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을 되찾고 국민의 국회로 거듭나야
- 김형오 국회의장 기자회견-

김형오 국회의장 <기자회견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회의원,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비정규직 보호법이 오늘부터 시행됩니다. 저는 한없이 착잡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임합니다. 그동안 정치권은 양대 노총과 함께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대량 실업 가능성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맞댔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국민의 민생을 돌봐야할 우리 국회가 미리 미리 이 사회적 혼란 가능성에 대비를 하지 못하고, 결국 이같은 상황에 이른 것을 국회의 대표자인 국회의장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관여된 모든 당사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여야는 자기 논리를 앞세워 타협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직권상정에 의존하는 여당, 등원을 거부하며 국회 중앙홀을 점거한 야당 모두 자신들의 정치력 부족과 무책임함을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합니다.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협상장을 뛰쳐나온 측도 그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습니다.
민생을 챙기는 일은 정치의 기본입니다. 당리당략이 민생을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고통을 겪는 국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는 그런 기본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도대체 국회의 문을 여는 일이 뭐 그리 어렵습니까? 대화를 통한 타협은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리입니다. 협상은 자신의 것을 얼마나 양보하느냐의 문제인데,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그토록 어렵습니까? 우리 국회, 이제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저는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비정규직보호법과 소위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비정규직 보호법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합니다. 여야 지도부는 밤을 새워서라도 타협하고 합의해 주십시오. 핵심쟁점인 유예기간의 문제는 서로가 마음만 연다면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해당 상임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한 정상적 논의를 진행해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 국회는, 이제부터라도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를 통해 일시적 시행유예라는 임시미봉책이 아닌, 우리나라 고용구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 주시길 요청합니다. 저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놓고, 우리 국회가 합리적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둘째, 소위 미디어 관련법은 지난 3월 2일의 합의정신을 존중해 처리하되, 여야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합니다. 또 해당 상임위에서의 논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원만한 국회운영을 위해 여야에 촉구합니다. 여당은 국정을 이끄는 책임 있는 정치세력으로서, 국회에서 다뤄야할 문제에 대해 야당과 보다 진지하게 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야당은 국회 중앙홀에서의 농성을 철수하고 등원해야 합니다. 국회 안에서 국정 현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회는 지지 세력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곳이 아닙니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곳입니다. 저는 우리 국회가 ‘국민의 국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은 국민의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 정치의 기본을 실천할 때입니다.
<문답 내용>
문 :
두 번째 입장 밝히신 것 중,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신다는 것이고, 시간이 충분하다는 뜻은 국회 회기가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다는 것’에서 “누구”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김형오 의장 :
늑장 국회 이긴 하나 유효한 국회가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부터 상임위원회에서 문을 활짝 열고 논의 하면 충분히 합의점에 도달 할 수 있다.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활발화 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상임위원회가 논의를 하는 것은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다. 이것을 소홀히 하는 것은 국회 임무를 망실하는 것이다.
문 :
미디어법 관련해서 3월 합의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6월국회 회기 중에 표결처리 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김형오 의장 :
합의를 한 것도 18대 국회이고 지금 현재도 18대 국회다. 합의한 그 정당이 그대로 여야 그리고 우리 국회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합의정신으로 돌아가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문 :
비정규직보호법의 경우 직권상정 가능성 없다고 하신 것이고, 미디어법은 직권상정 가능성을 열어 두신 건지?
김형오 의장 :
국회의장으로서는 직권상정 문제가 나오면 괴롭다. 어느 의장인들 직권상정 하고 싶어 하는 의장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직권상정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국민 여론과 국회의 상황에 의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직권상정 하는 일이 없도록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보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란 하나도 없다.
문 :
일시적 시행 유예가 임시 미봉책이라 말씀 하셨고, 그리고 정치권에 근본 해결책을 고민해 달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이 있으신지, 내지 정치권에 요구하실 사항이 있으신지?
김형오 의장 :
분명히 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지적할 것도 많고 내 의견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한시가 급한 문제, 우선 불을 끄고 봐야 할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제가 회견문에서도 밝혔듯이 이것이 우선 해결되고 난 다음에 본질적인 문제를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교훈을 삼아서 본질적인 문제까지 해결 할 수 있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 :
지난 입법 전쟁 과정에서 의장께서 여야간 중재 역할에 나서기도 했다. 지금 여야가 이렇게 극한 대치에 치닫고 있는데, 중재에 나설 의향이 있는지?
김형오 의장 :
중재는 국회의장이 보이지 않게 해야 할 역할 중에 주요 임무이다. 그 동안에 참 많은 중재를 해 왔다. 어제도 수없는 대화와 교섭과 접촉을 이뤘다. 그저께도, 그 전날에도 매일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역대 국회 의장 중에 중재, 의견조정, 조율 등 보이지 않는 역할을 아마 가장 많이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언론에 보도가 안됐을 뿐이다.
문 :
‘상임위에서의 논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아야 한다’라고 했는데, 질서유지권을 고려하는 건지?
김형오 의장 :
상임위원회에서 질서유지권 행사하는 문제는 상임위원회에서 판단할 문제이고,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자유롭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비정상적인 일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국회는 하루빨리 정상적인 국회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의 수준이나, 국민의 소득이나, 정치의 의식이나 이런 면에서 우리 국회도 모든 것이 제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정상적으로 움직여야 되는 것이다. 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회를 보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 :
오늘부터 현행 비정규직법이 시행 됐는데, 늦어도 언제까지는 비정규직법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는지, 즉 해결되어야 할 마지노선에 대한 생각이 구체적으로 있는지?
김형오 의장 :
이미 늦어버렸다. 그런 면에서 모두에서 얘기한 것처럼 국민들께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6월 임시 국회가 다 가도록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힘에 의해서라도 반드시 해결 되어야 하고, 해결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