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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1-02 16: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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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해,
붉음을 앞세워 동이 터 올랐습니다.
행여 누가 눈여겨보지 않을까 색깔을 대동한 것입니다.
붉게 타오르면,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서 사람들이 흠칫 쳐다보는 것입니다.

타올랐으니 붉음은 던지고서,
마치 굴뚝의 연기인 듯 하얗게 중천을 밝힙니다.
타오를 때 보다는 덜 진하지만,
석양에 이르러 한 번 더 붉음으로 천하를 호령하는 것입니다.
사라지기 위한 숨 가쁜 호흡인 것입니다.

누가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굳이 막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이 시간인 것입니다.
그것이 세월인 것입니다.
 
2014년 갑오년 한 해가 그렇게 저물었습니다.
정작에 태양은 숨 가쁘지 않은데,
인간만이 휘청거리면서 보낸 한 해였던 것인가 봅니다.
휘청거렸으니,
새해엔 중심을 잡아서 제대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새해엔 또 자랄 것입니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간은 다가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흘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다가오기에 그 자양분으로 소망도 꿈도 자라나게 할 것입니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지만,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강과 산을 변화시킵니다.
강은 물을 흘려보내지만,
들과 산을 풍성하게 하는 것입니다.
산은 풍성하여 진 숲을 통하여 또 다시 강에 마르지 않는 물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쌓여서 곱습니다.
제 철의 푸름도 지나고 나면 낙엽이 됩니다.
바람결을 타고서 뒹굽니다.
흩뿌려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쌓이는 것입니다.
쌓여서 혹한의 땅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입니다.
봄에 희망의 싹을 튀우는 자양분이 됩니다.

새해맞이 흰 눈이 내렸습니다.
쌓여서 산하를 덮었습니다.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눈입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방법을 통달한 것입니다.
 
소리를 내면서 내리면,
너무 신이 난 아이들이 잠 이루지 못할까 배려를 한 것입니다.
곤하게 자야 키가 크는 아이들이,
눈 때문에 키가 크지 않을까 세심한 배려를 한 것입니다.
 
눈 때문에 소나무가 휘청거립니다.
그 많은 눈의 무게를 이고서,
마치 5일장에 나가는 지게꾼 같습니다.
짐꾼은 내려놓고서 쉬기도 하고,
장에 도달하면 짐을 다 비울 수 있지만,
눈을 머리에 인 소나무의 힘겨움은 비워지지 않는 것입니다.
 
토끼몰이에 나선 아이들입니다.
막대기로 소나무를 툭툭 칩니다.
아이들의 장난기가 소나무에게 가벼움을 선사한 것입니다.
한 웅큼의 눈이 쏟아져 내렸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 하여도 내려놓았으니 그 만큼이나 가벼워진 것입니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누구라도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얼마나 더 많은 눈이 내릴 것인지,
그렇게 하늘을 예측하려고 올려다보는 것입니다.
올려다보게 하였으니 눈이 하늘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한 것입니다.
하늘을 떠나서 하늘에 보답을 한 것입니다.

경청하는 것,
그것은 경외심에 통합니다.
쏟아내는 말을 들어 준다하여 고민이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어 후련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건드려서 소나무는 비록 조금 내려놓았지만,
그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가벼워지는 것과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눈은 서로 통합니다.
눈은 산과 강을 덮어서 천지를 하얗게 만듭니다.
흰 세상이니 탁함이 없어진 것입니다.
아이들이 눈을 좋아하는 것은 하얀 눈과 같이 아직 탁함을 모르는 천성 때문입니다.

얕은 이익이 먼저인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것도 내려놓지 못하고서 아등바등하는 세상입니다.
주먹을 움켜쥐면 물이 다 세어나가게 됩니다.
손을 벌려 놓으면 물이 세어나가지 않고 머물게 됩니다.
얕음을 움켜쥐려다 나중에 더 큰 인심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순수함은 만능열쇠입니다.
순수함으로 임하면 세상의 모든 난제들도 다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얕은 이익을 얻기 위하여 누군가를 속이는 것도 서슴치 않은 세상입니다.
몰라서 속는 것도 있겠지만,
알고서도 그냥 넘어가 주는 것입니다.

얕은 반복은 나중에 큰일을 도모할 때에 고립무원을 만듭니다.
순수함을 쌓아서 얻은 인심만이 나중에 큰일을 이루게 하는 천군만마가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일을 행함에 있어서 순수성이 제일의 가치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혹한의 남극이라면 모를까 녹지 않는 눈은 없는 것입니다.
지나가지 않는 힘듬은 없는 것입니다.
녹아 없어지는 눈처럼,
그 어떠한 힘겨움도 녹는 것이니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다 감당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하니 얕음을 내세워 무엇인가 얻을 생각을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혹여라도 힘겨움이 남으면,
행여라도 혼자인 듯 외롭다 하여도,
눈 내린 날의 설렘으로 폴딱폴딱 뛰던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면 답이 있습니다.
순수함은 세상을 뒤덮은 하얀 눈처럼 모든 것을 하얗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지위의 그림처럼 하얀 바탕에는 꿈꾸는 그 모든 것을 그릴 수 있는 것입니다.

2015년 을미년 새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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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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