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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5-31 18: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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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준 전 미 연방3선 하원의원 및 '프런티어타임스' 현재 회장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북한 화해와 협력에 가장 공헌이 큰 대통령이었습니다. 지나친 포용정책으로 사상까지 의심 받을 정도의 비난을 사면서도 끝끝내 평양에 가서 김정일과 악수하고 돌아온, 북한에 대해 특별한 열정을 보인 대통령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같이 노벨평화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 못지 않게 김정일 위원장에 거는 기대가 컸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전례가 없는 끔찍한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그 날이 바로 5월 23일 토요일 아침,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족들에게 아주 짤막한 유서 한 통만을 남기고 그만 자진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5월 25일 북한은 지하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그로 인한 진동은 남한에 자그만치 강도 4.5의 지진으로 느껴졌습니다. 2006년 핵실험 때보다 10배나 더 강한 진동이었습니다.

이번에 시험한 핵폭탄의 위력은 약 20킬로t이라고 러시아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비슷한 위력이란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야속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에게 조전을 보낸 4시간 후 핵실험을 단행한 사실입니다. 고인은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까지 나눈 사이인데, 추모하는 의미에서 핵실험을 일주일쯤 연기할 수도 있었지 않았나 하는 배신감도 듭니다.

정말로 북한 지도자들은 인정과 예의가 없고,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무자비하고 안하무인인 것 같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는데 그 무서운 위력을 가진 핵폭탄을 지하에서 시험해 한반도 전체를 흔들어 대는 행동에 참으로 충격과 분노가 하늘을 찌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고 슬픔에 잠긴 남한의 모습과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는 북한의 모습은 너무도 대조적입니다.

핵실험을 일주일쯤 연기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기간이 끝난 다음에 진행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애도한다는 편지를 보낸 다음 날 실시한 것은 결국 대한민국 정부를 더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아니면 애도의 편지 자체가 위선이 아닌가하는 생각조차 듭니다.

그동안 매년 꼬박꼬박 보내준 3억 달러를 이번 정부에서 중단시킨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도발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지만, 마땅한 대응 방안은 없어 보입니다.

6자회담 참가국을 하나하나 찾아가 북한의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임을 강조하고, 유엔 안보리 이사회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것”이란 정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지만 어딘가 허전합니다.

또 야당 지도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노사모 대표란 사람은 정부 여당 인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에 일찍 조문하러 오는 것은 “무례한 정치적 행동”이란 주장을 했답니다. 노 전 대통령을 자살로까지 몰고 간 인물들을 가려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 역시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유선진당 이회장 총재는 노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을 방문했다가 노사모로부터 계란과 물병 세례를 받고 할 수 없이 되돌아가면서 이런 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애원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그의 정책에 반대했다고 해서 조문조차 거절하고, 빈소에 찾아온 조문객에게 계란과 물병을 던지고 욕을 퍼부으며 멱살을 잡는 모습은 이 곳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국제사회는 북한의 지하 핵실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그 위력이 2차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유사하다고 전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북한에 더욱 엄중한 제재를 가하는 방법을 모색하느라 고심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처럼 엄중한데, 그리고 우리가 정말 분노해야 할 상대는 북한이건만 우리들끼리 조문객의 멱살을 잡고 물병을 던지는 추태를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2년 전, 4월 16일에 조승희란 한국 학생이 버지니아공과대학 캠퍼스 안에서 동료 학생 32명을 무참히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살하는 끔찍한 참극이 있었습니다.

학교는 추모식 행사 때 희생된 32명의 사진을 빈소에 차려놓았습니다. 놀라운 일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그 32명의 사진 옆에 자기 아들, 딸을 죽인 조승희도 33번째로 나란히 빈소에 놓고 함께 추모식을 거행한 사실입니다.

조문객의 멱살을 잡고 쫓아 버리는 이들한테는 자식을 죽인 살인자를 어떻게 나란히 빈소에 세워 함께 추도할 수 있는지 상상이 가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경제대국이라면 국민들도 경제대국 국민답게 사랑과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김창준 프런티어타임스 회장 hyunnews@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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