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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12-19 21: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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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행정안전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정구역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민의 의사는 무시되고 지방의회의 의결로써만 진행되는 행정구역 개편작업은 우리 헌법 이념과 지방자치제의 본질에 반하며, 현행 지방자치법 및 주민투표법의 입법태도를 무시하는 것이다.

사실, 어제, 12월 18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한국지방자치법학회 정기총회 겸 총회가 있었다. 학술대회 주제는 "행정구역개편과 지방자치의 실질화를 위한 법적 과제"였다. 물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논의도 있었지만, 가장 중심적 논의는 행정구역개편 문제였다.

그 중에서도 행안부의 기초지방자치단체 통폐합 문제 즉, 근래 보도된 통폐합 사례에서 과연 주민투표 없이 지방의회 의결만으로, 정부주도로 진행되는 통폐합절차가 과연 법적으로 타당하냐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었다.

발표자도, 정부도, 법학자들 조차도 관련법규정의 해석에 있어, 너무 정부의 일방적 추진을 뒷받침하는 듯한 해석을 내놓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주민투표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나의 의견을 제시했고,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는 것은 위법임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찬반 의견이 있었다. 이에 여기서 그에 관한 입장을 정리하여 밝히고자 한다. 어느 모로 보든 기초단체 통폐합은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미사여구(美辭麗句)로써 글을 이어가기는 쟁점이 너무나 법리해석 및 분석적이기에, 건조하더라도 곧바로 법리적 판단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첫째, '통폐합 후속 지원특별법안'을 근거로 지방의회 의결로써 진행한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으나, 동 특별법안은 아직 계류중이므로 이를 근거로 주민투표를 생략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위헌.위법적 조치이므로, 본 검토대상에서 논외로 한다.

둘째, 그렇다면, 현행법 하에서 해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인바, 우리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고 있으나, 헌법이 인정하는 '지방자치제의 제도적 보장'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존속보장(存續保障)을 본질적 내용 중 하나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기초단체의 통폐합은 곧 하나의 새로운 준(準)광역형 지자체가 생기기는 하나, 기존의 기초단체는 소멸되는 것이므로, 그것은 존속보장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헌법상의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침해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하여는 당해 소명되는, 즉 통폐합 대상인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수렴이 필수적이다. 이 점까지는 모두 동의하는 사항이다.

셋째, 그렇다면 의견수렴은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옳은가. 과연 지방의회의 의결로써만 종결될 수 있는가 아니면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는가. 이에 관한 현행 지방자치법 및 주민투표법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법
제4조(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

①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은 종전과 같이 하고, 명칭과 구역을 바꾸거나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에는 법률로 정하되, 시·군 및 자치구의 관할 구역 경계변경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② 제1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 또는 그 명칭이나 구역을 변경할 때에는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이하 "지방의회"라 한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주민투표법」 제8조에 따라 주민투표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4조 (주민투표)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하여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②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 그 밖에 투표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주민투표법
제7조(주민투표의 대상)

①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음 각호의 사항은 이를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
1. 법령에 위반되거나 재판중인 사항
2.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
3.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회계·계약 및 재산관리에 관한 사항과 지방세·사용료·수수료·분담금 등 각종 공과금의 부과 또는 감면에 관한 사항

4. 행정기구의 설치·변경에 관한 사항과 공무원의 인사·정원 등 신분과 보수에 관한 사항
5. 다른 법률에 의하여 주민대표가 직접 의사결정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공공시설의 설치에 관한 사항. 다만, 제9조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방의회가 주민투표의 실시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6. 동일한 사항(그 사항과 취지가 동일한 경우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주민투표가 실시된 후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항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
①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폐치)·분합(분합) 또는 구역변경,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미리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②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공표하여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 이내에 그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③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 결과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④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주민투표에 관하여는 제7조, 제16조, 제24조제1항·제5항·제6항, 제25조 및 제26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적어도 정부 내부에서조차 주민투표의 적용법조가 어느 것인지에 대하여도 통일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발표자는 주민투표법 제7조로써 풀고 있는 반면, 정부측 입장은 행안부 작성의 '통폐합절차 단계표'를 보니 동법 제8조를 적용법조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어느 학자는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도 했다. 이처럼 법리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정부의 일방통행식 통폐합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폐치분합의 문제는 주민투표법의 어느 조문의 적용대상인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법 제14조제1항은 "주요결정사항 등"이라 하여, 전형적 주민투표인 주민투표법 제7조("주요결정사항"으로 정하고 있다)와 예외적 주민투표인 동법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로서 지방자치법 제14조제1항의 "등" 부분에 해당한다)로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지자체 폐치분합의 문제는 일차적(一次的)으로 국가정책사항으로 이해되고(제8조제1항 참조), 이차적(二次的)으로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과 중대한 영향을 주는 지자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폐치분합의 문제는 우선 제8조의 주민투표사항으로, 다음으로 제7조의 주민투표사항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그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본 각 규정들의 유기적 관련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지자체 폐치분합의 경우에는 법률에 의해야 하고, 폐치분합을 할 때에는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지자법 제4조제1항, 제2항 본문).

