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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1-29 11:06:23
  • 수정 2016-06-16 09: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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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핀랜드화는 막아야 한다.

핀랜드 화(finnlandisierung)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핀랜드가 20세기에 러시아의 압도적인 영향 아래 주권의 손상을 감수하면서까지 생존한 경험을, 현대사에서는 핀랜드화라고 기록하고 있다. 즉 약소국가가 강대국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대국을 이웃한 국가는 핀랜드가 걸어온 길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 한다.
러시아(소련)와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랜드는 러시아와 두 차례의 전쟁에서 패전, 러시아의 요구로 ‘강화조약’을 체결했다.

1939년 11월 러시아의 무리한 요구를 핀랜드가 거절하자 러시아는 핀랜드를 전격적으로 침공했다. 이른바 ‘겨울 전쟁’이었다. 1940년 3월6일 핀랜드와 러시아는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소련이 요구한데로 핀랜드 영토의 12%를 소련에 내어주고 살라지방 바렌츠 해의 킬라스타얀사렌토 반도, 핀랜드만의 섬 4개를 러시아(소련)에 빼앗긴 것이다. 이밖에도 항코 반도도 소련의 군사기지로 30년간 조차했다. 이로써 1차 겨울전쟁은 종결되었다.

1941년 6월 독일이 소련을 공격하자 핀랜드는 독일 편으로 전쟁에 휘말렸다. 1944년 독일군이 패하자 핀랜드는 러시아의 요구로 강화조약을 체결하면서 핀랜드 동쪽영토 2300평방km를 또 러시아에 빼앗겼다.

이러한 굴종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핀랜드는 소련에 대해 적응적 묵종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소련과 우호관계를 맺었으며 그 과정에서 주권이 허약해지는 상황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응적 묵종을 통해 핀랜드가 소련에 치른 대가는 매우 컸다. 그 실례 3가지만 보면,

1. 영토의 12%를 소련에 빼앗기면서 이 지역주민 40만명을 이주시켰다.

2. 핀랜드는 냉전에서 중립적 입장을 추구하도록 했으며 특히 대통령이나 각료의 인선에는 소련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다.

3. 소련이 핀랜드의 언론을 검열하지 않았으나 핀랜드는 소련이 싫어할 글은 스스로 검열했다.
이밖에도 핀랜드에 굴욕적인 사안들이 더 있으나 생략한다.

이렇게 해서 핀랜드의 소련에 대한 굴종은 필요한 수준을 훌쩍 뛰어 넘었다. 현대사는 어느 국가이든 핀랜드화는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게 되고 사회 정체성을 허물고 도덕적 확립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약소국들이 연합해서 강대국의 전횡을 약화시키기도 한 사례는 있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에는 약소국이 없어 연합하기도 어려운 국제적 환경을 안고 있다.

중국의 국력이 강해지는 상황이 미국과 일본을 긴장시키는 한 동북아의 평화는 정착하기 어려운 것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이다.

특히 초강대국 으로 부상한 중국과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에 중국의 음습한 그림자가 드리울 때 한반도의 핀랜드화가 가능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한국은 이미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그래서 중국이라는 새로운 이웃과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한반도의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중국이 한반도를 핀랜드화로의 정책을 추구하려 하고, 그리고 미국이 한반도를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 놓으려는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포린어페어스 2008년 7,8호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이 발표한 ‘국익을 다시 생각함’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한국은 멀지 않은 장래에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블록에 편입될 것이라고 경고 한바 있다.

동북아의 정세가 이런대도 이 정세를 직시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반미나 외치거나 흔들리면 한반도의 위상과 운신의 폭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중국의 이런 상황은 지정학적 요인 뿐만 아니라 경제적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핀랜드 화의 가능성은 이제 실질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중국이 한반도에 대해 노골적으로 제국주의적인 행동을 할 때 미국이 과연 중국에 맞서면서 한국을 보호할 것인가? 그 대답은 비관적 이다.

미국의 정치적 의지가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세가 한반도를 덮친다면 한반도의 통일은 그 만큼 더 어려워질 것이다.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은 어떤 것들이 있나?

첫째. 한국은 지정학적 조건에 따라서 공세적 자세를 견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국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둘째. 우리가 중국과 선의로 맞서는 것은 중국에 대해 적응적 묵종의 협상력을 한껏 배양해야 한다.
적응적 묵종의 전략적 개념은 “양보와 대항력”이다.

셋째.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최근에 있었던 한 포럼에서 한국은 중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중국 공포를 이겨내고 한미동맹의 근간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면서 우리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넷째. 대항력(對抗力)은 외교적, 군사적, 그리고 국민적 대항력을 크게 키워야 한다. 이 길만이 살길이다.

다섯째.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괴로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인정하는 도덕적 용기가 있어야 한다.

여섯째. 강대국에 합리적으로 대항하려면 그 동안 배양한 대항력을 한껏 발휘해서 양보를 크게 줄이는 ‘적응적 묵종’의 전략이 필요하다.

일곱째. 모든 국민이 ‘핀랜드’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숙지할 필요가 있다.

한 국가의 힘이 커지면 주변 약소국가는 강대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중국의 강대화가 한국, 일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 속에서 주변 4강에 둘러싸인 한국은 늘 생존전략에 고민해야 한다. 중국 제국주의의 위험성은 필연적으로 압제적 공격적 행태로 표출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한국에 대해 유형무형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며 적응적 묵종을 요구할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으니 근공원교(近攻遠交)의 지혜 속에서 우리의 살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본 칼럼은 복거일 저서 :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에서 인용한 부분이 있음을 밝힌다.


글 : 이팔웅 논설위원 (18) 2016.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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