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4-08-03 15:38:35
기사수정
살다보면 별 대수롭지 않은 일에 꼬치꼬치 시비를 따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어서, 대충 넘어가도 될 일을 기어이 시비를 가려야 속이 시원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우리나라에 특히 이런 사람들이 많다. 사소한 시비로 도로 한 복판에다가 차를 세우고 서로 아웅다웅하면서 ` 니가 잘했네 잘못했네 `하는 광경은 흔하다. 사실 시비를 꼬치꼬치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체로 그들의 주장이 맞다. 그렇지만 대화가 끝나고 나서 그들에 대해 느껴지는 것은, `참으로 인정머리 없는 인간`이라는 부정적 감정이다.

굳이 저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데, 악착같이 자신의 주장을 고수하려고 하는 저런 태도는 주위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 저런 처신은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에서 보여줘야 할 것이지 별로 시비분별을 잘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까지 보여주니까 문제다. 살다보면 자신의 소신과 의지를 끝까지 지켜야 할만큼 중요하고 뜻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원칙이나 논리에 근거하여 흔들림없는 처신을 하면 소신있고 의로운 사람이 된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불화를 일으킬 목적으로 악착같이 자신의 주장을 고수하는 저 같은 태도는 매우 안 좋다. 자신의 주장과 입장을 관철시킨다하더라도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별로 득이 될 게 없다. 오히려 서로에게 악감정만 남긴다.

전 칼럼에서 아테나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 대해 쓴 적이 있는 데, 그들처럼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처신하는 사람들은 대개 인정머리가 없다. 반면 지나치게 정서적으로만 접근하는 식으로 처신하는 사람은 우둔하고 한심해 보인다.

前者와 같이 처신하는 사람들은 일베에 가면 많이 보게 된다. 물론 좌파진영에서도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고려없이 理性에 따라 살려는 아테나성향의 맏형으로 꼽히는 사람이 바로 유시민씨이다. 좌파진영에서는 유시민類의 사람들이 흔하다. 그들는 논리를 좋아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싸움닭처럼 달겨든다. 그런데 유시민씨가 같은 성향의 좌파사람들보다 괜찮은 점은, 그는 최소한 위의 남자처럼 별 가치도 없는 일에 목숨걸고 시비를 가리려고 대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단치 않은 일을 가지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찍자붙기하려는 사람들이 좌파진영에는 많다.

後者와 같이 처신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면, 세월호나 기타의 일이 터지면 지나치게 감성팔이 위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사람들을 들 수 있다. 그들은 사람들의 동정심이나 연민에 호소한다. 그들이 주장하고 의도하는 바를 모르진 않지만, 사리에 맞지 않아 결코 그리 해줄 수 없는 데도 끝까지 감성팔이를 해댄다. 세월호사건의 본질이 교통사고와 같은 일종의 재난사건에 불과하고, 전쟁터에 나가 순국하거나 기타 뜻있는 일을 위해 헌신하다 죽은 경우가 아니어서 국가유공자에게나 주어지는 특혜(공무원시험 가산점등)나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차근차근 설명을 해줘도 그들은 막무가내다.

옛날 황희정승은 이 점을 잘 구별하였다. 황희정승은 시비분별과 엄격판단이 필요로 하여 이성적으로 처신해야 할 경우가 있고, 시비분별이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에 정서적인 면을 더 살펴야 할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종 둘이 와서 황희정승에게 시비를 잘 따져서 응분의 처분을 내려달라고 했을 때, 그는 판단하기에 이 사건은 後者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 니 말이 맞구나` , `어라 듣고 보니 니 말도 맞구나`, `어우 듣고보니 부인말도 맞구려`했던 것이다.

비록 자신의 주장을 양보하지 않아도 될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시비거리나 불화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라도 (대단치 않은 일이나 양보해준다고 해서 크게 손해되는 것이 없는 일에서) 악착같이 시비를 가려 이길려고 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상생활에서는 대체로 쓸데없이 시비를 따지지 않는 것이 좋다. 크게 문제되지 않거나 손해날 일 아니면 대충 넘어가는 것이 좋다. 위의 사례의 저 남자처럼 처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반면, 업무에 임할 때에는 시비분별과 판단결정을 확실하고도 정확하게 할 줄 알아야 한다.

수년 전에 디테일 경영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 데, 거기에서 디테일에 충실하라(빈틈없이 꼼꼼히 하라)는 말은 위에 나와있는 저 남자처럼 대단치 않은 일에서 그렇게 하라는 뜻이 아니다. 디테일에 충실하라는 말은 업무나 제품, 작품을 만들때처럼 중요한 일에서 그렇게 하라는 뜻이다.

이처럼 디테일에 충실해야 할 경우가 있고, 디테일에 충실하지 않아도 될 경우가 있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시비를 가리기위해 논리적으로 따지려고 하는 사람은 사실 참된 의미에서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은 아주 빈틈없고 논리로 무장된 사람이라고 자기자신을 대단하게 여길 지 몰라도, 남들이 평가하기에는 그냥 `인정머리없는 등신`일 뿐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정서에 호소하는 사람들은 事理에 맞지 않을 것을 얻어내고자 떼쓰는 사람들처럼 비춰지기 때문에 그 역시 좋지 않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orldnews.or.kr/news/view.php?idx=1620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