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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4-23 19: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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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꽃

산이 앞서거니,
봄이 앞서거니,
시간이 그렇다.
산은 그 거대한 몸체로 봄을 알리는 것이 아니다.
산은 자신을 토양으로 하여 피어나는 꽃을 통하여 봄을 알린다.
 
산의 꽃이 선명하다.
산의 꽃은 사람의 보살핌에 의해서 피어나는 연약함이 아니다.
산의 꽃은 모진 풍파를 극복하고서 홀로 의엿하게 피어나기에 자기색깔이 분명한 것이다.
산의 꽃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이다.

산의 꽃은 조화롭다.
산의 꽃은 저 혼자만 화려한 자태를 뽐내려는 것이 아니다.
산의 꽃은 계단식의 높낮이에서 저 마다의 자태를 다 드러내면서 피어난다.
산의 꽃은 저홀로 잘난 것이 아니라,
다른 꽃에 대한 배려가 있기에 한꺼번에 그 타오르는 모습을 다 보여 주는 것이다.

평원에서 피어나는 꽃은 높은 곳에 서면 다 볼수 있고
경사면에서 피어나는 꽃은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다 볼 수 있고
행여 숨어 있어서 모습이 감추어질까 속속들이 다 보여주는 것이다.
산에서는 마치 보여주기 위하여 피는 꽃같다.

산의 꽃을 감히 품평한다.
맛으로 품평을 하자만 감로수같이 감미로운 것입니다.
색으로 품평을 하자면 천하를 호령하는 절색인 것입니다.
소리로 품평을 하자면 세상을 개시하는 공명처럼 힘찬 것입니다.

산의 꽃에는 세월이 함축되어 있다.
그 혹한의 겨울을 견딘 생존의 세월이다.
그 기나긴 영겁의 시간을 이어온 종족번창의 세월이다.
사람의 심금을 쾅쾅 울리게 하는 진군을 알리는 고동의 세월입니다.

산의 꽃은 순환이다.
순일무잡의 아름다운 찬사에도 연연하지 않고 시들어 시간을 교체한다.
산을 호령하는 듯 우렁차게 붉게 물들인다 하여도 더 타오르지 않고 녹색에게 자리를 내준다.
꽃은 잠시의 시간동안만 공간을 점령할 뿐 사라지는 것을 애석해 하지도 않는다.
순환을 따르는 것이지 아집과 오만으로 거스르는 역류는 없는 것이다.

산의 꽃은 기다림이다.
사라지고 또 새로 등장하는 그 기다림의 반복이다.
지금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은 아니다.
다음에까지 기다리면 볼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 그리 애닯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산의 꽃이 말하고 있다.

지금 지나가는 것은 다음에 피어나는 꽃처럼 언젠가 다시 오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지금 볼 수 있다면,
지금 잠시나마 차지할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이기심이 아니라 이타심이다.
이기심으로 행하는 것은 들키게 마련이지만
이타심으로 행하는 것은 선행이 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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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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