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09-07-26 16:52:49
기사수정
내 아파트 바로 옆집 사람은 이사온지 일년이 넘었지만 아직 인사도 나누지 않았고 어쩌다 마주쳐도 서로 아는 체도 안 하고 산다.

어린 아이들도 몇명이 보이던데 인사하는 법을 모르는지 역시 제 부모들처럼 사람을 봐도 멀뚱말뚱이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이 식구들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나면 빈 그릇을 봉투에 담거나 신문지로 덮지도 않고 음식 남은 채로 그대로 복도에 내놓는데 그것도 우리 집과 자기 집 복도의 딱 중간쯤에 내놓는다.

어느 집에서 내놓은 그릇인지 알 수 없도록.... 냄새가 통로에 풍겨도 눈도 까딱 안 한다. 재수가 없다보니 내 옆집에 오는 사람은 왜 꼭 이런 사람만 오는건지 참.....

아래층 사람들을 의식해서 발걸음에 신경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쾅 광 거리며 걸어다니는 사람들때문에 자다가 깰 때도 있다. 뭐 한다고 저리 힘차게 걸어다니는지...

요즘은 집안에 개를 키우는 게 무슨 유행인지 너도 나도 한 두마리쯤 키우던데 어떤 사람은 7마리를 키우는 것도 봤다. 원래 공동주택에선 개를 키울 수 없게 되어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법이란 떼법 아래에 있는 것이니 장식용이고...

그래 좋다 개 키우는 건 좋다고 치자. 주인이 집을 오래 비우고 나면 개가 주인을 기다리다 지쳐 마구 짖게 마련인데 한밤중에 개가 한 시간넘게 짖어대는 바람에 밤중에 주민들이 몰려나와 우리 아파트를 쳐다보는데 이거 참 사람 환장하겠네. 내 집이 아니고 바로 윗집인데....

사무실이든 아파트든 어디를 가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좁은 철제공간안에서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깔깔대고 웃고 떠들어대니 귀가 웡 웡 울릴 지경이다.

이야기 나누는 사람은 즐겁겠지만 옆에 서 있는 사람한텐 그 웃음소리와 재잘거리는 소리는 정말 소름 끼친다. 잠시 참았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음에 하면 안 되나?

어쩌다 무슨 단체에서 오라고 해서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앉아있다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무슨 말을 그리도 장황하게 늘어놓는지 가끔씩 저 사람 정신병원에서 도망나온 사람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그런데 이 사람들 명함을 보면 참 거창하게 써 놓았다. 무슨 경력이 그리도 화려한지..)

다 아는 이야기를 혼자만 아는 듯이 엿가락 늘이듯 경제, 정치, 문화, 역사를 넘나들며 끝없이 늘어놓는데 듣는 사람들은 고문당하는 듯한 기분임은 모르고 자기도취에 빠져 끝날 줄을 모른다.

보다못해 "먹고 하시죠"하면 눈치도 없이 "이거 아주 중요한 거예요. 1분이면 끝나요"하고 또 계속한다. 견디다 못해 어떤 사람은 졸기도 하고 하품을 하기도 하는가하면 여기저기서 할 일 없이 천장과 벽에 걸린 그림을 쳐다보며 '말씀'이 끝나기만 기다린다.

"세상에 당신만큼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그만 하라구~" 속으로 투덜댈 수 밖에...

뻐스안이건 지하철안이건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들고 큰소리로 통화하는 '동방예의지국'의 국민들 보고 있으면 어떤 땐 달랑들어 밖으로 냅다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언젠가 심야뻐스안에서 휴대폰으로 "오빠, 오빠"하며 장장 한 시간동안 큰소리로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20대 여자를 본 적이 있는데 저 놈의 집구석은 어떤 인간들이 모여사는지 그게 궁금해졌고 시집가서 애 낳아 키우면 어떤 애가 될지 참 걱정스러웠다.

나는 휴대폰 신호음이 예기치 못하게 실례가 될까해서 항상 진동으로 해놓는다. 그러다보면 전화온 줄을 모르고 본의 아니게 결례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그게 마음이 편하다.

해외여행이 많아지면서 이런 용감무쌍한 우리네 사람들의 맹활약은 대서양을 건너고 태평양을 건너 지구촌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든다.
보다 보다 못해 어느 나라 호텔에서는 한국인 고객은 안 받는다던가....

일본인들은 그렇지 않은데 중국인과 한국인의 막가파식 대화법은 이 땅에서 태어나 한 평생을 살아온 나같은 사람도 질릴 지경인데 조용하게 낮은 톤으로 공명이 잘 되는 발성법으로 대화를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서구인들에겐 거의 경끼를 일어킬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야기를 하는건지 악을 쓰는건지....

개념도 불분명한 민주화, 세계화, 선진화 타령하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사이에 지켜야할 기본 예의와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지켜야할 공중도덕을 확립하는 것이 먼저다.

법질서도 개판이고 기본예의도 무너진 사회에서 무슨 놈의 선진화, 세계화, 민주화타령인지....

먹고 살만 하면 예의를 알게된다고 했는데 최근 40년동안에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풍속도를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오히려 먹고 살만 하게 되니까 염치가 없어지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모두가 막가파 행동대원이 되어가는건가?

뭔가 대단히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

delmonaco <프런티어타임스 펌>



[덧붙이는 글]
Thumb nail 사진은 꽃으로 대신 했음....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orldnews.or.kr/news/view.php?idx=395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현재의견(총 1 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