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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9-22 14: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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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준 프런티어타임스 회장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으로 미국 내 여론은 역사상 보기 드물었던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민들은 현재 개혁안을 놓고 찬성과 반대로 첨예하고 갈라져 있다.

의회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 합동연설 도중 “내 개혁안은 불법이민자에게는 해택을 주지 않는다”라고 말하자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이 “거짓말”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소동까지 발생했다.

오죽 했으면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이 인종 문제로 전개될지는 몰랐다. 전 미 대통령 카터까지 나서서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이기 때문에 이런 무례한 행동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애리조나 주의 한 유명한 백인 목사는 설교시간에 “오바마 대통령이 제발 죽기를 매일 기도드린다”라고 기자들 앞에서 공개리에 말했다. 이유는 다르지만 오바마의 인기가 심각한 검증을 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안이 이처럼 절박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미국인 4천 6백만 명이 현재 건강보험이 없다. 이 중 2천 5백만 명은 일부분만 커버하는 건강보험을 갖고 있다.

빈곤층은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고 있지만 빈곤층보다 약간 나은 중하층은 보험이 없다. 이유는 많은 고용주들이 더이상 직원들에게 보험 혜택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흔히 Working Poor라고 부른다.

둘째, 이미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건강보험이 취소되든가 또는 건강보험에 새로 가입할 수 없다.

셋째, 2007년 한 해만 국민건강에 쓴 돈이 자그만치 2조4천억 달러. 국민 한 사람이 매년 약 6천7백 달러를 건강 문제에 지출한 셈인데 이는 세계에서 둘째로 비싼 영국의 2천7백60 달러보다도 2배 이상 높다.
이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도 미국민의 평균수명은 전세계에서 30번째 밖에 안 된다니 기가 막힌다.

이유는 툭하면 의사들을 법정에 고소함으로써 변호사 비용이 하늘을 찌르고, 의사들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실험 또는 전문의를 보게함으로써 비용이 불필요하게 많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9월 9일 의회 합동연설에서 발표한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민 어느 누구나 건강보험에서 낙오될 수 없다. 이들에게 모두 정부의 건강보험에 가담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현재 만족스러운 개인 건강보험에 가입한 국민들에게 정부는 일체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저렴한 정부 보험제도를 살 수 있는 선택 (option)을 줄 뿐이다.

건강보험 혜택을 고용인들에게 제공할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들에는 훨씬 비용이 낮은 정부 보험을 선택하도록 하고 그 비용을 세금 공제로 허락해 준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되도록이면 기업주들에게 건강보험을 책임지게 한다.

둘째, 오래 전부터 병을 갖고 있는 환자들의 건강보험은 취소할 수 없도록 하고 이런 환자들을 합쳐 묶어 놓은 소위 보험풀(National High-risk Insurance Pool)을 만들어 정부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다.

셋째,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빈번히 늘어나는 법정소송을 줄이기 위해 메디칼 커미셔너(commissioner)를 두어 중재 역할을 하게 한다.

이처럼 나름대로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문제는 이에 드는 엄청난 비용이다. 10년 간 9천억 달러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는 오바마의 설명에 민주당 의원들까지도 회의적이다.

노인들도 펄쩍뛰며 반대다. 이들은 보나마나 65살 이상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메디케어 예산을 깎아서 엄청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수입이 많은 부자들도 반대다. 오바마 행정부는 부자들을 마치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번 계층으로 적대시하고, 이미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내는데 거기다 정부 건강보험 비용을 마치 벌금 형식으로 추가 세금으로 내야하니 부당하다는 것이다.

현재 안은 개인소득 35만 달러 이상의 경우 1천5백 달러, 50만 달러 이상은 9천 달러, 그리고 1백만 달러 이상은 여기다 5.4%를 추가 부과하는 것으로 돼 있다.

보험회사들과 이들과 연결된 기업들도 결사반대다. 그 이유는 결국 정부의 싸구려 보험이 시장이 나오면서 제도적으로 개인보험 제도를 붕괴시키고 결국은 정부가 몽땅 독점해버리는 사회주의 제제로 바뀌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세계에서 그래도 제일의 자리를 지켜온 미국의 의료계를 정부가 붕괴시키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더 큰 걱정은 천문학적으로 적자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후세들이 이를 갚아야 하는 부담을 넘겨주게 되리란 것이다.

그 결과 정부는 이 빚을 갚기 위해 시장의 돈을 모조리 쓸어가서 결국은 이자와 물가가 오르고, 시장은 돈이 모자라 집을 사기도 더욱 어려워지고, 중소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융자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민들이 아직도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 못하고 있고 찬반이 이젠 인종 문제로까지 전개된 이때에 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를 서둘러 밀어 부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좀 더 시간을 갖고 공청회를 통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나올때까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김창준 프런티어타임스 회장 hyunnews@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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