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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7-14 22: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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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김명섭 한 사람이냐, 정성근을 포함한 두 사람이냐?"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잘못된 ‘고심’이다. 기준(基準)은 그 둘이 “장관 재목이 되느냐 안 되느냐?”이지, “하나냐 둘이냐?”의 숫자놀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질이 있으면 둘 다 임명해야 하고, 자질이 없으면 둘 다 지명철회 해야 한다.

김명섭의 경우는 이미 야당, 여당, 여론 할 것 없이 “자질이 없다”로 컨센서스가 모아진 것 같다. 문제는 정성근의 경우다. 그는 자질이 있는가? 없다는 게 본란(本欄)의 의견이다. 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와서 그는 “아, 아내가 전화한 바로는 제가 깜빡했던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게 변명이 될 수 있나? 될 수 없다. 다른 건 깜빡할 수 있어도, 자기가 3년 동안 어느 동네 어느 집에서 살았는지 안 살았는지를 깜빡할 수는 없다. 이걸 깜빡했다면 한국 문화관광 행정은 '심해도 너무 심한' 건망증에 내맡겨지는 ‘참사’를 맞을 판이다.

“청와대가 고심 한다.” 운운의 기사가 사실이라면 그건 더 더욱 희한한 소리다. 문창극 목을 칠 때는 “교회연설 말고도 다른 게 또 있다”는 투의 암시를 은근히 퍼뜨리며 조자룡 헌 칼을 그렇듯 용맹스럽게 휘두르던 청와대가 김명섭, 정성근 앞에서는 어째 그렇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는 것인지, 없던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야청 하늘에서 갑자기 폭포처럼 떨어지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그래서 청와대가 이중잣대를 쓴다, 이 뜻인가?

청와대는 거듭되는 인사실패의 책임을 지기 싫어 그렇게 ‘고심 또 고심’하는 모양인데, 청와대라고 해서 남들 다 지고 사는 책임의 무게로부터 면제돼야 한다는 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청와대도 책임질 일 있으면 당연히 지고 살아야 한다.

청와대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청와대 돌아가는 것을 걱정하는 사태가 자칫 만성화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br /> <뉴스파인더/독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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