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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8-23 16: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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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서 떠나니 이제 알겠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귀한 분인지, 당신의 삶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23일 국회 앞마당에서 엄수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오랜 측근인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이 낭독한 추도사는 깊디깊은 애잔함이 묻어났다.

박 이사장은 고인을 ‘대통령님’과 ‘우리의 선생님’이라고 번갈아 호칭하며 “대통령님이 계셔서 든든했는데, 선생님이 계셔서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우리 곁을 떠나신다니 승복하기 어렵다”고 서두를 열었다.

그는 “갈라진 남과 북의 산하가 흐느끼고 있다. 대통령님이 꿈을 키웠던 저 남쪽 바다가 울고 있다”면서 “우리의 기도가 부족했나요? 아니면 하늘의 뜻이 있어서인가요”라고 말했다.

“오랜 고난의 세월이 있었기에 더욱 간절했던 둘이 종일 같이 있는 기쁨도 잠시, 그리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내 없이는 살기 힘들다고 하신 대통령님께서 어떻게 여사님을 혼자 두고 떠나실 수가 있습니까”라는 안타까운 원망도 덧붙였다.

그는 “독재정권 아래에서 숨쉬기조차 힘들 때,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희망이었다”며 “사람들은 그런 대통령님을 인동초라 불렀다”고 추념했다.

그리하여 “가을에 익은 열매가 겨울 눈 속에서 더욱 붉었으니, 인동초는 봄을 부르고 있었다”면서 “대통령님의 믿음대로, 예언대로 이 땅에 민주주의가 꽃피기 시작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박 이사장은 그러나 “당신이 고난을 받으실 때 우리는 힘이 되어 드리지 못했다”며 “그러고도 당신이 고마운 줄 몰랐고, 이제 살펴보니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고 자탄했다.

그는 “대통령님께서는 저 격동의 세월을 실로 쉬지 않고 달려오셨다”며 “저희가 이렇게 모여 대통령님의 업적을 헤아린다는 것이 어찌 보면 어리석은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당신과 함께 했던 지난날들은 진정 위대하고 평화로웠다”면서 “김대중이란 이름은 불멸할 것이니 이제 역사 속에서 쉬시라”고 고별사의 마지막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는 “김대중이 없는 시대가 실로 두렵지만 이제 놓아드려야 할 것 같다”며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마지막 말씀을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또 “말씀대로 깨어 있겠고, 우리들이 깨어 있으면 당신이 곁에 계실 것을 믿는다”는 말로 고인과의 한 가닥 끈을 이어 놓았다.

박 이사장은 그러면서도 “대통령님의 서거는 우리에게 이별의 슬픔만을 남기지 않으셨다”면서 “우리 민족의 숙원과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을 풀어내는 화해와 통합의 바람이 지금 들불처럼 번지게 하고 있는 것은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큰 선물”이라고 희망을 간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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