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경주 선거를 주목하나
- 왜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 들이 경주로 몰리나

▲ 고하승 시민일보 편집국장
참 이상한 일이다.
4.29 재.보궐선거와 관련,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가 사활을 걸고 접전을 벌이는 곳은 다름 아니라 유일하게 수도권 지역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인천 부평을 선거구다.
따라서 이곳이 첨예한 관심사가 돼야 하는데, 세인의 관심은 온통 경북 경주에 쏠려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전북 전주 덕진도 아니고, 신건 전 국정원장이 정 전 장관과 함께 무소속 연대를 결성한 전주 완산갑도 아니고, 왜 하필 경북 경주인가.
바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향후 행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경북 경주는 한나라당 텃밭임에도 불구, 한나라당 후보가 아무런 조직력도 갖추지 못한 무소속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나라당 텃밭이라고 할 영남지역에서 우리가 공천한 후보가 한 무소속 후보와 대등한 지지밖에 받고 있지 못한 부분은 분명히 정상은 아닌 상황”이라며 “이번 경주선거를 볼 때 우리 한나라당은 반드시 반성하고 고쳐야 될 점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내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친이그룹에서 적극적으로 이런 갈등상황을 해소해서 당을 화합분위기로 만들지 못한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친이가 구축을 이루고 있는 당 지도부의 잘못된 공천이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인 셈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네티즌들 모두가 경북 경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번 경주 선거를 통해 친이 중심의 당 지도부를 심판해야한다는 것.
23일 <시민일보> 자유게시판에도 친박 논객들의 정수성 후보를 향한 응원 글이 잇따랐다.
‘팔공’은 “그(박근혜)가 눈짓만 보낸 후보가 막강한 집권여당의 지원을 받는 후보에게 적어도 사기 면에서는 절대로 밀리지 않고 있다”며 “박지지자 그 누구도 (정수성 후보가) 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정 후보의 승리를 확신하는 글을 올렸다.
‘박혜범’은 “경주시민들은 승리하여 박근혜에게 대선승리의 승차표를 선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지기’는 “세인의 최대 관심사는 경주 선거다.
경주의 재선거는 집권여당 실세가 미는 후보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의원의 암묵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무소속 후보 간의 선거전이 양대 세력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 선거구는 여당이 여론 조사에서 우세를 보인 친박 인사를 배제하고 대운하 홍보대사를 자처하던 강성 인사를 공천한 까닭에 많은 반발을 샀었다.
뒤이어 폭로된 형님의 무소속 후보 강제사퇴 기도는 세인의 빈축을 사서 불리한 요인을 배가시켰다”며 “판세는 결국 무소속으로 기울고 있고 많은 사람이 친박 무소속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자방’은 “선거를 나흘 앞둔 이 중요한 시기에 경주 시민들의 눈길이 한곳으로 모아지는 곳이 비슬산 말고 또 있다.
바로 박근혜의 입”이라면서 “특유의 한줄짜리 단문(短文) 이 나올 것인지.
나온다면 어떤 말이 나올 것인지.
노심초사 하고 조마조마 하고 두근두근 거리는 쪽은 아마도 무소속 후보 쪽이 아니라, 막강 여당 후보 쪽이 아닐까”라며 노심초사하는 여당 후보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친박 성향의 네티즌들 가운데, 다른 지역 선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손꼽을 정도다.
사실 전주 두 곳에서 실시되는 선거야말로 민주당 분당 사태, 혹은 당 지도부 인책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어서 당연히 관심 지역이 돼야 함에도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하나다.
어차피 민주당은 하나가 됐든 둘로 쪼개지든 차기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마당이어서 박 전 대표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인천 부평을 역시 한나라당이 이기든 민주당이 이기든 그것은 여야의 문제지 박근혜 전 대표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여야의 문제보다 한나라당내 갈등 문제에 더 깊은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즉 박 전대표의 향후 대권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친이 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정수성 후보를 응원하는 것은 어쩌면 박근혜 전 대표를 사랑한다는 고백인지도 모르겠다.
<고하승 시민일보 편집국장 (http://www.simin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