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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4-15 20: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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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는 웃음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웃는 것이 어색하다. 아무리 그냥 편하게 웃어보라고 주문하지만 그렇게 웃지 못한다. 왜 그럴까?

걱정근심이 없는 아이의 웃음에는 천진난만함이 깔려있다. 그렇지만 험한 세파에 이리저리 부대끼며 살아온 어른에게는 이성적 판단이라는 장애물 때문에 웃으려고 해도 웃을 수가 없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들이 그 순간에는 어른들을 긴장하게 하고 웃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진정한 웃음은 천진난만한 아이의 웃음보다 역경을 뚫고 이겨내며 어느 정도 모든 것을 이해하고 웃는 웃음이 더 값지다. 다시 말하면 이미 웃음 너머의 일을 알고 웃는 진정한 자유인의 웃음인 것이다.

내 친구 유머작가로부터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그래도 웃고 사는 아무개”라는 문구가 뜬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글이었으나 자주 반복되는 그 문구를 통해 아하 그렇지 우리에게는 ‘그래도’라는 환상의 섬이 있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고마운 친구다.

김승희 시인은 이런 시를 지었다. 우리 마음속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면 그래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 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에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사진출처 http://cafe.naver.com/mhdn/58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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