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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7-15 10:42:32
  • 수정 2022-08-10 16: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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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닮은 어느 판결문, 그것은 엄중한 국가 폭력이다.

 

정득환 대기자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허구를 사실처럼 기술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 마치 그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끼게 하는 점이다. 그런데 영길은 근자에 소설을 닮은 어느 사건 판결문을 읽고, 자신이 이 판결문의 한 당사자라면 자신 역시 너무나도 억울해서 분통이 터져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법원의 판결문은 더구나 그것이 모 고등법원의 판결문이라면, 더더욱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원고나 피고가 순순히 승복할 수 있는 법리에 기초한 논리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영길이 읽은 이 모 고등법원의 판결문은 중요한 원인문서의 사실관계를 배척하고, 한 당사자의 가공적 주장을 인용하여 판결함으로써 판결집행력이 담보되지 않는 판결문이라는 점에서 이 판결문은 소설과 닮았다. 


특히 이 판결문에는 ‘가정적 판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사실관계와 법리보다는 일방 당사자 편을 드는 것임을 보여 주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의 한 당사자가 소위 다수인이어서 이 사건 재판부가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중요 원인문서에 기재된 주요한 사실관계 중 다수인에게 불리한 내용은 부수사항이라는 말로 배척하여 그 이행의무를 따로 떼서 다투라는 취지의 태도를 이 사건 판결문이 취하고 있다. 


비록 영길은 법을 전공하지 않은 비법조인이어서 해당 판결문을 소설에 비유하는 것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해당 판결문을 읽은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들 또한 이 사건 판결문에 대해 영길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다. 

 

 이 사건 심리 과정에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원인 문서상의 중요한 기재들을 배제한 채 판결이 이루어져 판결문이 소설을 닮은 마당인 만큼 패소한 당사자가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상고심인 대법원에서 이 사건의 심리를 담당한 주심대법관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 사건 주요 상고이유의 점들을 살피지도 않은 채 즉 상고기각도 아닌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한 점이다.


 이 때문에 사실관계를 떠나 이 사건의 한 당사자는 재판거래 의혹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주심 대법관을 향해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아니라면 무능한 대법관으로서 판단 후 뒤따르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건을 변론한 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는 “이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지 않는다면, 불행히도 대법원이 문을 닫아야 한다.”라고까지 말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소설을 닮았다는 점에서 흠결 투성이의 판결을 놓고 앞서 말했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상고기각도 아닌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했다.

 

 아무튼 상고심인 대법원에서 이 사건의 주심대법관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함으로써 이로써 소설을 닮은 이 사건 판결문이 이 사건의 판결로 확정됐다. 


더구나 이 판결을 하고 소설과 닮은 이 판결문을 쓴 것으로 보이는 당사자(모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최근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그 보도는 영길을 경악하게 했다. 즉, 판결문이 소설을 닮아 마치 소설처럼 읽힌다면, 그 소설을 닮은 판결문을 읽는 당사자의 심정이 어떠할까를 영길은 생각했다.


 그것은 곧 일상의 폭력보다도 더 강렬한, 한 당사자를 자칫 죽음으로 내모는 엄중한 국가 폭력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영길의 생각이다. 소설을 닮은 판결문을 당신이 받아들었다면, 당신 역시 너무도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나머지 당신의 몸이 불살라지는 것도 결단코 두렵지 않을 것이다. 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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