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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3-30 11: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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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김승근 뉴스파인더 편집장>4월은 잔인한 달이랬다. 만물이 탄생하고 싹이 트는 4월은 힘이 넘치는 시기다. 하지만 이때 축복 받지 못한 누군가에겐 상대적으로 더 힘들고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다.

오는 4월 24일,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가 있다. 후보 중 두각을 드러내는 이는 지난해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안철수 무소속 후보, 그리고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다. 둘 중 하나는 웃을 것이고 하나는 잔혹한 4월을 보낼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실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는 평가가들리고 있다.

허준영을 우습게 보고 노원병을 선택한 것일까? 안철수로서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예상을 깨고 박빙이다. 수십년 공직 생활의 무게감을 가진 허준영의 선전도 크게 기여했지만 한편으론 무책임하게 대선판을 떠난 안철수를 두고 국민들의 실망감이 큰 탓으로 보여진다.

일단 호의적이던 국민들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이 낙선한 이유 중 상당 부분을 안철수의 배신(?)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는 문재인에게 실망했다는 얘기를 던지면서 단일화를 포기했다. 이후 표면적으로는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나섰음에도 실질적으로는 선거 당일 아침 비행기로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사실상 문재인 밑에서 적극 선거활동을 한 게 아닌 ‘명목상 시늉 낸 것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선거 당일 안철수의 출국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난 상관없다’는 식의 행동이라는 해석들이 나왔다.

게다가 이번에 안철수가 출마한 노원병은 같은 야권 노회찬의 지역구였다. 그 지역구에는 노회찬의 아내인 김지선이 출마해 있다. 같은 야권인 노회찬의 지역구를 안철수가 들어와 숟가락만 얹어 가볍게 이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그래서 나왔다.

어찌됐든 주민들의 비판적 시각은 크다. 노원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철수가 왜 자신들의 지역구에 출마하느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 영도로 갔다면 더 좋지 않았겠냐는 게 국민들의 목소리다.

안철수, 노원에서 웃을 수 있을까

허준영, 야권 몰려와도 ‘해볼만 하다’

최근 여론조사가 그 인식을 말해준다. 오차범위 내에서 안철수가 허준영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대표 김대진)의 조사에 의하면 과거 2010년 지방선거(노원구 56.2%)의 연령대별 투표율을 적용한 결과 허준영 후보 38.8%, 안철수 후보 37.5%로 허 후보가 1.3%차이로 안 후보를 앞섰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안철수를 지지하는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낮고, 허준영을 지지하는 연령층이 높다고 봤을 때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다.

이 여론기관이 노원병 주민 505명을 대상으로 직접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허준영 38.1%, 안철수 37.4%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진보정의당 김지선 10.5%, 통합진보당 정태흥 1.7% 순이었다.

물론 일부 조사이지만, 박빙이다 못해 허준영이 안철수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재보궐선거의 특성상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조직표가 대세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무소속이라는 최대의 핸디캡을 안고 출마한 안 후보는 안심할 수 없다.

안철수는 최근 기자들과의 회담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의 의미는 “국민과 함께 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치를 했다면 실수를 많이 할 뻔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은 그에게 뭐였을까. 대한민국을 다 망쳐버린 후로 실수를 많이 했다면서 넘어갈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큰 위기를 한번 넘긴 게 아닐까.

어찌됐든 안철수는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야권후보가 난립하면서 교통정리를 하지 않으면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무공천을 내세웠지만 이동섭 후보가 선거활동을 일단 시작했고 노회찬의 아내 김지선 후보가 여전히 명분을 갖고 버티고 있으며, 통진당의 정태흥 후보도 같은 야권으로서 일부 표를 나눠 가져간다.

김지선 후보는 ‘일단 출마했으면 끝까지 간다’는 입장이라서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안철수 역시 야권 단일화가 너무 정치공학적 접근이라는 우려가 있는 만큼 달갑게 여기진 않고 있다.

설령 이번에 안철수가 당선된다고 해도 허준영을 큰 표 차이로 따돌리지 못한다면, 앞선 대선후보로서의 면모를 잃게 될 것이고 이후 그의 정치활동에 있어 위상을 크게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나아가 만약 허준영이 안철수를 꺾고 당선이 됐을 경우에는 안철수의 정치 미래는 기약하기 어려워질 것이며 야권은 힘을 크게 잃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즉 이번 노원병 재보궐선거는 ‘안철수 현상’이 아직까지 유효한지, 이제 불은 다 꺼진 것인지 알아보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만약 안철수가 승리하기 위해 야권 단일화에 나선다면 지난 서울시장 선거때부터 쭉 반복된 정치공학적 행보에 많은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동안 눈치만 보고 행동한다는 ‘간잽이’ 비판을 받아오지 않았는가. 안철수로서는 이를 불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정공법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그러기에 허준영이란 새누리의 카드가 만만찮다. 전 경찰청장을 맡았을 때도 존경을 많이 받았으며 코레일 사장으로서도 그 능력을 인정 받은 바 있다. 능력이나 자질면에서 뛰어난 인재라는 게 지배적 견해이다.

공직에서 30년 가까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는 인물로서, 19대 총선때는 노원병에 출마한 인연도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급기야 문재인이 안철수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안철수는 거기에 맞춰서 ‘대선 당일 아침 서둘러 출국한 것을 후회한다’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쉬운 길만 걷는다는 비판 속에 있어온 안철수. 그가 이번에도 야권 단일화를 통해 과거와 같은 길을 걸을지 아닐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안풍’을 일으키며 강력한 대선후보로 올랐던 안철수가 가볍게 생각해 선택한 노원병. 그리고 모두의 예상을 깬 허준영의 선전. 그리고 현 상황을 봤을 때 허준영으로서는 제대로 한번 해볼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노원병이 의외의 각축장이 된 상황에서 과연 누가 잔혹한 4월에 웃을 수 있을지 선택은 노원주민들에게 달렸다. 주민들이 누가 진정한 지역의 일꾼일지 가늠하는 혜안을 발휘해야 할 때다.

<김승근 뉴스파인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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