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득환 대기자 겸 논설위원
정치는 그 어떤 국민이든 그 국민의 자유와 미래 곧 꿈과 희망을 짓밟지 말아야 한다.
4선 중진의 나경원 전 의원이 3.8. 국힘 전대 당 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비록 짧은 듯 길었지만 강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가 25일 어쭙잖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나경원 전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의 내상을 입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윤석열 대통령 및 국힘 당도 상당한 정도의 내상을 입었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 헌정사에도 상당히 큰 정도의 내상을 부르는 일로 나타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우리는 나경원 전 의원의 국힘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의 내용을 살필 필요도 없이 차기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전도유망한 정치인 나경원 전 의원이 위와 같이 모두에게 내상을 입히는 용감한 선택을 한 그 이유를 미루어 짐작한다. 바로 윤 대통령을 포함한 용산 대통령실의 직간접 공당인 국힘 당 당무 개입의 결과이다.
용산 대통령실 특히 윤 대통령의 공당 당무 개입은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인 3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피력되고 있다. 그와 유사한 전례 또한 있다. 바로 최종 대통령 탄핵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2004.3.12.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결의가 바로 그 경우이다.
국힘이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을 변경한 시발점 역시 윤 대통령의 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주장으로부터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이르기까지 용산 대통령실에서 나온 발언이나 그것을 받아 국힘 소속 초선 의원 50명의 나 전 의원 당 대표 출마 저지를 위한 발언 등은 단지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부당 혹은 부적법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 아니다. 바로 나 전 의원으로 하여 국힘 당 대표 출마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 주도 하에 의도하여 막았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나 전 의원의 3.8. 국힘 전대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은 나 전 의원의 최종적 고독한 선택이지만, 나 전 의원이 그 같은 선택을 한 동기가 윤 대통령 내지 용산 대통령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즉,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태도나 용산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발언 등으로 당 대표 출마에 따른 심적 압박을 받는 것과 함께 자신이 당 대표에 출마했을 때, 자칫 그 당락과 무관하게 닥칠 후과(後果)를 깊이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 때문이다.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으 없다.”라는 말이 있다. 나 전 의원 역시 자신이 털릴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 전 의원이 털린다는 것은 단지 나 전 의원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나 전 의원 가족 전부가 그 대상이 되는 경우다.
우리는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에서 그 같은 점을 목격했다. 나 전 의원 역시 조국 사태를 지켜보았다. 조국 사태를 보며 우리는 조국 사태가 나 전 의원이 용기 있는 출마가 아니라 용기 있는 불출마 선언의 주요 배경이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보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 국민 중 일부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택에 대해 동정 어린 시선을 가졌을 줄 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앞서 지적한 것처럼 대통령 권력이 국가폭력을 추동하는 기재로 작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나 전 의원의 우려가 반영되었다면, 이는 우리의 민주적 헌정질서가 또다시 국가폭력을 동반한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회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그동안 외쳐온 자유는 바로 민주적 헌정질서를 유린(蹂躪)하는 통치자로서 윤 대통령 통치의 자유로 한정되고, 헌법이 국민에게 부여한 모든 자유는 제한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역설에 빠지고 만다.
나 전 의원의 국힘 당 전대 당 대표 불출마 선언 사태를 보며 우리는 현 정부를 이끄는 윤 대통령의 근시안적 정치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그 어떤 국민이든 그 국민의 자유와 미래 곧 꿈과 희망을 짓밟지 말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할 것이다.
2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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