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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5-30 14: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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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라지만 타협해선 안 될 타협(야합)들이 국회에서 왕왕 벌어지고 있다. 여야가 타협의 정치를 위한 것이라는 그럴듯한 논리로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이 실제로는 국회를 아무것도 못하는 식물국회로 만든 것처럼 이번엔 행정부마저 식물로 만들 위험성이 높은 국회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최근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법규 명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국회법 개정안(98조2항)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언론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거론될 지경이다.

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모든 행정입법에 간섭하는 게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행정부에 트집잡을 법적 명분을 준 이상 야당의 발목잡기가 예상된다. 국회선진화법이 국회를 식물화했듯,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간섭과 월권의 빌미를 주게됐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시각이다.

30일 일부 언론은 이 같은 문제점을 적시해 문제 삼았다. 특히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타협이란 명분에 사로잡혀 여당 지도부가 타협해선 안 될 부분까지 타협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가장 강력 비판한 동아일보 “대통령, 거부권 행사하라”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식물정부’ 만들 위헌적 국회법,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해야>를 통해 “여당이 어제 오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야당과 ‘거래’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를 식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황당한 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회법 개정안 내용을 소개한 뒤 “당초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법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연계 처리할 것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회는 시행령 수정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국회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만들자’고 합의해 줌으로써 결국 국회법을 바꾸게 된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는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어긋나는 경우에만 시행령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지 모든 행정입법에 간섭하는 게 아니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지만 착각이고, 순진한 생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경제활성화나 민생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힐 경우 정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으로 재량을 행사해 일을 처리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야당은 이런 조치를 막을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실제로 국회를 식물로 만든 현실을 언급하고, 또한 “정부가 만든 행정입법 내용을 입법부가 직접 심사하고 그 변경까지 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한 것은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부의 행정입법권 침해”라고 반발한 청와대의 입장을 전한 뒤 제정부 법제처장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헌법의 범위를 넘어서 행정부를 통제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적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그러면서 “식물국회도 모자라 식물정부를 만드는 위헌적 법안에 동의해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국회법 송부에 앞서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해줄 것을 국회에 요구하면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으나 모호하게 말할 일이 아니다. 헌법 제53조에 따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침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비주류 지도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거부권 행사를 포기한다면 두고두고 행정부를 ‘국회의 시녀’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회에 다시 한번 숙고를 요청하되 그래도 안 될 경우 거부권을 통해 국회의 입법독재를 견제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행정부의 교묘한 입법 침해 깨알같이 지적하면서도 “국회법 개정안 철회” 주장

중앙일보 역시 이날 <끼워팔기한 국회법 개정안 철회하는 게 마땅>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핵심은 정부 시행령 등 ‘행정 입법’에 대해 국회가 과도하게 입법권을 행사하는 건 입법·사법·행정부의 권한을 분립시켜 놓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헌법과 법률 간 충돌로 인해 혼란이 초래된다. 헌법엔 ‘대통령은 법률에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75조)는 조항과 ‘국무총리 또는 행정 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95조)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 뒤 “그런데도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한다면 입법부가 행정부의 고유권한까지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 과도한 권한 행사이고, 입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리 과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국회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조건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끼워넣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고치지 않으면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버티는 야당의 ‘연계 전술’에 새누리당이 백기를 들어 벌어진 일”이라고 꼬집으며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면 별도의 논의기구를 통해 처리할 일이지 국민이 잠든 새벽에 ‘끼워팔기’로 졸속처리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신문은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행정부가 모법(母法)의 정신과 취지를 뛰어넘는 시행령으로 법 취지를 거스르거나 행정 권한을 교묘하게 강화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규제 완화가 대표적 케이스”라고 그간 행정부의 집행 태도도 지적하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차분한 논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게 성숙된 국회의 모습이다. 그러려면 위헌 논란이 있는 국회법 개정안부터 철회하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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