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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4-05 21: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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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북의 인질

우리는 개성공단의 인질

“개성공업지구에서 덕을 보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괴뢰패당과 남반부의 영세중소기업들이다."

북이 해댄 소리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욕을 들어먹으면서까지 자청해서 개성공단이란 [인질의 인질]이 돼야 한단 말인가?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의례 껏 TV 뉴스 화면엔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가 등장해 “이 때문에 우리 입주기업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운운 하며, 마치 우리의 대북 옵션이 자기들을 위해, 자기들을 중심으로, 자기들을 가장 우위에 두고서 취해지길 바란다는 식으로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북은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목을 죄고 있고, 개성공단 입주 업체는 대한민국의 목을 죄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개성공단은 일종의 [초코파이 효과]를 명분으로 한 실험이었다.
경제가 인간을 바꾸고, 그 바뀐 인간이 정치를 바꿀 것이란 기대인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 근로자들이 대한민국의 경제적 우세를 알게 되면 그 소문이 북에 널리 퍼져 결국은 북 당국의 대남 정책도 서서히 바뀔 것이란 꿈이다.

그러나 북은 경제보다도 정치가 인간을 규정(規定)한다는 이론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남쪽이 아무리 경제 공세로 나와도, 자기들은 정치 백신으로 그것을 능히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정치]란 물론 폭압, 병영(兵營)화, 사상통제, 공포, 감시, 수용소, 선전선동을 의미한다.

우리 내부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식(式) 경제주의적 접근방식이 북에 상당한 [초코파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탈북동포들의 견해는 다르다.

북의 정치 백신이 워낙 쎄서, 북한 주민들은 개성공단 같은 게 아무리 있다 해도 여전히 [잠자는 미녀]처럼 권력자의 주술(呪術)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탈북동포들의 이런 견해를 더 경청하는 편이다.

그러나 지금 더 중요한 것은 경제주의가 더 쎄냐, 정치 우선이 더 쎄냐 하는 2분법적인 논란보다도, 그거야 여하튼, 북이 개성공단을 우리에 대한 공갈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묵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개성공단에서 몇몇 사기업의 이윤추구에 온 나라가 꼼짝 없이 코가 꿰어, 북 사냥꾼에게 좋은 사냥거리 노릇을 자청해서 해 줘야 하는가를.

이건 바보 같은 짓 아닌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뉴스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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