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을 누가 안 되게 하는가?
- 국민통합의 진짜 장애물! 이것을 알고 말하라
국민통합을 누가 안 되게 하는가?
국가에 충성하는 여당과, 국가에 충성하는 야당(loyal opposition)-이것이 자유민주주의 공화정의 가능조건 중 하나다.
유럽의 진보정당들이 서있는 자리가 바로 국가에 충성하는 진보정당의 스펙트럼(spectrum)이다.
이 자리는 19세기 말부터 볼셰비키의 모진 비판에 직면해왔었다. “노동계급 운동에 편승한 사회 파시즘, 부르주아 개량주의”라는 것이었다.
이런 욕지거리에도 불구하고 유럽 진보정당들은 국가에 충성하는 진보의 위상을 지키면서 오늘에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볼세비키는 소멸했다.
중국이 남아있지만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로 넘어왔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중국은 중화 패권주의에 집착하는 '개발독재’다.
중국적 '개발독재'에서는 국가에 충성하는 야당의 존립이 불가능하다.
이 기준에선 중국은 문명적으로 멀었다.
북한은 어떤가?
북한은 국가의 형태를 취한 ‘거대 마피아 조직’이다.
김 씨 일족이라는 대부(代父)가 있고, 그들이 지휘하는 범죄가 있다.
헌법보다 수령이 더 높은 것도 그렇다.
이런 체제에서는 국가에 충성하는 야당은 고사하고, 안방 벽에 걸어 놓은 김 씨들 액자에 먼지만 앉아 있어도 보위부로 간다.
우리 안의 좌파들은 어떤가?
개인차원, 이론차원, 관념차원에서는 ‘국가에 충성하는 진보’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누가 휩쓸고 다니느냐?”라는 차원에서는 그들보다는 NL(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증후군이 훨씬 더 ‘쎄’다.
NL은 대한민국을 ‘식민지 종속국’으로 친다.
이걸 ‘국가에 충성하는 진보’라고 봐줄 수 있나?
문제는 그들이다.
그들 때문에 ‘국가에 충성하는 진보’의 스펙트럼이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에 반대하는 스펙트럼을 반(反)민족, 반(反)민주, 반(反)민중, 반(反)통일, 수구, 친일, 친미, 사대매국, ‘이완용’으로 단죄한다.
그러니 그런 그들이 어떻게 ‘이완용’들과 더불어 ‘국민통합’을 할 리가 있겠나?
그런 그들이 어떻게 천안?함 '침몰'이 아닌 '폭침' 운운하는 '수구꼴통'들과 국민통합을 할 리가 있겠나?
박근혜 진영의 국민통합론이 과연 이런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어떤지가 궁금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 정우택은 A 채널에 나와 윤창중 수석 임명에 대해 언급하는 가운데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라는 말을 했다.
윤창중 임명이 그런 필요에 맞는 인사냐를 우려하는 뉘앙스였다.
보수와 진보의 아우름, 사전(辭典)적으로 너무나 좋은 말이다.
그래서 유럽 같은 보수, 진보의 관계를 이룩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는 범좌파를 “휩쓸고 다니는‘ NL의 존재를 과연 고려에 넣고서 그런 희망을 피력한 것일까?
누가 민주적 보수와 민주적 진보의, 그리고 충성스러운 보수와 충성스러운 진보의 아우러짐을 나쁘다 할 것인가?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려면 먼저 범좌파가 NL의 ‘휩쓸고 다니는’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정우택, 홍준표, 이준석은 국민통합이 잘 안 되는 책임을 다른 누구보다도 NL에 물어야 한다.
NL이야말로 그 앞에 극(極)이라는 접두사를 붙여줘야 할, 국민통합의 진짜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뉴스파인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