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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12-30 12: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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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부처 업무보고는 전례가 없던 방식이다. “위기 때는 모든 일에 비상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업무보고의 형식과 내용도 위기 형으로 발전했다. 진행 방식은 ‘속도전’, 내용은 ‘실효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에 공직자가 선두에 서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은 각 부처 업무보고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달라진 면면을 소주제별로 알아본다.



1. 앞당기고, 압축한 보고 시기

과거 업무보고는 연초에 시작해 3월말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작점을 12월 중순으로 당겼고, 마침표를 찍는 날도 연말로 했다. 3개월 걸리던 것을 2주일로 압축했다.

‘연두 업무보고’란 통상적인 말이 무색해졌다. 이전에는 4월이 되어서야 새해 예산을 집행하는 부처도 있었으나 내년에는 22개 부처가 모두 1월1일부터 출발선에 서야 한다.

이 대통령은 “해가 바뀌고 난 뒤 이제 뭐할까 생각하면 늦다. 12월 중에 업무보고를 하는 것은 내년도 사업의 그림을 하루라도 빨리 그리고, 새해에는 집행과 점검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밝혔다.

2. 옴니버스형 합동 업무보고

처음으로 3~4개 부처를 묶어서 보고하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이전에는 부처별로 따로 보고했다. 부처 간 내용이 겹치고 예산이 중복되어도 잘 걸러지지 않았다. “목표를 달성하고 예산 낭비를 없애려면 부처가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계속된 지적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시기가 앞당겨진데다 합동으로 보고한다는 새 지침이 내려지자 각 부처 장관과 실무자들은 송년회 모임까지 취소해가며 자료작성과 예행연습에 혼을 뺐다. 같은 조의 다른 부처 실무자들과 함께 보도 자료를 작성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공동메시지를 넣어야 할 부분이 많아 조율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공통 토론주제가 주어진 것도 부처 입장에선 낯선 일이다. “공통 토론주제인 ‘일자리창출과 투자활성화 방안’을 준비하느라 부처 간 벽을 허물고 공동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부처 실무자들은 전했다.


3. 토론형식의 도입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업무보고 때마다 모두(冒頭)에 “오늘 정책 담당자들이 제안이나 건의를 많이 해달라” “실질적인 토론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반복했다.

통상 장·차관이 업무를 죽 나열하는 식이었으나 이 대통령은 이번에 장관의 업무보고를 15분으로 제한하는 대신 토론시간에 국·실장, 과장들이 많이 발언하게 했다. 현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논의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가족부 보고 때는 주민생활 지원을 담당하는 지방의 시청과 구청 직원들을 초청해 애로 및 건의사항을 전해 듣기도 했다.

지난 22일 업무보고 때 국토해양부가 환경부 소관인 ‘사전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환경부에서 이를 인정하며 제도개선 중이라고 답변하는 등 발전적인 모습도 보였다. 부처에서 미리 각본을 짜 온 대목이 많았으나 이 대통령은 중간 중간 질문을 던짐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다각도로 점검했다. 또 가끔씩 “저 뒤쪽에 앉아 있는 분들도 좀 질문하라”면서 토론 분위기를 독려했다.

4. 공공기관 첫 업무보고

공공기관 업무보고는 처음이다. 정책예산 집행의 순서도를 그려보면 거의 끝단에 있는 곳이 공공기관이다.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이 새 정책을 피부로 느끼려면 공공기관이 ‘초고속’과 ‘고효율’을 기반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업무보고 대상에 들었다.

전체 305개 공공기관 중 34개 기관이 보고하게 된다. 자산규모로 보면 전체 공공기관의 80%를 차지한다. 처음으로 대통령께 새해보고를 하게 되는 공공기관들은 연말을 완전히 반납한 채 집행계획 점검에 열을 올리고 있다.


5. 청취와 격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업무보고 때와 달리 공직자들의 발언을 많이 경청하고 있다. 발언자의 제안을 들을 때 왼쪽 손으로 턱과 얼굴을 괴고 고개를 끄떡이는가 하면, 규제완화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 건의되면 즉각 메모를 하기도 했다.

“공직자들이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국민이 볼 때는 아직도 부족하다”며 분발을 당부할 때는 질책보다는 독려 쪽에 더 무게를 둔 듯한 톤이었다. 지난 27일 엄승용 문화재청 사적명승국장이 “문화재 정책 패러다임을 보존 위주에서 보존과 활용이 조화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문화재청 잘 하고 있다”는 짧은 말로 격려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보고를 마친 공직자들과 식사를 계속 같이 하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총 7번의 부처 업무보고 중 29일을 제외한 모든 날 점심식사를 하게 된다. “이는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구내식당에서 함께 담소하며 식사를 하는 것과 같은 컨셉”이라고 이동관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는 딱딱한 분위기를 깨고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소소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24일에는 업무보고 시작 전에 크리스마스 캐롤을 은은하게 들려줬다.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5번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20회 이상 사용한 단어는 ‘위기’ ‘협력’ ‘효율’ ‘일자리’였다. 또 공통으로 당부한 말은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되 각 부처가 협력해서 예산낭비는 막으라”는 것이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행의 첫 단추는 22개 부처의 화학적 결합이라고 강조한것이다.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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