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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06 10:49:40
  • 수정 2019-04-10 09: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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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득환대기자


지난해 4월의 실없는 그 기약이 적잖이 야속하다.


지금 청와대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을 것 참 어렵겠다. 3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각을 잘못 읽은 탓이다.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 낸 4.27남북정상회담이 열린지 어느 덧 1주년이 다가온다. 그 시기 판문점에는 봄꽃들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푸른 새싹들 또한 봄 날 햇살을 받아 대지를 연녹색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봄날의 꽃과 푸른 새싹은 평화를 상징하기에 충분했고, 그 속에 두 정상이 섰다.


그렇게 열린 판문점의 봄은 전쟁의 위기로 치닫던 남북관계를 일거에 평화무드로 바꿔놓았다. 온 겨레의 가슴에 한껏 부푼 봄날의 꿈을 마음껏 꾸게 했다. 그 꿈은 희망찼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날 겨레의 마음 한 구석에는 그 꿈에서 깨어날까 두려운 마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지난 해 427일 그 날 남북 두 정상의 첫 만남은 예 달랐다. 35살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판문각 계단을 내려 남측 판문점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내려 분단의 선 앞에 섰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어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그 분단의 선을 넘어섰다. 이어 그는 이내 다시 문재인 대통령을 이끌어 넘어온 그 분단의 선을 다시 넘었다. 그 모습은 단지 이 겨레의 가슴에만 남아 있지 않고, 그것을 지켜본 온 세계인의 가슴에도 인장처럼 새겨졌을 것이다.


남북 두 정상의 그 같은 행보는 온 겨레로 하여금 70여 년 동안 이어졌던 남북분단의 선인 그 분단의 선이 이내 지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단을 하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만남은 무려 70여년 적대관계를 이어왔던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두 달 여 뒤인 2018.6.12.자로 미국과 북한의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6.12 싱가포르 선언을 발표하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로부터 8개월여 뒤인 20192월 미국과 북한의 두 정상은 다시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8개월 여 기간 동안 우리는 봄날의 화려한 꿈을 꾸었다.


저 부산 역에서 북녘을 관통하여 달리는 대륙 횡단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이 땅 한반도에 영원한 평화를 안착시키고, 거대한 부를 안길 것이라고.그러나 지난 2, 우리의 그 꿈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주했던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서는 그 순간 이미 깨졌다. 우리가 깰까 두려웠던 그 꿈에서 깨어나고 만 것이다.


사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말을 했을 때, 우리는 그 의미를 깊이 되새겨야 했다. , 김정은 위원장의 그 말은 바로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예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청와대는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채, 그저 낙관론으로 일관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늦은 저녁, “No-Deal"이라는 말이 세계를 향해 전파를 탔을 때, 정작 당황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청와대였을 것이다.


그로부터 또 한 달, 북한은 4.27 파문점 선언에 따라 설치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상주하던 인사를 모두 철수했다. 상부의 지시라는 말만을 남긴 채였다니, 예나 지금이나 소통을 할 수 없는 집단이 바로 북한 공산집단이다.


이제 그 사실을 청와대만은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한다. 우리는 그 사실이 두렵다. 한반도에 조성된 평화무드 때문에 우리는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느슨해져버렸다. 북은 핵무기를 가진 핵 강국의 반열에 있다.


이로 인한 남북한 간의 비대칭 전력을 지금 당장 우리만의 힘으로는 극복할 방법이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70년 굳건했던 한미동맹에 한 겨울 꽁꽁 언 저수지 얼음 갈라질 때 나는 그 소리가 우리의 귓전에 맴돈다.


이게 현실이고 보면, 우리의 청와대가 취할 마뜩한 스탠스가 없다. 권투 선수의 훈련용 샌드백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 쪽에서 치면 저리 밀렸다가 저 쪽에서 치면 이리 밀릴 수밖에 없다. 중심을 잡고 서서 무언가 해야 하지만, 어느 쪽에서 펀치가 날아들지 몰라 당황한 나머지 눈알만 굴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지난 해 4월의 봄날은 예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왔건만 그 때 온 겨레가 꾸었던 그 봄날의 꿈은 한낱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참으로 씁쓸하다.


이 화려한 4월의 봄날은 가는데, 부산 역을 출발해 북녘 땅을 관통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었던 꿈의 열차 대륙횡단 열차가 내 생전에는 그 출발선에조차 설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나의 가슴을 옥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청와대는 지금 나보다도 더 크게 당황하고 있지 않을까한다.


칠천만 온 겨레의 가슴에 꿈을 지피다만 지난해 4월의 실없는 그 기약이 적잖이 야속하다.

20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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