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교육문제
- 오바마,미국아이들도 한국아이들 처럼 더 많이 공부 시켜야 한다

▲ 전, 美 3선 연방 하원의원.현재, '프런티어타임스' 회장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히스패닉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한국의 교육제도를 칭찬하면서 미국 공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새삼 강조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미국 아이들은 매년 한국 아이들보다 학교에서 한 달 정도를 덜 보내는데, 앞으로는 교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겁니다.
미국도 이제는 워싱턴 디시 교육감인 한국계 여성 미셸 리의 획기적인 개혁을 따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미셸 리는 학업 성취도를 올리지 못한 실력 없는 교사들을 가차없이 대거 해고하고, 학업 성취도를 올린 교사들에게는 성과급을 지불하면서 대혁명을 일으켜 그 결과 학생들의 성적도 올랐습니다. 많은 무능 교사들의 불평과 정치적 압력에도 굴하지 않은 미셸 리에게 우리는 모두 박수를 보냅니다.
미국의 15세 학생들의 수학 능력이 세계에서 15위, 과학에서는 21위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미국 청소년들이 수학과 과학을 싫어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나마 동양계 학생들 때문에 이 정도의 순위를 유지했다고 해야 할 겁니다.
그 어려운 수학이나 과학보다는 비즈니스나 마케팅을 전공해 월가로 진출하는 것이 30살 전에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성공의 지름길이란 걸 이번 월가의 경제 붕괴를 통해 우리는 똑바로 보았습니다. 그러니 언어 능력이 모자라는 동양계 학생들이 대거 수학, 과학, 그리고 의과대학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 학생들의 과학과 수학 능력이 한국 등 여러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며 과학 연구와 발전을 위해 국내총생산 (GDP) 의 3%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많은 예산을 투자한다고 해서 수학과 과학 성적이 얼마나 오를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월가와 금융가에 있는 천문학적 보너스와 커미숀 제도를 하루빨리 불법화시키지 않으면 그 고생을 하면서 수학과 과학을 전공할 학생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수학과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수십억 원의 보너스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과학 연구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든 기관들의 예산을 2배로 늘일 것이란 계획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칭찬하는 내용이 담은 기사에 실린 댓글들 또한 흥미스럽습니다.
“오바마 형님이 한국 실정을 잘 모르시는 것 같구먼, 학원에서 시간을 더 보내지 학교에서 보낸다?”
“한국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무조건 밤 9시까지 자습하고 학원에 가서 밤 12시까지 공부하고 오는 세상이다. 사교육으로 병들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제도를 칭찬하다니…”
“오바마 이 분 정신이 나가셨나, 한국의 교육제도를 배우라고? 한국의 전교조를 먼저 배우셔야지. 지금의 교육은 교육도 아니다. 오직 한심할 뿐인데…” 이런 내용들입니다.
하긴 이 댓글들이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금 월 사교육 지출비는 일반 고교생이 평균 65만8천원입니다. 영동의 일반 고는 한 달에 80만원, 그러니 한 달 4백만원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용입니다. 그렇다고 애들이 기가 죽을 텐데 우리 애들만 안 보낼 수도 없고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려면 이 정도의 사교육비는 각오를 해야 하니,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자식들 교육 때문에 그 희생이 너무도 애처롭습니다.
그러면 왜 80만원짜리 사교육비가 있고 47만원 밖에 안 되는 싸구려 사교육비가 있는가. 이는 서울대학교에 몇 명이 입학했는가로 결정됩니다. 서울대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 연대 고대 순서로 다른 대학들은 별로 따지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미국 고등학교가 하버드에 몇 명 입학시켰는지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것과 비슷한데, 이는 말도 안됩니다. 동부에서나 하버드, 예일을 따지는지 몰라도 캘리포니아 등 서부에서는 스탠포드, 버클리, UCLA, USC 등을 더 평가합니다. 미국에는 방과후 학원제도가 없고, 고등학교까지 전부 의무교육이니 아이들 학비가 거의 들지 않습니다.
물론 돈이 안 드는 공립학교를 놔두고 일부러 사립고등학교를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많지 않고, 특히 천주교나 다른 종교기관 산하 고등학교, 그밖에 군대식 고등학교 같은 특수학교들이 있지만 특별한 경우 외에는 공립학교를 택합니다.
최근 한국 신문에서 지난 1분기 출산률이 또다시 떨어졌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저출산률 때문에 정부는 어린애 하나에 40만원을 보장해주고 둘째 애부터는 더 많은 돈을 보조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그다지 큰 효과는 없어 보입니다.
누가 돈 40만원 준다고 애를 낳겠습니까? 애들의 학비가 너무 많이 들어 출산을 꺼려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출산을 장려하려면 일정액의 현금보다는 근본적인 문제인 학원비를 없애는 방법, 그리고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가 더 시급합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로 앞으로 3년 동안 사교육비 지출 규모를 자그마치 80%까지 줄이는 방침을 세웠다니 두고 봐야겠습니다.
미국에선 공화당이 항상 공교육제도를 비판하며 심지어는 사립학교 보내는 부모들에게 공교육에 내는 세금을 환불 받는 바우처 (voucher) 제도를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교육 교사조합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그만 실패했습니다. 미국의 학교 예산은 주로 그 지역 부동산 세금의 일부로 운영합니다.
그래서 부자 동네는 많은 세금으로 좋은 교사들이 너도나도 그 지역으로 발령 받기를 원하고, 가난한 동네는 낮은 세금으로 대체로 애들의 숫자는 많고 돈은 부족한 실정으로,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운영이 힘들게 마련입니다.
한국에서 이민 오는 분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80%가 자식들 교육 때문에 미국에 이민 왔다고 합니다. 이 분들은 어느 학군이 좋은지 이미 예비지식들을 갖고 있어서 그 지역에 가면 한국 학생들이 많습니다. 80% 이상이 자식들 교육 때문에 고국땅을 떠나 낮선 이역만리 미국으로 오는 걸 보면 한국의 학교제도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어느 분의 댓글 같이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 실정을 잘 모르는 게 아닌지… 저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의 교육 실정도 잘 모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창준 프런티어타임스 회장 hyunnews@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