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12-05 22:57:23
  • 수정 2018-12-05 22:58:52
기사수정


▲ 정득환 논설위원/대기자


대통령의 지구 한 바퀴돌기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을 보면, 참으로 고되지 싶다. 간혹 언론에 조명되는 대통령의 모습은 분명 영광되고, 참으로 멋져 보인다. 하지만, 치열하게 짜인 일정을 모두 다 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록 곁에서 보지는 많았지만, 대통령의 업무는 정말이지 고되지 싶다.


특히 대통령의 연이은 해외 순방은 그 같은 대통령의 일정 중에서도 가장 고된 일정이 아닐까 한다. 지난 30, 브라질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G20 정상회의 참석차 문재인 대통령은 56일 일정으로 해외 순방에 나섰고, 지구 한 바퀴를 돌아 4일 귀국했다.


이렇듯 이번 대통령의 해외 순방 거리가 지구 한 바퀴를 돈 것이니, 예순다섯의 대통령으로서는 고된 일정이 아닐 수 없다. 비행기를 자주 타본 사람이면, 내가 왜 이 말을 하는지 상당 정도 이해할 것이다.


어느 해인가 미국 방문길에 오르며, 비행기 속 13시간이 얼마나 길고 지루한 시간인지를 나는 체감했다. 그 일 이후 나는, 두 번 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고,


다시 오를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다시는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7곱 시간 거리의 싱가폴은 다녀온 적이 있다. 기내에서의 그 7곱 시간 역시 내게는 미치도록 지겨운 시간이었다.


지금도 인천공항에서 미국 엘에이(L.A)에 이르는 13시간의 비행은 내 기억에 정말 참지 못할 시간으로 남아 있다. 대통령의 연이은 해외 순방은 공군 1호기라는 대통령 전용기 속이라고 하여도 그 속에 갇혀 있는 점은 내가 탔던 보잉 707 기내와 매한가지 아니랴.


물론 대통령은 그 속에서 중요한 일정을 소화하는 등 할 일이 너무도 많아 지루할 틈이 없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으로서 다음 행선지에서의 일정을 다 소화하자면, 참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때에 땅에 발을 딛고 서 있을 수가 있어야 편하다. 그런데 비행기 속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더구나 비행기 속은 기압 차이 때문이기도 하고, 갇혀 있는 데서 오는 압박감으로 인해 배에 가스가 차는 등 소화 또한 잘 안된다.


자연히 속이 더부룩하고, 매스껍기도 하며, 오금이 저리기도 한다. 저린 오금은 참아내기 정말 어렵다. 그렇다고 비행기 기내에서 마치 내 집 안방처럼 그곳에서 마냥 서승일 수도 없다.


한 해 동안 평균적으로 대통령이 비행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을 측정하면,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생각을 하면, 내 마음이 미리 아득하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내 곁에 있다면, 그 같은 대통령 일상의 소회에 대해서 한번 묻고 싶다.


과연, 어떠하시냐? 미칠 것 같지 않으시냐? 대통령이라 겉으로 표현은 못 하지만, 속으로 참으로 많이 힘들다 할 것 같다. 더구나 예순다섯의 나이면, 중력의 존재를 온몸으로 느낄 때다.


중력의 존재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곧 육체의 피곤함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대통령직은 깊은 사명감이 없으면, 수행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국가권력의 중심축인 것은 맞다.


대통령직은 그만큼 화려해 보인다. 온갖 호사를 다 누릴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끝없이 판단해야 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은 정말 힘들기 마련이다.


그 같은 대통령의 결단에 수많은 국민의 각기 다른 이해가 매여있다. 마음 편히 잠을 자기는커녕, 커피숍에서 허망하게 창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실 여유가 대통령에게는 사실상 없다.


한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위한 일정은 국민 삶과 직접 연동된다. 문제는 여기 있다. 그 같은 일정을 소화하는 대통령이지만, 그 대통령의 일정 소화와 경제 곧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국내 경기가 결코 맏 물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는 경제의 길이 있다. 이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시장경제이고, 신자유주의 경제다. 시장경제와 신자유주의 경제의 핵심은 역시 경쟁이다. 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경제 낙오자의 양산 곧, 소득의 양극화이다. 소득의 양극화 현상을 놓고, 정의롭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문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정의롭지 못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곧 대책이 소득주도 성장을 밑바탕으로 하는 공정경제, 혁신경제다. 특히 혁신경제의 핵심은 제도개혁을 통해, 부가 양극단으로 흐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득주도성장을 구현할 구체적인 정책이 일자리 확대정책이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그 일환이다. 그리고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의 소득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인상했다.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발은 의외로 드샜다. 문재인 정부의 예상이 빗나갔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가 소득을 기준으로 볼 때 다층구조인 사실을 간과했다. 소위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곳은 중소 혹은 영세자영업자 내지는 아주 작은 소상공인들이었다.


그들이 하는 일의 수익 구조상 노동자들에게 시간 당 만 원을 지급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고정비용을 더 투입하면, 그보다 훨씬 작은 비용으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바로 인력을 대체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미 상당수 체인점 특히 프렌차이즈는 상품 주문을 기계가 받는다. 사람을 쓰는 것보다 기계를 쓰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더 유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강력하게 추진했던 일자리확대 정책이 국민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의 경제 사회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더구나 근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남북관계 개선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경제 정책이 길을 잃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령탑이 전격 교체된 데 따른 혼란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중장기 산업정책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할 때이다.


하기야 앞서 제기한 문제처럼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생각하면, 대통령으로서는 국내 경제에 집중할 시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는 대통령이 국내 경제문제만은 경제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이유로 보인다.


지구 한 바퀴를 닷 세에 걸쳐 돌고 온 대통령의 몸은 지쳐 있을 수밖에 없다. 지친 몸을 이끌고, 국내경제문제를 진단하고, 옳은 처방을 내리기에는 대통령 한 몸으로서는 너무나도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께서 국내 경제문제만은 경제전문가들에게 맡기시기 바란다.


사족을 덧대면, 문재인 대통령께서 청와대 내에 경제100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대내외 경제문제를 책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2018.12.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orldnews.or.kr/news/view.php?idx=2169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