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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7-01 15: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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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안 전의원,전 현대 자동차 회장
서울에 돌아갑니다

2008년 1월 그 얼마 전에 있었던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8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또 불출마는 제가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17대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2004년 봄, 정치에 첫 발을 디디면서, 국회의원 재선을 기약해
나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만드는 일보다 주민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데 모든 걸
걸겠단 결심으로 국회의원은 단 한번만 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면서 동시에 나와의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2008년 1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되었고, 18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의 뜻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에 지원을 했고, 1월 말, 보스턴에서 면접을
할 때였습니다. 면접관이 던진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인 현대자동차(주) 대표이사 사장을 거친 대한민국의

현역 국회의원인 당신이 케네디 스쿨에 와서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잘 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적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해 공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품어왔던 <잘 사는 나라>에 대한 제 나름의 해석과 <따뜻한 사회>에
대한 저의 꿈,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말했습니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대한민국 정권을 잡았던 박정희 대통령이 내건 쿠데타의 명분도
결국은 ‘잘 사는 나라’였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때 우리에게 잘 산다는
의미는 하루 세끼 배불리 먹는 것이었습니다."

2007년 12월,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내 건,
이른바 ‘747‘공약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잘 살자'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잘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일 테지요.

제가 생각하는 <잘 사는 나라>는 '하루에 세끼 배불리 먹는 것'이나 혹은 '국민소득을
두 배로 높이는 것'을 강조했던 박정희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구호와 같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잘 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산다는 의미와 함께 '올바르게, 참되게, 멋있게,
떳떳하게, 아니 적어도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잘 살기 위한 경쟁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 나라,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리더십의 본질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혁신 뿐만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 그리고 약자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이상이 제가 면접관에게 했던 답변의 요지입니다.

면접관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CEO를 역임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학생으로 받을
수는 없군요. 대안으로 연구실을 하나 제공할 테니 1년 정도 와서 편하게 당신이 말하는
리더십에 대해 함께 연구해 봅시다."

그렇게 해서 저는 하버드대학교의 방문학자(Visiting Scholar) 프로그램에 따라
케네디스쿨 애쉬 연구소(ASH INSTITUTE FOR DEMOCRATIC

GOVERNANCE AND INNOVATION)의 리서치 펠로우로 1년 동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과정을 모두 마치고 서울에 돌아가려고 합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참으로 숨 가빴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아직도 진행형인 세계 경제위기 속에 치러진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선거를 현장에서,
그것도 세계적인 석학들의 생생한 해설을 들으며 체험했고, 살아있는 미국 정치와
선거문화를 경험하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 어떤
의미인지를 피부로 느끼며 미국 사회에 불어 닥친 거센 변화의 물결을 목격하는 소중한
경험도 했습니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은 것'이라고까지 하던, 천하의 GM이 사실상 문을 닫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경제의 대변혁을 현장에서 체험하는 기회도 갖게 됐습니다.

GM의 파산을 보면서 1998년 부도를 맞았던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정상화시켰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IMF 경제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
사장이 되어 낮과 밤이 따로 없이 일했던 기억들이 뭉클하게 밀려왔습니다.

그런 속에서 경제회복과 '그린혁명', '의료보험 개혁', '교육개혁'을 추진해 가는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혁신과 통합, 그리고 배려의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이 소중한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스스로도 부단히 애썼던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잘 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를 품고 아주 작게라도 우리 이웃과 사회, 대한민국에
보답할 지혜를 간구하면서 보냈던, 케네디스쿨에서의 1년을 이제 마무리하고,
7월 4일 서울에 돌아갑니다.

그동안 늘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던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곧 서울에서 뵙겠습니다.

미국 보스톤에서
이 계 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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