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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5-27 15: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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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대통령의 죽음
뭔지 모를 虛한 심상과 함께 한조각 슬픔이 있다.

그리고 그의 과거가 어떻든간에, 한 인간의 죽음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꼭 집어 표현할 수는 없어도, 평소와는 다른 절제의 언행이 이어진다.

마치 팔자 걸음에 아무렇지않게 침을 뱉어도 별 스스럼없던 청바지 패션대신, 오랜만에 꺼내 입은 양복을 걸치고 길을 나선 것처럼 말이다.

이런 마음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노무현을 지지했던 이들 뿐만 아니라 그와는 반대편에 섰던 이들 역시 공통된 심사이리라.

그러나 이처럼 그를 비판해왔던 이들조차, 정도껏이나마 숙연해지려는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이들이 있다.
일국의 대통령을 지냈던 이의 사망소식은, 결코 박스기사 정도로 끝낼 가벼운 사건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하기에 방송 3사를 포함한 모든 매체에서는, 그의 자살원인을 유추하는 것부터 시작해, 봉하마을에서의 소소한 장면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을 할당해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고.
하지만 그것도 적정선이라는 것이 있다.

노 前대통령이 사망한지 며칠이 지난 오늘까지도, tv만 켜면 온통 "노 前대통령의 서거.." "봉하마을에선.." "추모자들이 줄을 잇고.."란 말이 매시간 들려오고, 이제는 보도 내용을 거의 다 외울 정도로 반복된 기사로 화면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장시간에 걸친 보도에 대한 불만만이 아니다.
특정 한사람이 대본을 써줬는지는 몰라도, "온 국민이 노무현 前대통령의 서거에 슬퍼하고.."란 아나운서들의 공통된 멘트.

정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노 前대통령의 자살에, 봉하마을을 찾는 이들과도 같은 극한의 슬픔을 가질까?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노무현 사망에 대한 기사를 며칠동안 계속해서 메인 타이틀로 걸어놓는 것도 모자라, 각 포털에서는 그들의 포털로고를 흑백으로 처리해 놓고있다.

어찌보면 망자 그것도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냈던 이에 대한 예의라고 이해는 된다.

하지만, 사망이라는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도, 노 前대통령의 과거 행태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이런 포털의 획일적인 침침함에 동조해야 하는가?

그것도 '따스한 그 눈빛, 잊지 않겠습니다' '가득한 열정과 소박한 미소가 그리울 것입니다. 당신은 우리 가슴 속에 남을 것입니다'라는, 별 동의 못할 글귀까지 더해서.




과유불급이라 했다.

솔직히 말해 노 前대통령의 죽음 그것도 비리라는 멍에로 자살을 선택한 이에 대해, 이같은 절대 슬픔을 가질 이가 국민 대부분이라 생각하는가?

또한 코메디 프로의 결방이야 이해한다지만, 대체된 프로그램이 '웃음이 가미된 영화'라는 이유로, 이를 죽자사자 씹어대는 이들은 또 뭔가?

그의 죽음에 기뻐하자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왜 이렇게까지 슬픔을 강요하는가 말이다.

그래서 비록 그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착잡한 마음으로 한푼의 동정이나마 가지려는 이들에게, 외려 거부감을 주는가 말이지.

여기에 더해..
좌편향 언론들, 그리고 그곳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에서는 '폭동'이란 냄새를 맡는다.

별의 별 이유 다 갖다붙여가며, 노 前대통령의 자살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이라는 논조로, 이명박 정권 퇴진까지 소리쳐대고 있다.

노 前대통령과 그 일가족 그리고 측근들의 비리는, 그 어디에도 적시하지않고.
제 2의 광주사태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써대는 모습에선, 이젠 슬픔의 강요 수준을 넘은 무장봉기를 선동하는 모습이랄까..

이런 것이 노 前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이들의 실체인가의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노 前대통령의 죽음에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조전을 보낸 북한.
그 조전의 진정성을 채 이해하기도 전에,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하고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어찌보면 노 前대통령의 사망을, 좌파의 재결집과 세 확장의 계기로 삼으려던 이들에겐, 이슈의 나눠짐으로 인한 차질에 분노가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게선 또다른 차원의 분노가 터져나온다.

"하필 이럴 때에.."라는, 마치 며칠 뒤에는 핵실험을 해도 괜찮다는 뉘앙스의, 북한이 시기를 못맞춰주는 것에 대한 얼치기들의 분노가 아닌, 대한민국과 국민의 생명 그리고 우리의 미래들을 걱정하는 자발적 분노말이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미적대던 모습을 버리고, 마침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가입 결정을 선언했다.

예상컨데 또 좌파진영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PSI 전면가입으로, 더욱 북한을 자극하여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는 식의 낙서가 쏟아질테고..

어쩌면 슬픔의 강요와 함께 이같은 선동으로, 좌파가 지향하는 목적을 위한 또 다른 맥으로 삼을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슬픔을 강요하는 적지않은 세력들이 이런 선동세력으로 나설테고.

이명박 정부의 PSI 전면가입을 환영한다.
그리고 슬픔을 강요하고, 충분히 예상되는 선동에 앞장설 이들이여.

진정 당신들이 노무현을 좋아했다면, 과연 지금 보이고 있는 이따위 행태가, 망자가 된 노 前대통령이 바라는 것일까를 생각해라.

어쩌면 당신들은 생전에 그를 비판했던 이들보다, 더욱 노무현을 악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일줄도 모른다.
한편으론 국민들에게 슬픔을 강요하면서, 정작 그 슬픔을 자신들의 잇속으로 악용해대는 정말 나쁜 사람들.

그러나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강요된 슬픔은 결코 자발적 분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노무현 前대통령의 죽음에, 작지만 자발적 슬픔을 보낸다.

<프런티어타임스 문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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