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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12-06 08: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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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1951년 4월 19일, 6.25전쟁 당시 UN군 최고사령관인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뒤 남한 국민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준 퇴임 연설 중 일부이다.

맥아더의 이 같은 말을 일부 인용해 “노장(老將)은 죽지 않았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음악의 거장’ 故 폴 모리아(Paul Mauriat)이다.

1975년 첫 방한한 이후 ‘아리랑’과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경음악으로 편곡했고, 1976년에는 프랑스에 아리랑을 소개하며 유럽 지역에 한국 민요를 알리는 중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던 폴 모리아. 그는 2006년 내한을 계획했다가 그 해 11월 급성 백혈병에 의한 심부전 때문에 향년 81세로 사망, 국내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폴 모리아의 음악은 세계적인 지휘자 ‘장 자크 쥐스타프레(Jean -Jacques Justafre)’로 인해 다시 태어났고,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2009 폴 모리아 서거 추모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1부에서는 TBS 방송계 TV드라마 ‘여자의 이야기’ 테마곡으로 사용됐던 ‘Minuetto’, 영화 ‘시스터액트’에 삽입돼 대히트를 기록한 ‘I will follow him’, 국내에서 ‘마지막 여름날’로 잘 알려진 ‘Last summer day’, 아내를 잃은 레사와 미망인의 사랑을 그림 1966년 프랑스 영화의 주제곡 ‘Une historire d'amour ou un homme une femme’ 등 친숙한 음악들이 주를 이뤘다.

2부에서는 ‘에게해의 진주’로 잘 알려진 ‘Penelope’, ‘시바의 여왕’ 주제곡이면서 TBC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시그널 음악로 사용됐던 ‘La reine de saba’, 트럼본 연주가 인상적인 ‘New york new york’ , 비틀즈의 명곡 ‘Yesterday(에스터데이)’, 폴 모리아의 1968년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5주간 정상에 올라 그의 이름을 알린 최대 히트 곡 ‘Love is blue’ 등이 연주됐다.

공연장에서 지휘자인 ‘장 자크 쥐스타프레’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지휘 하는 내내 열정이 넘치는 모습은 물론, 때로는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함께 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작지 않은 풍채로 재치 넘치고 익살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폴 모리아만의 감각으로 편곡된 ‘아리랑’을 연주할 때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람만 하던 관객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도록 해 감동을 더하며 심금을 울려 더욱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내한한 폴 모리아 악단에는 세대를 초월해 전체적으로 머리가 희긋희긋한 노년의 연주자들이 많았다. 때문에 음악이 경쾌하면서도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았고, 한 연주자는 20년 이상 이 악단에 머물고 있다고 밝혀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이런 이들은 하나같이 연주 내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이 같은 표정으로 인해 관객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다.

다만, 폴 모리아가 방일(訪日) 때 일본인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연주했다는 국내드라마 ‘겨울연가’의 삽입곡과 그의 명곡 중 하나로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곡이면서 2009 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한 김연아 선수의 동영상에 삽입해도 좋을 것 같은 ‘첫 발자욱(Le Premier Pas)’ 등이 연주되지 않았던 점은 작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와 함께 공연 문화와 관련해서는 관객 중 일부가 한 곡이 끝나고 시작하는 잠시의 적막한 틈을 이용해 연신 헛기침을 하는 바람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또 오후 7시 공연에 앞서 3시 공연에서는 앞줄에 앉은 고위관계자로 보이는 일부 관객들이 체면치레를 하느라 호응을 별로 해 주지 않아 지휘자가 대략 난감해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나이든 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잔잔한 감동을 선물해 준 최고의 공연이었고, 이로 인해 폴 모리아는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아직 살아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줬다.

한편, 이 날 공연장 바로 앞 광화문 광장에서는 결말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아이리스’의 총격전이 촬영돼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프런티어타임스 최정숙 기자 frontier1@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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