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권력 vs 민의
- 민의(民意)를 거스를 수는 없다

▲ 시민일보 고하승 편집국장
13일 오후 편집국장 집무실을 방문한 김상돈 경민대 교수와 마주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조.중.동의 쟁쟁한 유력 언론사들을 제치고 전국시사만화작가 협회장을 지낸 김 교수는 현재 <시민일보> 만평작가로 맹활약 중이다.
그는 이날 “다른 유력 중앙언론사의 만평작가로부터 전화를 한통 받았다”고 밝혔다.
고하승 국장과 함께 김 화백도 <조선일보>의 고발에 대비하고 있으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속한 언론사는 이미 그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는 것이 통화의 주 내용이었다.
필자가 지난 7일 ‘<조선일보>가 언론의 군왕인가’라는 칼럼을 통해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장자연 문건에 따르면 조선일보 방 사장을 모셨고, 스포츠조선 방 사장이 방문했다고 나와 있다"고 주장한 것을 다른 언론사들처럼 익명으로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직위를 공개한 때문인 것 같다.
김 화백 역시 만평을 통해 이종걸 의원이 조선일보의 방 사장을 지칭하는 그림을 풍자적으로 그렸다.
당시 필자는 “그동안 인터넷상에 떠도는 '장자연 리스트'에 그들의 이름이 등장하기는 했으나, 공인인 정치인이 그것도 공개된 공식석상에서 이들의 이름을 직접 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당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특히 <조선일보>가 이 의원 앞으로 ‘국회내 명예훼손 행위 관련’이라는 제하의 협박에 가까운 서신을 보낸 것을 비판하면서, <조선일보>가 이를 빌미로 공격해 온다면 과감히 맞서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었다.
따라서 김 화백이 전하는 메시지는 별로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다만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에 대해 서슴없이 협박하는 것은 물론 동종업계인 신문사까지 고발대상으로 삼는 거대 신문권력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쓴웃음이 나올 뿐이다.
사실 공인인 이종걸 의원이 그것도 공개된 장소인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한 내용마저 익명으로 처리하면서까지 그를 노골적으로 보호하는 다른 언론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과연 조선일보의 말처럼 이 의원의 발언을 다른 언론사가 보도할 경우, 명예훼손에 해당될까?
앞서 칼럼에서 밝혔듯이 언론이 유명인사의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해 공익을 목적으로 보도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런데 왜 조선일보를 비롯해, 다른 언론사들까지 모두가 그를 보호할까?
어쩌면 조선일보가 ‘살아있는 권력’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살아있는 권력과 맞선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이른바 ‘박연차게이트’와 관련, 필자가 지난 8일 “이미 죽어버린 과거 권력보다 살아 있는 현재 권력의 주변에 대한 조사가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초,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여권 실세인 이상득ㆍ정두언 의원과 접촉해 박연차 구명로비를 벌인 사실에 대해 검찰은 발 빠르게 ‘실패한 로비’로 규정하는 등 ‘살아있는 권력 봐주기’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죽하면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들이 13일 일제히 검찰을 향해 편파수사를 중단하라며 공세를 가했겠는가.
검찰은 ‘추 전 비서관이 이상득 의원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히고, 이 의원은 ‘통화한 적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질심문을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근 검찰은 추 전 비서관이 8차례 전화접촉 중 이 의원과 두 차례, 정 의원과 한 차례 통화가 이뤄졌음을 확인해 놓고도 두 의원에 대한 조사절차마저 생략하고 말았다.
역시 그들이 ‘살아 있는 권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살아있는 권력은 무섭다.
그러나 필자는 믿는다.
<조선일보>든 이든 제 아무리 ‘살아있는 권력’이라 할지라도 결코 민의(民意)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시민일보 고하승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