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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5-27 15: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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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 의리가 바닥을 쳐도 부산 사나이 의리는 하늘을 찌른다” 어느 부산연고 스포츠 클럽에 가면 걸려있는 문구다.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 한다. 한 단어가 특정 도시와 연관되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부산은 항상 의리와 의협의 상징적인 도시처럼 인식되어 왔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도 그렇다. ‘친구’가 그랬고, ‘범죄와의 전쟁’이 그랬고 최근엔 ‘깡철이’가 그랬다

왜 ‘의리’하면 부산인지 모르겠지만, 언제 잘나갔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프로야구팀 롯데에 대한 부산시민의 열광적인 응원문화를 보면 정말 의리가 있어 보이긴 한다. 주변의 부산 출신들을 보면 사람의 평가하는 것에 있어서 능력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의리가 있는지’ 를 더 중요시 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때문에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부산시민들의 후보자 평가에 ‘의리’가 주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즉, 부산시민들은 무소속 ‘오거돈’ 과 새누리당 ‘서병수’ 양대 후보 중 더 ‘의리’ 있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오거돈은 좋은 자질을 가진 후보이다. 말 더듬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래를 불러 아마추어 성악가로 활동할 정도라는 감동적인 인간승리 스토리에 이어, 행정고시 합격 이후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부산에서 했다는 경력, 부산의 향토기업 대한제강 창업주의 아들이라는 뒷 배경 또한 훌륭하다. 그러나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자질을 가졌음에도 정치역정은 성공적이지 못하다. 그 이유는 오거돈이 버린 몇 가지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첫째, 부산시민의 정서를 버리고 장관직을 택했다. 2004년 재보궐 당시 7개월짜리 시장권한대행이던 오거돈은 지역민들의 전통적인 지지를 받던 한나라당의 구애를 거부하고,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을 선택한다. 당시 인터뷰를 보면 “부산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보다는 힘있는 여당 후보가 낫다. 노 대통령이 못했던 일을 내가 한번 해보겠다”라며 자신만만하게 출마해 결국 낙선했다. 지역민들의 정서에 반하면서까지 여당을 선택한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직속 중소기업특위 위원을 거쳐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어 공직생활의 꽃을 피운 것이 사실이다. 만약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하지 않았다면 부산시 행정부시장 경력으로 참여정부의 장관이 될 수 있었을까?

둘째, 자신을 키워준 노무현을 버렸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오거돈은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력을 더해 다시 한번 부산시장에 도전하게 된다. 결과는 지난 선거보다 더 큰 표차의 패배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선거를 통해 적대적인 지역환경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선거를 도왔던 많은 열린우리당 당원들은 크게 실망하게 된다. 당시 복잡한 당내 사정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심지어 노란색과도 거리를 뒀던 것에 대해 부산의 야권지지자들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가운 시선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 적을 두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2010년 지방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는다.

6.4 지방선거를 12일 앞둔 지난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주기였다. 오거돈 후보는 원래 부산역 거리유세 등의 일정이 잡혀져 있었고, 급히 이를 취소하고 봉하 마을로 가긴 했지만, 공식 추도식에는 불참했다. 또한 출마선언문, 홈페이지 등 어디에도 ‘노무현’이라는 단어는 찾기 힘들다. “노대통령이 못했던 일을 해보겠다”고 말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자신을 정치적으로 성장시켜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은 더 이상 오거돈 후보에게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열렬한 노무현 지지자들이 반감을 표시하는 이유이다.

셋째, 오거돈은 안철수도 버렸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는 새정치를 표방하며 신당창당을 꾀한다. 당시 새정치추진위원회 등에서 영입에 공을 들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오후보 역시 새정치 신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후 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생겨났고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 체제가 탄생한다. 그러나 오거돈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앞으로도 입당할 가능성은 절대로 없다고 못박아 말하고 있다.

“힘있는 여당 후보가 부산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열린우리당 후보로 2번이나 출마하고 참여정부의 장관까지 했던 사람이 “지방선거에 정당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무소속을 자처하고, 그러면서도 단일화에는 참여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기는 선거만 생각하다 보니 새누리당을 원하는 건지, 새정치민주연합을 원하는 건지, 무소속을 원하는 건지 정체성이 모호해진 상황이다. 애꿎은 안철수 공동대표만 짝사랑을 표시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애매한 형국이다.

서병수는 단단한 사람이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해운대구청장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었고, 당 정책위의장, 여의도연구소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등 주로 정책과 관련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정치적으로는 당 최고위원을 거쳐 지난 대선에서 사무총장으로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히 자신의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모범생이다.

서병수의 의리를 알기 위해서는 뜨거웠던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자 경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서병수 후보는 당시 이명박 경선후보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박근혜 경선후보 곁을 지켰다. 경제분야의 전문성을 높이 산 이명박 후보 측의 끈질긴 구애가 있었다는 것은 숨겨진 비화이다. 이후 친이계에 의한 공천학살 속에서 정치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시 됐지만, 특유의 성실한 의정활동과 넉넉한 인간관계에 어쩔 수 없었고 결국 살아남아 4선의 국회의원으로 정권연장의 주역이 되었다.

튈 수 있는 기회를 노리기 보다는 묵묵히 뒤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만 자임하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스타일이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서 정당의 사무총장은 좋은 말로는 진두지휘요, 안방실세라 하지만 사실은 복잡한 대통령 선거운동의 설거지를 하는 책임만 많고 실리는 없는 자리다. 항상 선배들에게 양보만 하던 그가 이번엔 쎄게 나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관 입각 이야기가 나왔지만, 선을 분명히 그었고 경선 중에는 선거에 매진하겠다며 국회의원 자리까지 던지고 나섰다.

부산 유권자들에게 묻는다. 어떤 후보가 의리 있는 후보인가? 누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부산시민이 시장에게 가지는 요구는 가덕도 신공항 유치와 같은 이슈에서 시민들이 가지는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것이다. 유치가 되든 되지 않든 부산시민을 위해 일하고 같이 싸워줄 믿을 수 있는 의리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양지만 쫓는 사람보다는 음지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누가 더 의리 있는 인물인가? 의리의 고장 부산시민의 몫으로 남았다. 판단을 믿는다. <배철순기자><뉴스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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