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이명박 정부에 무얼 바라는가
- 경제 살리기도 중요하지만 박연차·故장자연 리스트 등 부패척결을 더 원한…

▲ 집무실 이명박대통령
산수유화 향기가 산야에 가득하다. 개나리도 노란 자태를 뽐내며 퍼져 나간다.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마음은 봄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세상은 온통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가 그렇고 故장자연 리스트가 그렇다. 가진 자들은 돈 잔치를 벌이다 구속 사태를 빚는가 하면 여자 탤런트를 떼로 농락한 사회 지도층 이름들이 세간에 회자하고 있다.
서민들이 바라보는 작금의 사회 풍속도는 가히 최극점이다. 울분을 토하다가, 자괴하다가, 허탈해 하는 패닉현상에 빠져 있다. 정신적 히스테리 증후군에 걸려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재건이 급선무다. 하지만 정·관계를 비롯해 사회 깊숙이 뿌리를 내린 병폐를 치유하는 일 또한 더욱 중요한 과제이다. 경제가 살아난다 한들 부패한 사회는 더욱 타락하고 부패할 뿐이다.
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면 이젠 병든 사회의 부패 척결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사회의 병폐는 정치권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회의 난동과 폭력은 사회질서를 무너뜨렸고 부정한 검은 돈의 수수는 사회를 부패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
국회의원이 국회 회의실 문을 해머로 부수는 난동을 본 국민이 법을 두려워할 리 없다. 법이 권위를 잃은 것이다. 용산참사가 그래서 일어났다. 용산 철거민 대표들이 법을 무서워했다면 행인과 차량에 화염병을 무차별 던질 리 만무한 것이다.
국민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한국 경제가 소생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기대감이다. 국제적 금융위기가 최고도에 달할 때도 한국경제는 선방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랐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 대통령의 자유무역 의지를 평가하는 사설을 게재한데 이어 특별 기고문을 싣고 있음이 이를 말해준다.
제2차 G-20 금융정상회의에 앞서 영국 로이터, 프랑스 AFP 미국 CNN·NBC 등 세계 주요 외신들이 인터뷰를 계획하고 있음도 한국경제의 기적적 소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소생에 대한 낙관론은 시기상조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국민은 이명박 정부에 더 큰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안정과 사회적 도덕적 질서 회복이다. 나라의 기강이 너무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도 끌어안고 일국의 흥망이 달려있는 부패척결에도 발벗고 나서길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은 행정가가 아니다.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 뽑은 정치가인 탓이다.
이 대통령은 부지런하고 일 많이 하는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세세한 일까지 직접 챙긴다는 것이다. 장관이 단독 보고하는 것보다 국장들과 세부사항을 토론하고 결론 내리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무총리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른다는 소리가 높다. 총리와 장·차관들로 하여금 더 많은 일들을 하도록 해 대통령이 스스로 짐을 덜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국가 중요 현안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국회는 4월 임시국회도 정쟁으로 표류 할 공산이 크다. 4월 임시국회는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주요 법안이 쌓여 있다..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을 위한 28조9천억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이 처리돼야 한다. 금산분리 완화, 비정규직 관련법안도 신속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다.
지난 연말 정기국회와 3월 임시국회에서 보아왔듯이 여·야 지도자들에게만 맡겨선 국회 정상화는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이 경제 챙기듯 정치를 챙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난마처럼 얽힌 여의도 정치를 이 시점에선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대통령의 정치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야당 지도자를 대통령이 만난 것은 몇 번인가. 거절당해도 삼고초려로 만나야 한다. 공식석상에서의 떠들썩한 만남은 큰 효과가 없다. 배알이 뒤틀려도 자주 만나야 한다. 대화를 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서이다.
이 대통령은 돈 정치를 멀리하고도 대통령에 당선된 첫 케이스다. 돈 선거를 치르지 않고 대선에서 이긴 것이다. 따라서 돈이 드는 정치를 혐오한다. 그렇다고 여의도를 내팽개칠 순 없다. 여의도를 버리곤 나라를 통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 특히 국회와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은 극에 달해 있다. 국회 무용론이 힘을 받고 있다. 이젠 국회의원 수를 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회의원 43%가 스스로 30% 감축안을 내고 있다.
국회는 스스로 무덤을 팠다. 난동, 폭력 국회로 이미지 손상을 입고 박연차 리스트로 부정,부패의 온상임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이 사건을 예사롭게 보지 않고 있다고 전해진다. 청와대는 옥석을 가리되 정치권 정풍운동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검찰이 해야 할 일이나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담겨야 한다. 소신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
장자연 리스트도 매 한가지다. 얼마나 타락한 군상들인가. 인기 정상에 서보겠다는 나약한 신인 여배우를 권력과 돈으로 능욕한 파렴치범들을 끝까지 추적해 내야 한다. 이 같은 쓰레기들이 부를 누리며 한국의 선진화를 가로막고 사회를 썩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소한 교통법규 등 기초질서를 비롯한 제반 법질서도 차제에 바로 잡아야 한다. 준법정신도 도미노현상을 나타낸다. 고위층의 법 위반은 곧 바로 서민층에게 2배, 3배 크기로 확산된다.
좌파정권 10년동안 나라가 얼마나 부패했는가는 속속 드러나는 전 정권 인사들의 비리에서 알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측근들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나라를 분탕질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끌어 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연차 리스트에 올라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관련해 청와대 공직자들의 높은 윤리성, 도덕성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연한 얘기다.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성난 민심에 대처하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능력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너무 야박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일부 국정 담당자들은 자신의 안위와 책임회피에만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가 오나라에 패하자 진나라에 원군을 청하며 7일간 물 한방울 대지 않은 채 통곡했다는 신포서를 닮은 충신 하나 없다는 비판도 뼈아픈 충고로 받아 들여야 한다.이대통령은 주변에 누가 충신인가 부터 챙겨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원창 프런티어타임스 주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