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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10 09:47:19
  • 수정 2019-04-10 22: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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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득환 대기자 및 논설위원


사람은 죽어 말한다.

한진 그룹 조양호 회장, 고작 일흔에 귀천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른 아침에 들려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귀천 소식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은 왜일까. 오늘 아침 나는 두 분의 부고를 받았다. 한 분은 직장 동료의 어머님이 향년 91세로 별세했다는 것이고, 다른 한분은 바로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의 귀천 소식이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향년 나이는 고작 일흔이다. 100세 시대에 일흔의 나이에 작고하셨으니, 그 안타까움을 어이 말로 다하랴.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이야말로 할 일이 아직 태산 같이 남은 분 아닌가.

인명에는 분명 귀하고 천함이 없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석연치 않는 귀천에는 안타까움이 베어난다.

물론 조양호 회장과 나와는 아무런 직접적 인연이 없다. 다만, 한 때 동시대를 살아간 사실만이 나와 조양호 회장을 잇는 끈이다. 그리고 나는 일개 서민으로서 평민의 지위에 있지만, 그는 나와는 다른 사회적 지위를 가진 기업가로서 국가와 사회발전에 분명 큰 기여를 했다.

그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수행한 것도 그에게는 영광된 일이고, 그의 역할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가 생각지 못한 가족들의 갑 질 사건에 휩싸여 큰 마음 고생을 하고 있었다. 어디 마음고생뿐이랴! 검경수사를 받느라 육식 또한 피곤했을 터다. 바로 딸과 아내의 비행은 큰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그 지탄을 온 몸으로 받아야 했던 것이 바로 남편으로서 아비로서의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이다.

급기야 그는 지난 달 27일 대한항공 주 총에서 대한항공 사내 이사직에서 내 쫒기 듯 물러나야 했다. 조양호 회장에겐 정말 어처구니없고, 귀엣말로 쪽 팔리는 일이었을 게다. 이 또한 고인의 가슴에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한진그룹은 2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30조원의 자산을 가진 재계서열 14위다. 그 중에서도 대한항공은 이 그룹의 모체다. 선친이 물려 준 이 가업의 경영권을 자신의 대에서 사실 상 빼앗기는 수모를 겪은 셈이다.

물론 한진 칼의 대주주로서 대한항공에 대해 우회 지배를 통해 경영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야 행사할 수 있겠지만, 앞서 말한 대로 대한항공이야말로 선친이 피로 지은 결실로 한진 그룹의 모체이다. 아마 그 기업의 사내이사직에서 내쫒겨 물러난 그가 갈 곳은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일로 화병이 나지 않았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다. 피를 토하고 싶은 울분이 그의 가슴을 덮쳤을 것이다.

조양호 회장의 선친인 조중훈 전 회장은 젊은 시절 인천부두 하역 노동자로 일을 하다가 서울로 귀가 하던 중 폭우 속에서 고장 난 짚 차로 인해 곤혹을 겪던 주한 미군장교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서 경기 동두천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과 관계를 맺게 되었고, 한 동안 동두천에서 주한 미군과 연관된 사업을 이어가다가 현재의 한진 그룹을 일군 것으로 알렸다.

그런 선친의 고생담을 조양호 회장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부인과 딸들은 아버지가 일군 부를 누리며, 자신들 내면에 쌓인 안하무인의 인격적 결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성장해 아버지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급기야 아버지가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도록 한 것이다. 그들의 행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그렇지 않은가.

사람은 죽어 말한다. 우리는 갑작스럽게 날아든 한진 그룹 조양회 회장의 귀천 소식에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며, 그 분이 가신 빈자리가 어떻게 채워질 지가 참으로 궁금하다. 조양호 회장은 한국경제의 성장에 분명 큰 기여를 했다. 그분의 귀천이 안타까운 이유다.

산 사람을 미워할 수 있어도 죽은 자는 미워할 수 없다. 이제 우리 모두 그 분에 대한 미움을 걷어내야 할 때다. 한진 그룹 관계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고작 일흔의 나이에 귀천한 조양호 회장의 영정 앞에 마음속에 핀 국화 한 송이를 최대한의 예를 갖춰 다들 올리기 바란다.

사람은 살아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도 말을 한다. 조양호 회장은 말한다. “이 봄날 부는 봄바람이 이렇게 무심할 줄, 정작 알지 못했다.”라고.

이 봄날 부는 이 살가운 봄바람이 참으로 야속한 것은 조양호 회장의 귀천 소식이 몰고 오는 인생의 무상함 탓이 아닐까한다. / 20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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