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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6-23 10: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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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22일 언론이 일제히 한일관계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국교 정상화 기본조약과 부속(附屬) 4개 협정을 맺었던 1965년 6월 22일 박정희 정부의 선택은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함께 한국의 오늘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선택 중 하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식민지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돼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섰던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미래’를 강조하며 불가피성을 설파했고, 당시 세계 경제대국 2위 수준의 일본과 손을 잡았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결단을 내린 뒤 흔들리지 않고 끌고 가는 리더십은 현재의 민주주의에서는 보기 드문 리더십일 수밖에 없다.

50년 전에도 손을 잡고 동반 성장했던 한일이 과거의 역사에 매여 헛바퀴를 돌리는 것으로 시간만 보낼 수 없다는 게 언론의 문제의식이다.

-조선일보 “한일국민 이성의 나침반 따라간다면 진정으로 손을 맞잡을 것”

조선일보는 22일 사설 <'未完의 한·일 50년' 두 국민 결단에 새 半세기 달렸다>에서 먼저 “21일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과 회담을 갖은데 이어 22일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서울과 도쿄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하기로 한 사실을 전했다.

신문은 이어 격렬한 반대속에 한일국교 정상화 조약과 협정이 1965년 6월 22일 체결됐던 당시를 언급하면서 “한국은 1년 예산 3억2000만달러, 1인당 국민소득 105달러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반면 일본은 독일을 제치고 GDP(국내총생산) 세계 2위 진입을 목전(目前)에 둔 나라였다”며 “현격한 국력 차 위에 체결된 국교 정상화 조약은 처음부터 불완전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구권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10년에 걸쳐 무상(無償) 3억달러, 유상(有償) 2억달러를 받았다. 정부는 이 돈을 포항제철, 경부고속도로 등 사회 기간시설 건설과 원자재 도입에 썼다. 이 10년 동안 수출액은 약 30배, 1인당 국민소득은 6배 늘었다.”면서 “그러나 조약에서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를 명확하게 해두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화근(禍根)으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50년간 한국이 일본과의 현격한 차이를 좁히면서 오는 동안 일본은 우경화의 길로 들어선 점, 미·일과 중국의 갈등관계 속에서 여전히 일본이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사이에 도저히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갈등이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관계는 이어 나가는 것이 양국 모두의 국익이란 것도 변하지 않는 외교 진리다. 대화 속에서 일본의 자세를 규탄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완(未完)의 한·일 50년은 이제 갈림길에 서 있다. 앞으로의 50년이 과거 답습이 아닌 새로운 반세기가 될 수 있느냐는 한·일 양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며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 의지해야 하는 길잡이는 감정이 아니라 냉정한 이성이다. 두 나라 국민이 이성의 나침반을 따라 걸어간다면 역사의 어느 길목에서 진정으로 손을 맞잡게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한일관계 정상화가 필요한 건 국리민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

동아일보 역시 <국교수립 50년, 한일관계 정상화 미룰 수 없다>를 통해 “현재 한일관계가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냉랭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활발한 경제협력과 민간교류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것은 최고지도자들의 언행”이라며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역주행, 한국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본 국왕 사죄발언,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사 문제 해결’ 전제 강조 역시 한일관계를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한일관계의 ‘정상화’가 필요한 것은 두 나라의 전략적 협조가 국리민복(國利民福)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두 정상의 교차 참석이 양국의 갈등 해소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문은 “한일관계의 완전한 회복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출발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가 종전 70주년을 맞아 8월에 발표할 담화는 양국 갈등 해결에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올 3·1절 기념사에서 제시한 ‘한일 미래 50년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한국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50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난관을 무릅쓰고 정상화했던 한일관계를 박근혜 대통령이 회복함으로써 ‘아버지의 부정적 유산’을 극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전부 아니면 전무 식 극한대결로 양국관계 파탄 모는 건 죄악”

중앙일보 역시 이날 <한·일 정상의 수교 50주년 리셉션 참석을 환영한다>를 통해 한일관계 정상화를 촉구했다. 신문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반이 다 되도록 양국 간에는 정상회담 한 번 없었다.”며 “독일과 프랑스 정상처럼 누구보다 자주 만나야 할 사이다. 이런 비정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감정도 악화되고 있다. 일본에 호감을 느낀다는 한국 국민은 6%, 한국에 호감을 느낀다는 일본 국민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싫든 좋든 이웃하고 살 수밖에 없는 한·일 관계가 이렇게 가는 것은 서로에게 손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한쪽만의 책임이라고 하기 어렵다. 경중(輕重)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양측 모두의 책임”이라며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 온 양국 지도자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이든 개인적 신념 때문이든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극한 대결로 양국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은 죄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양국 지도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며 “국교정상화 50주년의 의미를 되살려 진정한 화해와 협력으로 가는 돌파구를 양국 정상이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른바 진보언론에서는 경향신문만이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해 양국관계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사설로 싣지 않았다.

-경향신문 “정부 위안부 문제와 한일 정상회담 분리해야”

경향신문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 이대로 넘길 수 없다>를 통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과제가 쌓인 양국의 이 같은 갈등 심화 현상은 사실 낯선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사실 1965년 한·일 간 청구권 협정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당시 권위주의 체제로서 가난한 약소국이었던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과거사 사죄를 받아내지도 못했고,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보장받지도 못했다. 일본군 위안부, 조선인 강제 징용 문제도 배제되었다.”면서 “개발자금이 급했던 한국 정부는 그걸 따질 여유가 없었고, 그래서 적당히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불균형적인 국교 정상화는 양국 간 진정한 화해를 토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 해도 그런 과거의 한계가 50년이 지난 오늘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아 대화도 못하는 현실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며 “한·일은 이 협정의 토대 위에 벌써 50년의 관계를 축적해왔다. 화해하고 협력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아베 총리의 엇나가는 행보를 지적한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정부가 그동안 아베 총리를 자꾸 밀쳐내려 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며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사실상의 양국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삼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정상회담이라는 단기 목표와 연계할 경우 정상회담도 어렵고, 위안부 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 위안부 문제는 당장 며칠, 몇주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상회담과 위안부 문제의 실질적 분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어제 처음으로 도쿄를 방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과 회담을 했다. 외교부 장관이 그동안 도쿄를 가지 않았다는 건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라며 “늦었지만 50주년은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도 좀 더 노력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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