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폄하 일기장 공개는 정치행위"
- 정치권 일각, DJ 일기 공개에 의심의 눈길

▲ 故 김대중 대통령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가 공개된 것과 관련,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눈길이 감지되고 있다.
21일 공개된 일기 내용은 올 1월1일부터 6월4일까지 김 전 대통령이 쓴 친필일기 중 30일치 분량이다.
이와 관련, 이날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21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기 부적절하다는 점, 현재 국장(國葬)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친필일기를 일부만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개된 일기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폄하하는 내용들도 상당수 들어있다.
김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 17일 일기에서 "그저께 외신기자 클럽의 연설과 질의응답은 신문, 방송에서도 잘 보도되고 네티즌들의 반응도 크다."며 "여러 네티즌들의 '다시 한 번 대통령 해달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다시 보고 싶다, 답답하다, 슬프다'는 댓글을 볼 때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고 적었다.
김 전 대통령은 1월 20일에는 "용산구의 건물 철거 과정에서 단속 경찰의 난폭진압으로 5인이 죽고 10여 인이 부상 입원했다."며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고 썼다.
4월 27일 일기에선 "끝까지 건강 유지하여 지금의 3대 위기 ─ 민주주의 위기, 중소서민 경제위기, 남북문제 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언과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과 관련 "그간 검찰이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며 "결국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고 결론을 내렸다.
5월 29일 노 전 대통령 영결식과 관련해선 "이번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그 예가 없을 것이다."며 "국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 분노, 슬픔이 노 대통령의 그것과 겹친 것 같다.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적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관례까지 깨고 김 전 대통령 장례식을 최고 예우인 '국장'으로 치르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측은 'MB 정부의 민주주의가 위기이고 국민들은 불쌍하며, 앞으로도 강압일변로 나가면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란 일기 내용을 그대로 공개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소책자로도 만들어져 조문객들에게 배포된다. 그 의도 유무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게 뻔하다.
이와 관련, 이날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가깝게는 오는 10월 재보선에, 멀게는 내년 지방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어떻게 퇴임한 지 오래된 대통령의 주장을 소책자까지 뿌려가며 광고할 수 있나? 이 것은 정치행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김 전 대통령 관련 동영상 상영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회 빈소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김 전 대통령 동영상 상영할 계획을 했지만 행정안전부가 이를 제지하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중순 김 전 대통령이 6·15 남북 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이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한 내용의 동영상을 빈소 주변에서 상영할 것을 요구했으나, 행안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20일 밤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인데 정부가 (DJ의) 연설 상영을 막는 것은 그분의 발언을 사실상 검열하고 나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21일 "이번 국장은 통합의 장이 돼야 한다. 빈소에서 만큼은 논란이 될 만한 소지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모처럼 여야는 물론 국민 모두가 김 전 대통령의 업적과 정신을 추모하고 기리는 마당에 이를 훼손시키는 사려 깊지 못한 정치적인 접근 방법은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프런티어타임스 윤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