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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6-14 15: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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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에 나오는 노달은 위주 경략부에 제할로 재직하던 중 연안부로 가는 사진과 약을 팔던 이충을 만나 술을 마셨다. 그런데 금취련과 그의 아비가 울고 있자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자신의 사비를 털어 그들을 도와준다. 더불어 그들을 붙잡아 두고 괴롭히던 푸줏간 주인 정도를 혼내주려다가 그만 주먹 세대로 때려죽이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살인의 죄목으로 지명수배를 받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도망자의 신세가 되면 자신의 신분이나 외모를 숨기기 위하여 위장을 하게 된다. 최근 도망자 유병언에 대한 지명수배 전단사진에는 다양하게 변장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만들어져서 공개되었다.



도망자 노달도 체포를 당하지 않기 위해 생각한 끝에 마침내 스님으로 변신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절을 찾아가게 되고 절 주지로부터 지심이라는 법명을 받아 승려 노지심으로 제 2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워낙 호걸스럽고 대담한 성격이라, 그의 생활모습은 불가에서의 하는 정진수양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지심이 떠돌아 다니던 중, 어느 절에 당도한다. 그 절에는 말만 중이지 사실은 깡패나 다름없는 두 불량배가 갑자니 나타나 원래 그 절에서 수양하던 스님들을 폭력으로 제압하고 사실상 왕처럼 그 절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 두 불량배는 걸핏하면 주먹을 휘두르고 그 절의 스님들을 괴롭히고 수입등을 갈취해왔던 것이다.



노지심은 그 두 불량배와 시비가 붙었다. 그 두 불량배의 횡포로부터 고통을 받던 원래의 그 절 스님들은 노지심이 그들을 물리쳐주길 바랬다. 그렇게 되면 스님들은 그 동안 당해왔던 비참한 처지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불량배 둘과 수 분동안 싸우던 중에 노지심은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그 두 불량배들을 향해 ``내가 배가 고파 허기를 채우고 올 테니 잠시 기다리고 있거라. 뭘 좀 먹고와서 너희들을 상대해주마``하고 산 밑의 마을을 향해 내려갔다.



허기를 다 채운 노지심을 곧 돌아와 불량배 둘을 가볍게 해치웠고 항복을 받아냈다. 다시는 이 절에 얼씬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 그 절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불러도 대답없는 스님들을 찾아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절 수랏간을 막 들어서다가 서까래에 목 매어 자살한 스님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스님들은 노지심이 두 불량배를 당해내지 못하고 도망 간 줄로 알고, 그 일로 인해 화가 날대로 난 두 불량배로부터 곧 이어 당할 폭력에 지레 겁먹고 자살을 선택한 것이었다. 노지심은 순하고 착한 스님들의 죽음을 보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기다리고 지켜봤으면 되었을 것을......``하며 혀를 찼다.



새 총리로 임명되었던 안대희씨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의 인생이력은 매우 훌륭하다. 맡은 바 본분을 성실히 수행했으며 자신의 처신에 있어서도 경우에 어긋나는 일이 없었다. 그러했기 때문에 그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인기와 존경을 받았던 사람이었다. 자신의 직무와 처신에 당당하고 떳떳한 사람을 산 사람들의 특징이 지나치게 결백하고 고결하다(integrity)는 점이다. 그런 그가 낯이 어느정도 두꺼워야 살아남는 정치세계로 들어오라는 대통령의 총리직 임명을 받은 것이었다.



그런 그가 전관예우의 시비에 걸려들었고, (확실치는 않지만) 아들의 병역문제가 불거져 나온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스스로 총리직은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의 사퇴가 전격적이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총리임명은 정치행위이고, 그 정치행위를 통해 벌어지는 일련의 후속적인 사건들도 모두 정치적인 것이다. 그런 정치행위에는 시비가 일기 마련이고 으레 정치적 투쟁을 수반한다.



정치행위는 학교 수학문제처럼 정답이 딱 하나여서 그것에 조금만이라도 어긋나면 잘못된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행위는 다양한 당위성의 관점에서 제각각일 수 있으며, 그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완벽하게 깨끗하고 그런 적임자는 다시 찾기 힘들다`, `다소 좀 흠결이 있는 총리지명이긴하지만 대체로 무난하다`, `흠결이 많아보이긴 하지만 그 정도의 흠결만으로는 총리임명을 철회할 것 까지는 없다`, `총리로서 인품과 자질이 너무 모자라는 것 아니냐`, `저게 인간이냐`까지 그 평가가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정치행위는 누가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제각각인 것이다. 거기에다가 당리당략적인 계산까지 포함되므로 더더욱 그러하다.



총리임명은 정치행위이므로 정치적 이해를 담고 있는 데, 정치적 이해를 같이하는 사람들과 그 상대편들과의 팀플전이다. 안대희 총리지명자는 그 점을 몰랐던 것 같다. 그는 자기 혼자의 힘으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총리사퇴가 자신하나의 신상 문제로 끝나지 않고 많은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까지는 못한 것 같다.



좌파진영에서 안대희씨의 총리임명에 대해 시비를 걸고 흔들 것이다는 점은 99.99% 예견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상대편 진영에서도 그에 대한 대비도 있게 마련이다. 안대희씨의 총리임명은 어떤 학생이 대학입학시험에서 합격이냐 불합격이냐하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행위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는 양측진영간의 용호상박으로 치고받는 정치적 싸움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좌파진영은 좌파언론, 시민단체, 민주당, 진보당, 좌파교수, 전교조등으로 팀웍을 이루어 낙마시키기 위한 정치행위를 할 것이 뻔하므로, 우파진영도 그에 맞게 팀웍을 이루어 총리임명통과라는 터치다운을 위해 전진해나가는 정치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그런데 안대희씨는 자기 혼자의 힘으로 그 많은 좌파들의 공세를 뚫고 나가 터치다운을 시켜야 하는 건줄 알았던 것이다.



안대희씨가 지나치게 고결하다는 점에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이지만, 수호지에 나오는 순하고 착한 성품을 가진 스님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 ``조금만 기다리고 지켜봤으면 되었을 것을.....`` 그것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사퇴한 것이다. 첫 스텝이 꼬여버리니까, 두 번째 세 번째 스텝도 점입가경이다.



박근혜정부는 `안대희씨 件`으로 돌파를 선택했어야 했는 데, 이번 `문창극 件`으로 돌파를 선택한 것 같다. 그런데 상황이 前者보다 後者가 몇배 안 좋게 보인다. 하여튼 뭐 돌파하는 쪽으로 선택했다니까 할 말은 없지만 진통은 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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