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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7-03 13:21:38
  • 수정 2022-07-04 22: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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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길에게 ‘엄혹한 삶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정득환 논설위원


 영길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휘파람을 불며 아침을 맞았다.

 

 비록 근년 들어 미·중 간 패권 다툼이 격렬해지고,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이어 급기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전쟁 중이지만, 그것이 영길에게 엄혹한 삶의 시대를 안길 것이라고까지는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를 갓 맞은 지금(2022.7. 현재) 영길 앞에 그것들로 인하여 엄혹한 삶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징후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과 함께 곧바로 영길의 삶을 덮치고 있다. 그것들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고,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또한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 외에도 환율이 급등하는 현상 또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결코 도외시할 수 없다. 환율이 급등하는 원인은 그만큼 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느는 데 비해 그 공급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곧 우리의 무역수지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외환보유고라든가 기타 우리 경제의 굳건한 기초체력이 그 같은 경제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은 버텨주겠지만 2년 내지는 3년 이상의 기간까지 버텨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영길은 올해 마흔의 나이로 대학재학 중 휴학과 함께 육군에 입대해 2년여 기간 동안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해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하지 못하고, 2년여 취업 재수 끝에 중견기업에 입사해 재직 중이다. 


영길은 부모님 은덕에 힘입어 그나마 직장 동료였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물론 아내와 영길 사이에서 아들딸 두 명의 자녀가 출생했다. 한 명의 자녀를 더 낳자는 아내의 강력한 권고를 지금 영길은 강하게 뿌리치고 있다.

 

 작년(2021년) 연초, 영길은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직장생활 과정에 모은 돈과 부모님으로부터 일억원 가량을 차용하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아 ‘급매물건’이라는 중개사의 말을 믿고 서울 외곽인 수도권에 국민주택규모로 불리는 32평형 아파트를 4억 8천만 원에 마련했다. 


이 아파트의 매매대금은 총 4억8천만 원으로 이 대금 중 2억8천만 원이 은행 대출이다. 영길이 아파트 구입할 당시 은행 대출금 2억8천만 원에 대한 대출이자는 변동금리이기는 하지만 연 2.4%대로 매달 56만 원의 이자를 납부하고 있다.

 

 이 당시 한은의 기준금리는 0.50%였다. 이후 한은은 8월 26일 기준금리를 0.75%로 0.25%p 인상한 후 11월 한 차례 더 0.25%를 인상했고, 올해(2022년) 들어 벌써 3차례 1월, 4월, 5월 각 0.25%p 씩 인상해 2022.7. 현재 한은이 유지하고 있는 기준금리는 1.75%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6월 15일(미 현지 시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0.75%p를 인상하는 파격 행보를 보인 사실이다. 물론 미국의 국내 소비자 물가가 지난달 8.6%대까지 오르면서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강한 경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 유지하기보다는 이후 점보스텝까지 밟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경우 한미 간의 금리차가 역전될 것이고, 한은이 이를 용인할 시 국내 자본 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된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함께 우리 무역수지 적자의 크기가 100억 불에 달하는 등 무역수지 적자행진 또한 계속되고 있다. 물론 수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원유 가격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수입액 또한 증가하고 있는 탓이기는 하다. 


이런 국내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이후 한은 역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을 고려하겠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위하여 빅스텝 내지는 점보스텝까지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올 하반기 우리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크게 경색되면서 기존의 주택담보 변동 대출금리 수준 또한 가파르게 오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되면 올 하반기 우리의 변동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또한 급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 수준(1.75%)의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우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수준은 이미 3.4%대에서 5%대를 상회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수준이 올해 연말쯤이면 큰 폭으로 오를 개연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이것이 영길의 가계수지를 크게 압박할 것이다. 


국내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오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이자 또한 크게 오르지만 영길의 주 수입원인 월급이 그 점과 함께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노동시간 축소 등으로 인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렇듯 영길 가계 지출의 크기는 크게 느는 데 비해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게 될 것이므로 영길 가계의 수지는 적자를 면할 수 없고, 이 가계수지 적자를 메꾸려면, 영길은 직장업무와 함께 짬짬이 일 곧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등 투-잡 내지는 쓰리-잡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렇듯 영길의 삶에 엄혹함이 닥치고 있다. 이제 더는 영길이 휘파람을 불며 아침을 맞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로 작년 연초 영길이 매입한 아파트 때문이다. 그 사이 한동안 이 아파트의 호가가 일억 원 이상 크게 오르기는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자 영길이 사는 이 아파트의 가격이 사람들이 떠난 어느 시골의 돌담이 작은 바람결에 와르르 무너지듯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방에서 들려오는 나쁜 소식들이 영길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있기도 하다. 그 나쁜 소식들이 닥쳐오는 시대가 매우 엄혹한 시대가 될 것임을 영길에게 말해 주고 있다.

 

2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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