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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11-05 18: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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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대학교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헌재에서 결정문을 공개하였기에 정확한 결정주문을 옮겨본다.


1. 청구인들의 피청구인 국회부의장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2.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09. 7. 22. 15:35경 개의된 제28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 및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다.
3. 청구인들의 피청구인 국회의장에 대한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각 가결선포행위로 인한 권한침해확인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4. 청구인들의 피청구인 국회의장에 대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각 가결선포행위에 관한 무효확인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결정문 전문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blogimg.ohmynews.com/attach/7744/1328890491.hwp


결정주문만을 놓고 보면, 헌재는 나름대로 비난을 피해가기 위한 철저한 대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 하면 "국회의장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고, 나머지 각 가결선포행위로 인한 "권한침해확인 청구는 기각"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주문으로 말한다. 물론 법원이든 헌재든 모든 재판에서, 법관은 판결로써 말하도록 되어 있다. 다양한 분쟁의 결과를 어떠한 심리과정을 거쳤든 명쾌하게 성패만을 알려주는 것이 또다른 분쟁의 불씨를 방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판단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난 헌법재판소로서는 단순히 결정주문만으로, 즉 기각 주문만으로 면책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안이한 생각이다. 헌법재판소법 제36조제3항에 의하면,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에 동참하지 않는 한, 결론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나 결정주문에 대한 입장이 상이하면 이를 밝혀야 한다. 논리적 표현에 자신이 없다면 그저 다수의견에 뭍어가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안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재판관 개개인의 의견은 모두 밝혀놓고 사건 결정에서는 기각 주문을 선택한 경우에 그 청구부분은 비록 기각되었다 하더라도 헌재의 입장은 남을 수밖에 없다. 그 사건이 정치적으로 예민할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서 헌재가 아무리 언론에서 잘못 표현하고 있다며 억울하다 해도 그것을 나무라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마음은 다 밝혀놓고서는, "표결권한은 침해했고, 당해 법률안 무효확인은 기각"한 것인데, 이를 "표결권한을 침해했다 해 놓고, 당해 법률안은 유효란다!"며 희화화 하는 언론의 태도를 비난할 처지가 못된다. 모름지기 헌재로서는, 특히 '정치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헌법재판소로서는, 이러한 상황까지도 예견했어야 했다. 안타까운 것이 바로 이 점이다.


헌재의 위 결정주문을 보고서도, 헌재의 결정주문 선택이 여전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한 마디로 헌재는 헌재법 제66조를 스스로 잘못 적용한 것이다.

헌재법 제66조는 "① 헌법재판소는 심판의 대상이 된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한다. ② 제1항의 경우에 헌법재판소는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동법 제66조제1항의 취지는 곧, 헌재는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즉, 헌재는 우선적으로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대한 판단으로 그 임무를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는 법리상 '권한침해 여부'와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그리고 동법 제66조제2항은 앞의 권한침해 여부 판단을 한 후, "2차적으로" 더 필요한 때에는 그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을 취소 또는 무효확인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동조 제2항의 의미는 제1항의 결정이 인용된 경우에 비로소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즉,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진 후, "필요하다면" 그 원인처분의 '취소'결정 또는 '무효확인'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동조 제2항은, 권한침해 여부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진 후, 그 원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지 아니하여 '기각'하거나 '유효'하다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청구인의 표결권한의 침해 결정을 하면서도 당해 사건을 기각하거나 그 원인행위인 법률안의 유효 판단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동조 제1항과 제2항은 그 표현도 달리 되어 있는 것이다. 즉, 제1항은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한다."인 반면, 제2항은 "제1항의 경우에 ...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할 수 있다."로 정하고 있다. 제2항은 제1항의 판단으로 목적이 달성되면, 제2항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은 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이 입법취지인 것이다.

모든 재판관들이 이 점을 간과했고, 그래서 모두 제2항에 따라 뭔가 한 마디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불필요한 기각 주문을 내고 만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선택해야 하는 주문은 아래의 것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선택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이것이 앞에서 본 제66조제1항과 제2항의 입법취지에 따른 올바른 주문선택의 방법이었다.

(제1안) 청구인의 국회에서의 "표결권을 침해하였다." 또는 "침해하지 아니하였다."
(제2안) 청구인의 국회에서의 "표결권을 침해하였다. 그 원인행위인 법률안을 취소 또는 무효확인한다."

그러나 헌재는, 위와 같이, 자의적인 판단하에 그 결정주문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청구인의 법률안 심의.의결권을 침해하였다." 그런데 "당해 법률안은 (무효확인할 정도가 아니므로) 기각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러니 김형오 의장이나 한나라당, 청와대에서는 이미 끝난 게임이라 하고, 야당에서는 국회에서 재입법 내지 재심의해야 한다고 한다.
정치권의 논란은 정치인들이 풀어나가야 할 일이지만, 헌재의 이같은 해석오류에 기한 책임은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헌재 스스로 해명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도 안된다.
더군다나 뛰어난 헌법재판관들께서 이런 일이 있을 것임을 알고도 양측에 모두 일부의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 그랬다면 더욱 심각한 일이다...

이에 덧붙여, 형식논리에 젖어 평생을 살아온 최고재판소 재판관의 구성방식의 다양화가 요구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법학교수의 헌법재판관을 허용하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 등 외에도 전직 총리에게까지 재판관직을 허용하고 있는 프랑스 헌법원 등을 참고하여, 헌법재판관직의 문호를 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헌법재판소법의 해석상의 오류로 우리 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입법개선이든 나아가 헌법재판관 구성방식의 개선이든 해결방안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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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 뮌스터(Muenster)대학교 법과대학(법학박사), (현)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현)한국지방자치법학회/한국토지공법학회/한국비교공법학회 부회장, (전)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보, 동아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사법시험(2005, 2007) 및 행정고시(2003, 2001) 2차시험위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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