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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4-06 21: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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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들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진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위원장 이상철)는 3일 국가인권위원회, 국회인권포럼과 공동으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남북이산가족 문제해결 방향의 새로운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총 19회의 이산가족상봉이 이루어졌으며 상봉행사에서 헤어졌던 가족을 만난 사람은 약 2천여명이었다. 그 동안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약 13만명에 이르렀고, 그 중 지난 15년 사이 약 6만여명이 고령 등으로 사망하였다. 이산가족 1세대들의 자연적 수명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관한 논의의 시기가 늦추어진다는 것은 그것이 영원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총 19회에 이른 이산가족상봉조차도 순수한 인도적 차원 또는 남북이산가족들이 겪는 인간적 고통의 해소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 홍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한 협상용 카드로써 이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2박 3일 또는 3박 4일로 이루어진 상봉은 1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상봉에 참가했던 이산가족들에게는 동숙(同宿)이 허용되지 아니하였다. 북측은 상봉에 참가한 이산가족들이 헤어진 뒤에는 서로 만나는 것은 고사하고 서신교환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재북 이산가족들을 북측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엄선하여 내보내었고, 그렇게 엄선된 재북 이산가족들은 만남의 장에 나와 북한 체제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자주 연출하였다. 게다가 북한은 재북 국군포로와 납북어부를 내보내어 그들로 하여금 억류나 납치 등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게 하는 등 비인도적이고 반인권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북한은 북측 이산가족을 남측 이산가족으로부터 금전을 구걸해가는 앵벌이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남북 적식자회담 초기 남북간에는 합의에 따라 남측 이산가족들이 북측 이산가족에게 5백 달러 이내에서 전달해주는 것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북한당국은 재북 이산가족들로 하여금 5백 달러가 아니라 수천 내지 수만 달러의 미국 돈을 받아 올 것을 요구하는 것이 상례였으며, 이에 관한 증언이 많이 나와 있다.

또한 북한은 매번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해주는 댓가로 쌀 또는 옥수수 등 양곡과 비료의 제공을 요구하였고 남한은 이런 요구에 응해주었다. 대북 쌀 및 비료등은 이산가족 상봉의 반대급부로써 북측에 전달되었다. 남한 정부는 이산가족상봉을 대북관계의 치적쌓기용으로 이용한 면이 많았고, 북한은 이를 남한 정부로부터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

모든 외교협상의 원칙은 상호주의이다. 상호주의란 양당사국이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등가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즉, 상호간에 주고 받는 것이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요구하는 것 또는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어느 한 쪽에게 현저하게 기울어진 협상은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처럼 상호주의 원칙에 크게 위배되어 체결된 것을 우리는 늑약이라고 부른다.

남한이 북한을 상대로 벌이는 외교협상은 타국을 상대로 벌이는 그것과는 다소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타국과 달리, 민족적 동질성이라는 특수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특수한 요소를 고려하여 나온 외교협상방식이 바로 `유연한 상호주의`이다. `유연한 상호주의`란 상호주의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어느 정도의 융통성이 허용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융통성은 건설적인 남북관계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한이 북한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관용적 양보가 허용된다는 뜻이다.

그 동안 이루어진 이산가족상봉은 외교협상의 대원칙인 상호주의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이산가족상봉에 관한 남북외교협상방식은 매우 간단명료한 것에 속한다. 상호주의에 입각하면 남한이 북한에 대해 요구하는 것과 북한이 남한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 등가여야 한다.

이산가족상봉이라는 의제에 있어서 상호주의란 `남한이 재남이산가족의 숙원을 풀어줄 것을 북한에 요구하는 것`과 `북한이 남한에 대하여 재북이산가족의 숙원을 풀어줄 것을 남한에 요구하는 것`이 서로 등가관계를 이루는 것이다. 남북한이 서로에게 대하여 등가의 요구가 충족되도록 만남의 장을 만드는 것이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이산가족상봉인 것이다. (남한의 요구 = 북한의 요구)

북한은 타국과는 달리, 같은 민족이라는 특수한 요소때문에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외교협상방식은 `유연한 상호주의`까지도 허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유연한 상호주의에 있어서 알파( α)가 허락되는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인가가 문제될 수 있다. (남한의 요구 = 북한의 요구 + α)

여기에서 알파는 북한 당국이 재북이산가족으로 하여금 재남이산가족에게 500달러 한도에서의 금품을 요구하는 것, 상봉의 場에 나와 북한 체제에 대하여 자랑하는 것 까지일 것이다. 지속적 남북관계유지를 위하여 그 정도의 관용적 양보는 유연한 상호주의 원칙상 충분히 허용가능하다. 그러나 그 정도를 넘어서서 대규모의 쌀이나 비료, 금품을 요구하는 것은 상호주의 또는 유연한 상호주의를 크게 벗어나는 것이므로 허용가능하지 않다.

