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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14 22:26:55
  • 수정 2020-07-26 15: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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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외교관 황준헌(황쭌센)의 조언


100년 전의 구한말 상황과 지금의 한반도 모습.  


청나라의 외교관인 黃遵憲은  일본주재 외교관 시절 김홍집을 통해 고종에게 올린 자신이 집필한 ‘조선 책략(朝鮮 策略)이라는 책에서 제국주의가 한반도를 넘보고 있지만 위정자들은 국제정치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100년 전의 일이다. 

1876년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된 뒤 당시 조


선왕조는 끊임없이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안으로는 내정의 문란과 학정에 백성들의 저항으로 혼란이 거듭됐고, 밖으로는 西勢東点(서세동점)으로 위기의식이 온 나라에 팽배했던 상황이었다. 


특히 이 책의 내용 중에는 한 ⁃ 중 ⁃ 일 3국이 가장 두려워한 나라는 러시아였고 반면 미국은 크게 미화되어 있었다. 따라서 조선은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청나라와 친하게 지내야하고 미국 ⁃ 일본과는 협조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하나같이 청나라에 유리하게 국제정세를 끌고 가려는 의도에서 나온 발상이었다. 그러나 당시 조선 정부는 청나라의 속셈을 읽지 못했고 읽을 능력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친 중국론 인데 이것은 주종론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오늘 날에도 경계해야할 대목이다. 


나중에 한 ⁃ 미수호조약이 체결될 때 청나라는 조선이 중국의 속방이라는 조항이 들어가도록 요청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다음은 結日本인데 이는 制俄策(제아책 러시아를 견제하는 방책)의 하나로 제시되었을 뿐 일본에 대한 경계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시한 聯美國(연미국)은 중국 특유의 원교근공책으로 믿음을 주고 힘 있는 미국을 끌어들여 러시아의 남진책동을 봉쇄하고자 한 것으로 이이제이책을 쓰고자 한 것이다.


조선책략은 형식상으로는 황준헌 개인의 의견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사실은 청나라의 실권자였던 ‘이홍장의 견해’가 그래로 반영된 것이다.  당시 황준헌(황쭌쎈)의 조선책략은 조선 정계에 대한 매우 값진 조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와 민족의 생존이 국제사회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현실을 보면 100년 전의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다.  대륙과 해양, 동북아와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교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복잡하고 첨예한 국제 이익이 교차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반도가 지금 두 가지 위기(crisis)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북한의 핵이며 또 하나는 한미동맹이 훼손되는 일이다.

  

황준헌이 집필한 ‘조선책략’에는 남하하는 Russia 를 차단하기 위해 조선은 結日, 聯美하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남하하는 Russia가 아니라 북한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서 똑같은 전략을 현재도 쓰고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이다. 


오늘 날에도 황준헌이 쓴 책의 내용은 거의가 조선에 대한 외교적 조언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예언 아닌 예언이 된 셈이다. 황준헌이 주장하는 結日(결일)과 聯美하라고 조언한 것은 오늘 날에 와서도 한반도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준 것으로 황준헌의 예리한 한반도에 대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結日은 이웃인 일본과 화친의 관계를 맺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제시해 준 것이며 聯美는 미국과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까운 이웃으로 만들라는 조언이다. 다시 말해 미국과는 近攻遠交라는 외교의 원칙을 지키라는 조언인 것이다.  


미국은 대국이지만 영토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을 세계가 주지하는 바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100여년 전의 상황이 오늘날 이 땅에서 재현되지 않나하는 우려에서 역사를 되돌아본 것이다.


황준헌이 연미하고 결일하라고 강조하는 조언했으며 중국에 대해서는 간단히 친중이라는 표현으로 끝낸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한 ⁃ 미 수교를 둘러싼 당시의 조선과 청나라의 미묘한 처지를 알 수 있었고 긴박했던 당시 국내외 정세를 보다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황준헌의 ‘朝鮮策略’을 소개한 것이다.

 

글: 이팔웅 논설위원  2020.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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