주요활동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수교문제를 타진해보기 위해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대북특사로 임명된 쟈끄 랑(Jack Lang) 특사는 올해 나이 71세로 법학교수 출신의 정치인이다.
대북특사로서의 그의 임무수행은 2단계로 이루어졌다. 제1단계로는 평양을 방문하기에 앞서 북한문제에 관련이 있는 국가들의 고위급 인사들, 즉 일본 외무부장관, 대한민국의 대통령, 외교통상부장관, 통일부장관, 스타인버그(Steinberg) 미국무부장관, UN 관리들, 중국의 고위층과 러시아의 라브로프(Lavrov) 외무장관을 만났다.
제2단계 임무수행은 3명의 프랑스 외교관을 대동하여 5일 동안 북한을 방문하였다.
랑(Lang) 특사는 북한 당국자들과의 외교적인 대화는 “장시간 솔직하고, 정중하게 그리고 일체의 금기사항이나 제한 없이 이루어졌다.”고 언급하였고, 면담대상자들로는 특별히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의장, 북한외무상과 외무부상들을 소개하였다.
랑(Lang) 특사는 또한 자신이 대북특사로 가게 된 결정은 “기존의 상황에 변화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다.”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그가 의미하는 변화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가 기존의 상황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근거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스티븐 보스워스(Stephen Bosworth) 대북특사의 방북, 그리고 원쟈바오 중국총리의 북한 방문을 꼽았다.
랑(Lang) 특사는 먼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북한방문이 북한이 억류한 두 명의 기자들을 귀환시키기 위한 분명한 목적을 띤 것이기는 하지만 그가 북한지도층과 다른 주제들(autres sujets)에 관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미국의 스티븐 보스워스(Stephen Bosworth) 대북특사가 평양에 사흘간 머물렀는데 이 기간동안 북한 인사들과 주요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북한 당국자들은 프랑스 특사 일행을 향해 ‘엄숙한 선언(Déclarations solennelles)’의 형식을 빌어서 두 가지의 ‘특별한 행동’(gestes spéciaux)을 나타내 보이고자 했다. 첫 번째 선언은 핵물질 확산과 탄도미사일 이전에 관한 것으로서 북한 당국자들은 자신들은 이러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두 번째는 북한인권상황에 관한 것으로서 북한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모든 논의를 중단하였으나 재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프랑스 외무성은 북한당국의 발언을 근거로 모종의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되었다.
3. 랑 대북특사의 제안사항
랑(Lang) 특사는 개인자격(à titre personnel)임을 전제로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몇 가지 의미있는 제안을 하였다.
첫째, 동북아집단안전보장체제의 수립이다. 그에 따르면 추후 언젠가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조약이 체결되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 일본, 한국, 중국 그리고 북한을 보호할 수 있는 집단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외교관, 정치지도자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은 모든 당사국들이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안전 보장을 담보할 수 있는 평화수립 방안을 상상해내는 일에 ‘모든 지혜를 동원해야 할 것(devraient se creuser la cervelle)’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확대이다. 프랑스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인류애 차원에서 비정부기구와 UN 산하기구들을 지원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현재 3개 NGO가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당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원조는 실질적이긴 하지만 액수는 적은 편인데 이는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이나 유니세프(UNICEF)와 같은 UN 산하기구에 대한 원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에 대한 원조는 비정기적일 뿐만 아니라 북한과 주변국들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에서는 장기간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북한주민들을 위해서는 이런 일들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증언하였다.
셋째, 프랑스와 북한간의 단계적인 외교관계 수립이다. 랑(Lang) 특사는 북한관련 당사국들의 지도층 인사들과 언론이 프랑스의 최근 대북 움직임에 대해 일부 계층의 의문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프랑스 주재 5개국(한ㆍ미ㆍ중ㆍ일ㆍ러) 대사들은 프랑스가 인도주의적 영역과 문화ㆍ언어ㆍ농업 기타 영역을 담당하는 상주협력기구를 평양에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랑(Lang) 특사는 프랑스의 기업인들로부터 북한에 관심있는 사업계획들 특히 항공산업분야, 관광분야, 보건 및 농업분야 등에서의 계획을 보고받고는 매우 흥미롭고 진전된 것들로 평가하였다.
자신이 비록 북한 당국자들을 만나 프랑스 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하지는 않았으나 프랑스가 북한에 존재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고려하여 프랑스 정부는 파리 주재 북한대표부에 동 기구를 북한에 설치하는 제안을 보낸 바 있고, 현재는 북한측으로부터 회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넷째, 프랑스의 대북한 관계개선에 대한 한국국민과 정부의 지지확보를 위해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주장하였다.
랑(Lang) 특사는 한국인들이 자신의 대북특사 임명에 의문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자신은 이와 관련해서 한국인들을 충분히 안심시켜 드리고자 노력하였고, 특히 장시간 면담했던 한국의 대통령, 외교통상부장관, 통일부장관 그리고 여러 지도층 인사들이 프랑스가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증언하였다.
여기서 랑(Lang) 특사는 프랑스가 한국인들의 ‘국민기억(mémoire nationale)’에 속하는 외규장각 도서를 한국 측에 반환할 것을 개인 자격으로 주장한다고 발언하였다.
미테랑 대통령이 이미 검토한 바 있고, 사르코지 현 대통령은 반대하지 않는 사안으로서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은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고, 모든 한국인들의 마음에 감동을 안겨 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4. 시사점
프랑스가 대북특사 파견을 통해 북한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시도하는 최근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전망과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북핵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안보문제에 EU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09년 12월 “리스본 조약”이 발효되면서 EU는 대통령직에 해당하는 ‘유럽이사회 상임의장’과 EU의 외교정책 수행을 위한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직을 신설하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EU의 안보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영국과 함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온 프랑스가 북한과의 정식 외교관계를 맺게 된다면 북핵문제에 대한 EU의 역할 또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안보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EU의 역할 증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북ㆍ미와 북ㆍ일간의 외교관계 수립이 예상보다 앞당겨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북한과 정식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는 프랑스, 미국, 일본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북한이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되면 미국과 일본만 남게 된다. 한편 일본은 이미 올해 말까지 북ㆍ일 관계 정상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또한 이 같은 외교관계의 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외교환경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우방국들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한ㆍ프랑스 간의 주요 외교현안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프랑스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 맥락에서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와의 갈등현안에 대한 진일보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 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서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 등과 같은 한ㆍ불간의 외교현안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한 차원 높은 한ㆍ불 협력관계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회 정치행정조사실 외교안보팀
팀장 김 영 일(정치학박사)
-입법조사관 유 웅 조 (정치학박사)
(788-4551, wyoukr@nars.go.kr
<이슈와 논점|제23호|2010년 2월 10일|발행처 국회입법조사처|발행인 임종훈|www.nar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