다섯째, 그러나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치는 것이 주민투표를 대체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주민투표를 대체하므로 주민투표를 생략해도 좋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폐치분합에 대해 주민투표를 거쳤다면 지방의회 의견수렴을 안해도 된다는 규정은 존재한다(지자법 제4조제2항 단서).

다시 말하면, 폐치분합 여부에 대해 주민투표를 거쳤다면 지방의회의 의견을 안들어도 되지만,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었다고 하여 주민투표를 생략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섯째,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다. 지방의회 의견수렴, 즉 의결을 한 후 찬성의견이 다수였지만, 현행법상 주민투표를 거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안거치는 경우에는 지방의회 의결로써 종결지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의문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그렇기에 어느 학자가 주민투표를거쳐야 한다는 논거가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 이유는 주민투표에 붙일 것인지 여부는 단체장이 결정할 재량사항이라거나(지방자치법 제14조제1항, 주민투표법 제7조제1항) 또는 중앙행정기관장이 단체장에게 주민투표 실시요구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만약 이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민투표는 실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이다(주민투표법 제8조제1항).

그러나 앞의 논거로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형식논리적인 입장이다. 적어도 주민투표사항이 어떠한 것인지를 질적으로 평가한 후 판단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든 그 사항의 경중을 무시하고 단체장이 주민투표에 회부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해서는 안된다. 즉, 주민투표 대상 여부의 판단에는 헌법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곱째, 지자체 통폐합의 문제는 '지방자치제의 제도적 보장의 핵심적 내용(Wesensgehalt)'으로서 단순한 법률의 해석에 의해 침해되어서는 안될 성질의 것이다(위 '둘째' 부분 참조). 전술했듯이, 통폐합으로 인해 폐지되는 기초지자체는 그 헌법상의 존속보장을 침해당하지 않기 위하여 주민총의라는 주민투표가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일반적 주민투표사항과는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이 경우, (일차적으로, 제8조의 경우에는) 중앙행정기관장이 단체장에게 주민투표 실시요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만약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상의 제도적 보장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적인 조치이자, 주민투표 요구권한의 남용으로서 위헌.위법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이차적으로, 제7조의 경우에는) 단체장이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자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일반적으로 지자체의 폐치분합에 대하여는 모든 조례에서 주민투표사항으로 정하고 있음이 현실이다)임에도 "단체장이...

주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는 재량적 규정 표현을 이유로 이를 주민투표에 붙이지 않는다면, 이것 역시 헌법상의 제도적 보장을 침해하고, 주민투표 회부권한의 남용으로서 위헌.위법이라고 보아야 한다.

여덟째, 만약 지자체 폐치분합에 관한 규정의 해석에 있어서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의 제도적 보장의 취지를 무시한다면, 그리고 단순한 형식적 문구만을 근거로 단체장 또는 중앙행정기관장이 폐치분합 사항을 주민투표에 붙이지 않거나 그 실시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나아가 단순히 명백하게 규정된 것은 폐치분합의 경우에 지방의회 의견을 듣도록 하는 규정밖에 없어 이것만으로 폐치분합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헌법상의 지방자치 규정, 지방자치법 제4조와 제14조, 주민투표법 제7조와 제8조 등은 존재의 의미가 없게 된다.

달리 표현한다면, 정부가 제멋대로 지자체를 재편해도 지자체 주민으로서는 아무런 방법도 없이 일방적으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결과가 된다. 이것은 아니지 않는가.

결론적으로, 주민투표 없이 지방의회 의결만으로 통폐합을 추진하는 행안부의 일방적 행위는 위헌.위법적 조치이므로 이를 중단해야 한다. 지방의회 의결을 듣는 것과 관계 없이,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통폐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우리 헌법제정권자의 결단이자 지방자치법 및 주민투표법의 입법취지이다.

주민투표가 청문절차에 불과하다고 한 헌재의 결정은 주민투표법 제정 이전의 구법하의 판단이고, 단체장이 주민투표 회부 여부에 대한 재량권을 가진다는 대법원 판례는 일반적 주민투표사항을 대상으로 한 것일 뿐 지자체 폐치분합이라는 중차대한 사항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주민투표를 실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실질적 법치주의에 합당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타율적 강제통합 후에, 상처받은 통폐합 지자체 및 그 주민들간의 갈등을 어떻게 치유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정부는 지자체 갯수만 줄이면 그것으로 종결된다고 생각하는가.


[덧붙이는 글]
행정구역개편, 정확하게는 기초지방자치단체 통폐합이 정부 주도의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헌법의 지방자치제의 제도적 보장 이념, 지방자치법 및 주민투표법상의 주민투표 규정 등을 형식적,문리적으로만 해석하여 주민투표에 붙일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이념상 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은 제도적 보장의 본질적인 핵심사항이므로 필요적 주민투표사항으로 해석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방자치 관련 법제는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 올바른 법리해석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반기는 지자체 통폐합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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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 뮌스터(Muenster)대학교 법과대학(법학박사), (현)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현)한국지방자치법학회/한국토지공법학회/한국비교공법학회 부회장, (전)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보, 동아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사법시험(2005, 2007) 및 행정고시(2003, 2001) 2차시험위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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