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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6-15 10: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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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런티어타임스 이태준 논설실장
신입기자 한명을 뽑는다는 광고가 나간 후 약 50명의 지원자가 응모했다.

50명 모두를 면접할 수는 없어 이력서에 적힌 학력, 경력을 참조해서 그중 10명 정도를 골라 사무실에 면접보러 나오라고 통보했는데 어제 이들을 앉혀놓고 면접시험을 봤다.

이들의 이력서를 찬찬이 검토해보니 대략 나이는 30살 전후고 4년제 대학을 졸업했으며 아직 직장을 갖지 못해 열심히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해외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응시자도 꽤 있었다.

이력서를 들여다보니 이날까지 공부시키느라 부모들의 부담이 얼마나 컸겠으며 이 젊은이들 역시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청년실업문제와 함께 우리 교육제도의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 면을 다시 한번 통감하게 되었다.

한창때인 20대를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 아닌가?

면접이라는게 사람을 직접 대면해서 인상을 보고 표정과 목소리, 말씨를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는 것인데 그래도 으례이 형식적이지만 몇가지 질문을 해보게 된다.

記者로서의 적성이 맞느냐 취미가 뭐냐, 인터넷신문은 어떤 것을 즐겨 보느냐, 프런티어 타임즈를 읽어본 소감은 어떠냐, 대략 이런 질문에 답변이 오가는 법인데 나는 자주 응시자들의 정치성향을 물어보곤 한다. 정치전문신문이니까.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수많은 사람을 면접해봤지만 응시자들은 당연한 듯이 항상 자신의 성향이 '진보'라고 답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뭐냐? 무얼 기준으로 자신이'진보'라고 하느냐는 질문을 하게 되는데 여태 이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정답을 맞춰보라고 질문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질문했을 뿐이다. 생각하는대로 답변하면 되는 것을.......

사실 이 젊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답 못하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종이신문에 글깨나 쓴다는 이름난 논객도 대답을 못하는 걸 여러번 봤으니까..우리나라에서는 진보와 좌파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데 진보라면서 좌파는 아니라고 하는 것은 더 웃긴다.

그러니까 진보이면서 우파라는 말인데 진보, 보수, 좌파, 우파의 의미를 바로 알고 사용하는 사람은 가뭄에 콩나듯이 드물게 본다.

신문을 정독하는 사람이라면 자주 접하게 되는 일이지만 오늘 신문에도 유럽의회 선거에서 좌파가 몰락하고 우파가 활짝 웃었다는 제목의 기사가 대서특필해 올라있는데 신문을 읽는 독자들이 이럴 때 무슨 생각으로 기사를 읽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태리, 독일, 프랑스 모두 우파가 승리해서 여당이 계속 집권하게 되었지만 영국은 좌파인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선거에 패배해서 브라운 총리의 노동당은 제3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식이다.

허지만 몇달 전 총선에서 아이슬랜드는 좌파가 승리했고 미국도 민주당의 오바마가 승리해서 좌파가 전멸한 것은 아니다.

좌파, 우파는 체제안에서 성장우선이면 우파, 분배를 통한 경제적 평등실현이 우선이면 좌파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좌파를 깡그리 박멸해야 한다고 열을 올리기도 하던데 그러면 우파만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우파가 다시 그 强.穩에 따라 다시 좌파, 우파로 나뉘게 된다.

대한민국 체제를 뒤엎어 적화통일을 기도하는 붉은 세력들은 이적단체로 대법원의 판결이 이미 났고 그런고로 이들은 좌파가 아니라 반체제라고 불러야 맞다.

좌파는 체제안에서 합법적 세력으로 우파에 대립하지만 어디까지나 체제를 인정하고 헌법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양세력은 경쟁관계에 있긴 하지만 적대관계는 아니다.

애국하는 마음에선 좌파나 우파나 마찬가지고 이런 점에서 좌파 노동당이 영국왕실에 충성하는 것이나 일본 사회당이 日王에 충성하는 것이나 조금도 다를 바 없다.

리영희라는 사람이 '새는 양날개로 난다.'고 했을 때의 양날개는 체제안의 좌파와 우파를 의미하는 것이지 체제를 뒤엎자는 세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민국을 뒤엎어 김정일에게 바치자는 놈들이 '새는 양날개로 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나 그 말이 무슨 대단한 말씀이라도 되는 양 복창하고 있는 빨갱이들을 보면 대가리는 왜 달고 사는지 모르겠다.

'Why', 'How', 그리고 'What'에서 思考가 전개되는데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암기에만 익숙해서 질문도 없고 의문도 없다.

미국에 건너간 수많은 한국유학생들의 특징이 질문이 없다는 점인데 어떤 미국인 교사는 제 반의 한국학생을 정신과 의사의 감정을 받아보라고 그 한국학생의 부모를 불러 권했다는 기사도 읽은 적이 있다.

0.X型, 사지선다형, 단답형 시험이 결국 우리 젊은이들을 똑똑한 바보로 만들었고 이런 교육실태가 황당한 촛불시위와 효순이 미순이 추모,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 불쌍한 인간을 영웅으로 만들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主敵의 수괴를 추앙하면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나는 진보'라고 말하는 것은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며 전경, 의경을 폭행해 병신으로 만들어놓고 '나는 민주화운동하고 있다.'는 소리만큼이나 황당한 개소리인 것이다.

법으로 다스려야할 폭도들의 눈치를 보는 대통령이나 언론은 비실비실 배삼룡이 보다 더 웃기는 사람들이고...이런 세상에서 이런 젊은이들을 상대로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뭐냐?"고 질문한 내가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인지도 모른 채 오늘도 신문지면엔 진보, 보수, 좌파, 우파라는 단어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프런티어타임스 이태준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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