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정치철학 "정상 오를 땐 자세 낮춰야"
- "등산 좀 한다고 허리 꼿꼿이 세우면 못올라"
8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정치인으로 정상을 마음에 두고 여러번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재오 위원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본관 국무위원식당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상을 오를 때는 자세를 낮춰 고개를 숙이고 기어가 듯이 해야 쉽게 끝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등산 꽤나 한다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등산을 하면 올라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내가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등산을 할 때는 올라가는 일에만 집중하고 내려올 생각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며 "권익위는 반부패 청렴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정상에 오르기 위해 몸을 낮출 것이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번 발언은 대권과 무관하게 나왔다. 최근 자신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권익위가 낸 업무성과를 놓고 '힘있는 사람이 위원장이 되니'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과 관련해 나온 것으로, 이 위원장은 "'힘 있는 이재오가 한 방에 해결했다' 이런 식의 언론보도로 일을 죽도록 하고도 묵사발을 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더불어 "솔직히 구설수가 많다. 진정성을 몰라주고 정치행보라고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서 "정말 우리가 (제대로) 할 테니 제발 '힘'자 좀 빼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같은 발언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유력 정치인의 발언을 문자 그대로 단순히 해석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날 얼마전 논란이 된 '권익위 계좌조사권'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권익위에 고위공직자 고발권이 있는데 고발을 하려면 자료가 필요하다."며 "(그래서) 관계기관에 1회에 한해서 투서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열람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무시무시한) 계좌추적권으로 둔갑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그 동안 입술이 몇 번 터지면서까지 일을 했는데 한 번에 날아가 버렸다. 그 사건으로 우리가 추진하려던 업무가 다 날아가버렸다."며 "언론이 사실대로만 (보도해달라.)"고 당부했다.
<프런티어타임스 윤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