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수사 '박차'... 檢 칼날 盧 향하나
- 이광재-박진 이어 현역의원 추가 소환조사
여야를 막론하고 무차별적 돈 살포에 나섰던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정·관계 로비수사가 급진전되면서 소환조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국회의원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28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당장 4월 임시국회가 열리게 되면 현역 국회의원들의 소환조사가 불가능한 만큼 이번 주말이 정치인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와중에 소위 '박연차 리스트'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의외의 정·관계 인물이 검찰에 소환되거나 구속되고 있는 만큼 "박연차 로비의 끝을 알 수 없다"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검찰은 지난 2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구속했고 27일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을 소환 조사했으나 박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또 홍콩 현지법인 APC에서 박 회장이 차명으로 배당을 받은 수익금 685억원 중 일부가 국내외 계좌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했고 사법공조를 통해 일부자료를 확보키도 했다.
더욱이 홍콩에서 모든 자료를 넘겨받아 자금의 흐름을 쫓고 사용처를 추적하다가 보면 수사 대상이 대거 확대되거나 수사기간도 당초 예상을 벗어나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박 회장이 APC를 통해 만든 자금 중 50억원이 미국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인이 관리한 계좌로 송금된 의혹이 있어 노 전 대통령이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박 회장이 여·야 정치인이나 검찰, 법원, 경찰, 국세청, 청와대 등 각 기관에 무차별 금품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앞서 예견됐지만 예상 밖의 인물이 줄줄이 소환되고, 구속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됐는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17일 박 회장이 입을 열기 시작해 수사가 급진전됐는데 최초 구속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과 송은복 전 김해시장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던 인물이었다.
아울러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구속한 것 역시 의외의 일이었고 지난 6년동안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고도 교묘히 법망을 피해왔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결국엔 구속됐다.
상황이 이쯤 되자 검찰은 이번 주말 1차 소환에 불응한 민주당 서갑원 의원과 또 다른 현역 의원을 소환하는 등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되기 전 의원관련 수사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미 구속된 인사들을 재판에 넘겨야 하는 만큼 기소준비로 1단계 수사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2단계 수사에선 현역 의원들이 소환에 응하도록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더욱이 검찰·경찰을 비롯해 법원, 청와대 전·현직 간부는 물론 전직 정치인, 전·현직 자치단체장 등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까지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여 수사가 5월이후까지 상당부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일정한 그림을 그리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언제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다"며 어디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프런티어타임스 송현섭 기자 21csh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