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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2-18 00: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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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추도 행렬 김수환 추기경이 남겨 놓은 ‘사랑과 용서의 힘’에 대한 믿음은 가톨릭 신자와 일반 시민이 다르지 않았다. 17일 김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조문객의 행렬이 대성당 들머리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서울신문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추기경 김수환은 바보다. 하느님의 사랑을 마음 깊이 깨닫지 못하고 사니까.” 생전에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을 ‘바보’라고 불렀다. “바보가 세상을 구원한다(바보같이 남을 도와야 세상을 구원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김 추기경이 세상에 던진 ‘바보의 사랑’이 잔잔한 감동과 메시지로 다가오고 있다.

2002년 아호인 ‘옹기(甕器)’에서 이름을 따 만든 옹기장학회는 그가 몸소 실천해온 사랑과 나눔의 결정체다. 명동성당 박신언(몬시뇰) 주임신부가 김 추기경의 세례명을 따 ‘스테파노 장학회’를 만들자고 했을 때 추기경은 말없이 ‘옹기’란 이름을 내놓고 자신의 재산을 기부했다. 옹기는 김 추기경의 부모가 옹기 장사를 하며 당시 박해 받던 천주교를 전파한 데서 연유한다.

옹기장학회는 사제들이 특별히 마련된 옹기에 십시일반으로 모금활동을 벌여 가정형편이 어려운 신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2002년 설립 이후 지난해 8월까지 87명의 학생에게 1억 8000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지난해 가을 장학금을 받은 권오영(28·가톨릭대 6학년)씨는 “장학금을 주시면서 ‘옹기는 보잘 것 없고 쓸모 없어 보이지만 사실 가장 쓸모 있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옹기 같은 사제가 돼 달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우리나라 장기기증 문화를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89년 제44회 세계성체대회에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기증을 약속해 당시엔 생소했던 장기기증문화를 널리 알렸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통계 자료를 보면 김 추기경의 장기기증 약속이 알려지면서 1991년에 229명이 장기기증을 약속했고 매년 증가해 2008년에는 250여배 증가한 5만 8926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김소정 간사는 “추기경의 각막 기증 소식이 전해지면서 평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장기기증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는 “공동체가 파괴된 우리 사회에서 추기경은 바보같이 남을 도운 사람들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떠났다.”고 말했다.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도 “김 추기경은 자화상으로 바보를 그렸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약삭빠른 계산을 떠나서 진심으로 돌아가는 바보스러운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면서 “그분처럼 우리도 바보가 되자.”고 했다.
<서울신문 박성국 최재헌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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