과거의 남한 좌파정부는 대규모의 쌀이나 비료,금품제공은 남한이 북한을 상대로 다른 의제로 협상을 벌일 때 써야 할 카드임에도 (유연한) 상호주의를 넘어서면서까지 써버리는 바람에 스스로 자신의 대북협상용 카드를 허무하게 없애버린 꼴이 된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나쁜 외교협상행태를 지속적으로 용인해줌으로써 그들 입맛대로 협상에 임하는 나쁜 행태를 키워준 꼴이 되었다.

우파세력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후, 이명박 박근혜정부는 좌파의 그와 같은 외교협상방식을 버리고 (유연한) 상호주의원칙에 입각하여 남북문제를 풀어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남한정부는 더이상 북한이 그동안 취해왔던 나쁜 외교협상태도를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고지하였고, 북한이 `성의있는 태도`로 나올 때에만 남한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하여 박근혜 정부의 대북관계원칙은 `북한으로 하여금 성의있는 태도를 갖게 하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동안의 남한 좌파정부는 `유연한 상호주의`를 넘어서면서까지 북측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주었기 때문에, 그 와같은 외교협상행태는 대북관계의 치적쌓기용이라는 비난을 받아 온 것이다. 북한 정부도 이산가족상봉의 본래의 목적이 이산가족의 숙원을 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남한 정부를 주무르기 위한 수단으로 써왔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만약 북한이 다른 목적이 아닌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임했다고 강변한다면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서신교환등을 허용했어야 했다.

. 지금까지 우리는 이상가족상봉문제를 남한 대 북한이라는 양 당사자 사이에서의 외교협상으로 풀려고 하였다. 15년동안 이산가족상봉문제를 남한 대 북한의 1:1 외교협상으로 노력해봤으나, 북한의 나쁜 외교협상태도를 제어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남북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본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은 이산가족상봉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풀 것을 정부에 제안하였다. `남한 정부가 나쁜 외교협상행태로 나오는 북한을 직접상대하는 방식`보다는 `남한정부가 국제기구에 이산가족상봉을 요청하고 국제기구가 북한정부에게도 그와 같은 요청에 임할 것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직접 상대로는 생떼를 쓰면서 상호주의를 넘어서는 요구를 할 수 있겠지만, 제 3자에 해당하는 국제기구를 상대로는 그와 같은 생떼와 상호주의를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의 이산가족문제의 해결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본 토론회에서 제안한 새로운 방식의 이론적 토대는 다음과 같다. (1)남한과 북한은 국제인도법( 제네바협정)에 모두 가입되어 있다는 점, (2)이산가족문제를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해결로 접근하면 해당국가의 선의와 성의에 따라 좌우되는 임의성에 따르지만 국제법규에 따라 인권차원의 문제해결로 접근하면 유엔을 최상위 기구로 하는 국제기구와 국가간 제휴 및 연대를 통하여 상당한 강제성을 띠게 된다는 점. (3) 특정 국가에서 인권유린이 일어났을 때 `국제사회의 인도적 군사개입에 대하여 내정불간섭주의`라는 반대논리로 맞서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본 건은 군사개입이 아닌 국제사회의 평화적인 인도적(인권적) 개입 또는 권고일 뿐이므로 북한이 그것에 맞설 마땅한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외교협상태도에 있어서 북한은 기본적인 양식마저도 갖추고 있지 않은 `질 나쁜 상대`에 속한다. 그런 질 나쁜 상대(북한)와 무작정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는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질 나쁜 상대(북한)로 하여금 성의있는 태도를 갖추도록 만들기 위해, 남한과 미국내에서 `전략적 인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 동안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하여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던 것은 남한의 원칙없는 대북외교협상방식에 기인한다. 무원칙의 대북외교협상방식으로 말미암아 북한으로하여금 남한을 상대로는 `그 어떤 것도 내어주지 않거나 단지 생색내는 정도의 조그만 것만 내어주고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무성의한 협상태도`를 키워주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북외교원칙으로 (유연한) 상호주의를 분명히 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어떤 성과가 나오지도 않을 것이 뻔해 보이는 데도, 무작정 남과 북이 만나 아무 의미없은 회담만 갖은 것은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성의없는 태도`에는 그 어떤 보상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북한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남북 쌍방이 모두 남북문제에 대하여 성실하게 임할 때만이 진전된 남북관계를 건설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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