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이용당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 그 누구도 누명을 씌워 억울하게 하지는 않았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놓고 여러 가지 의문이 있었음에도 이미 삶을 포기한 분께 가능하면 명복을 비는 마음가짐을 갖고자 했다.
하지만 일부 인터넷 매체媒體에 오르내리는 기사를 보노라면 도대체 노무현 대통령이나 그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판단기준判斷基準이 무엇인지 짜증스럽기 짝이 없다.
‘봉하마을을 휘감고 있는 것은 한 마디로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분노’였다는 제하題下에 일반 조문객들이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서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과 모 경제신문 명의의 화환이 박살나거나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성난 조문객들의 항의 속에 차량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방향을 틀어야 했다니 무슨 분노를 말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특히 명계남 씨는 ‘국민이 죽여 놓고 무슨 국민장이냐. 국민장을 하면 가만 안 놔두겠다.’며 격분했다니 이 말이 무슨 말인지 같은 모국어母國語를 사용하는 나도 의미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나는 나 자신도 누군가를 지지하기에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인간자체를 비난해본 적이 없다. 다만 그들의 판단에 대해 사안별로 이의異意를 제기할 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분들이 언론과 정치권을 향해 왜 분노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기에 한 마디 하게 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일가족이 완벽하게 깨끗함에도 정치권에서 누명을 씌워 검찰이 수사하게 했다고 생각하는가.’
‘언론에서는 근거根據조차 없는 허위사실을 보도하거나 검찰의 수사와 관계없는 날조捏造된 정보를 기사화 했다고 생각하는가.’
‘노건평 씨가 무죄無罪임에도 검찰과 법원에서 허위사실로 누명을 씌워 유죄판결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도대체 국민들이 어떤 방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였다는 것인가.’
그들이 감성적이거나 상투적인 답이 아닌,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줄 수 있다면 나 역시 그들의 분노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치보복이든, 표적수사든, 없는 죄를 조작하여 뒤집어씌운 것이 아니라면 검찰이나 현 정권을 비난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엇이 억울했다는 건지 알 수 없다.
더구나 자신은 깨끗했다고 주장했다는데 무엇이 깨끗하다는 걸까. 이미 노건평 씨는 구속되었고 권양숙 여사는 스스로 자백한바 있는데 어떻게 깨끗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분노한다는 사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기간 중의 발생한 ‘바다이야기’ 등등, 유야무야有耶無耶되어버린 권력형 비리사건들이 진정으로 깨끗했기에 무혐의無嫌疑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주위에서 벌어졌고 이미 자백이 나온 사건까지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한다는 걸까.
원래 대통령이란 그런 자리다.
모든 삶들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사모처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세력이 있는 반면 노사모가 지지하는 만큼 배척排斥하는 세력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노무현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이념적으로 첨예한 극단極端에 서있었거나 좌우, 편 가르기에 골몰했던 대통령이라면 그런 현상이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오히려 그만한 도전조차 받아드릴 그릇이 되지 못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정말 아이러니한건 노사모 중에서도 골수 노사모라 할 수 있는 명계남 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대통령인지 스스로 증명해보이고 말았다는 것이다.
‘국민이 죽여 놓고 무슨 국민장이냐.’
이 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 얼마나 많은 국민들에게 못할 짓을 했는지 자기 자신도 이미 뼈저리게 알고 있다는 반증反證이 아니겠는가.
벌써부터 마치 민중봉기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가 하면 심지어는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목에 핏빛 선을 그어 효수梟首하겠다는 끔찍한 저주咀呪까지 등장했다. 그들도 이런 일들이 자신들이 지지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터.
그럼에도 그분의 자살을 자신들의 전략戰略에 철저하게 이용하고자 하는 사악邪惡함의 표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은 모든 국민들이 갑작스런 그분의 자살에 애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종북좌경분자들이 이를 이용하여 사회분란을 일으킨다면 그와 동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어서까지 역사에 지울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노사모들은 과연 자신들이 노 전 대통령을 사랑한 것인지, 아니면 이용했던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볼 때라는 거다.
인간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긍정적이지 않은 사람이 없다. 심지어 부모형제를 때려죽인 폐륜아悖倫兒라 할지라도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동정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연인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통령이었다.
스스로 대통령이 되고자 했기에 대통령이 되었고, 대통령이었기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었고, 그의 죄상罪狀이 공개된 것이 아니겠는가. 이글을 쓰고 있는 내가 살인을 했다한들 신문귀퉁이 한자락에나마 보도되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더러 싫다는 사람 억지로 대통령 하라고 떠밀지 않았다.
스스로 선택한 대통령이었다면 그에 걸맞은 처신과 책임감이 있어야 했지만 알다시피 그분에게는 천박淺薄해 보이는 언행言行만 남기고 말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지지를 보냈던 노사모는 과연 노 전 대통령의 자살과 무관無關한 것일까. 그분께서 퇴임과 동시에 노사모의 최면催眠에서 벗어나 인간본연의 지세로 돌아왔다면 과연 무엇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사회혼란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자들이 있다면 참으로 가증스럽다.
자신들이 그토록 지지했던 그분이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오히려 자신들부터 돌아보는 것이 인간이 취해야할 순서다. 명계남 씨의 말이 이 문제의 핵심核心이라는 걸 뼈저리게 반성하지 못하고 충격이 가라앉음과 동시에 잊힐 문제를 투쟁에 악용할 생각부터 해서야 되겠는가.
세상에 나만큼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들을 미워했던 사람이 없을 거다.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거침없이 하는 것으로 보았기에 미워했던 것. 물론, 그분이 일반인이었다면 나 역시 인정적人情的인 시각으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은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냉정해야할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만큼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분 유서에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니겠는가.’라고 말씀하셨다는데 진즉에 그 섭리를 깨우쳤더라면 그토록 그악스럽게 편 가르기는 하지 않았을 것을, 싶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울러 제 잘난 멋대로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스타일style이 이명박 대통령과 흡사한 것처럼 느껴져서 안타까움을 더하는 것 또한 어찌할 수 없다.
그분이 살아생전에 어찌하였건 죽음과 동시에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게 인간이다.
그분이 대통령이었기에 재임 시 공과는 역사에 남겠지만 인간으로서는 추모 받아 마땅하다. 그분이 스스로 찾아간 세계는 생각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사모들이 특정인의 추모까지 막는 건 참으로 막가파식 망발이요, 인간 이하의 어리석음이다.
그 세계에는 생각이 없기에 옳고 그름도, 잘하고 못함도 없다.
그러하기에 진정 고인을 사랑한 사람일수록 모든 국민들이 그분의 명복을 비는 분위기를 망치지 말아야 한다. 비록 지금까지는 어리석었을지언정 살아생전 철천지원수였더라도 문상問喪만큼은 거절하지 않았던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라. 어찌하여 옳고 그름이 없는 세계로 돌아간 고인 앞에서 그대들의 감정대로 문상마저 가로막는가.
그분의 죽음을 정쟁政爭에 이용하여 이미 대통령이 아닌, 고인이 된 자연인을 더욱 비참하게 몰아가기 보다는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깨우침을 얻은 그분으로 하여금 영면永眠에 들게 해주는 것이 지지자들이 할 일이다.
<프런티어타임스 신동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