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뭘 알고 덤볐어야지
- 수십년 묵은 여우 굴에 빠진 안철수!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중단은 샅바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문재인 세력한테 밀리고 있다고 우려한 안철수의 전략적 반격이다.
문재인의 조직과 안철수의 인기, 그리고 문재인을 내세운 기존 좌파와 안철수를 내세운 ‘새 틀 짜기’ 그룹을 한 데 합치자니 거기서 “누가 먹고 누가 먹히느냐?”의 샅바 싸움이 당연히 없을 수 없다.
싸움의 꼬투리가 무엇이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게 없었더라도 다른 이유로도 안철수는 싸움을 걸었을 법하다.
왜?
문재인 세력이 조직을 동원해 여론몰이(조작)를 하려는 한, 지금 막 빠져나가기 시작한 안철수의 인기가 그것을 이길 재간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철수로서는 “내 인기를 합치지 않아도 너희가 능히 승리할 것 같으냐?”는 공갈탄(彈) 한 방을 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노빠와 486과 이른바 ‘시민사회 세력, 그리고 구(舊)민주계를 합친(또는 그 3자가 중첩된) 기존좌파는 한 마디로 ’공작(工作) 정치‘가 몸에 배인 세력이다. 그리고 말로는 기득권을 내려놓는다, 퇴진을 한다 해도 그들은 직책이 있건 없건 ’운동‘을 하고 일을 꾸미고 세포를 증식하고 동원을 하고 말을 퍼뜨리는 사람들이다.
이런 불사조(?) 같은 ‘꾼’들을 상대로 “너희 조직으로 나를 밀어라”는 낙관으로 덤벼든 안철수는 그래서 좋게 말해 ‘나이브한 셈이고 나쁘게 말해선 “삶은 호박에 도래송곳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속담만큼이나 웃기는 기대를 한 사람이다.
이들의 단일화인지 동업인지는 그러나 그들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현실적 당위다. 그렇게 안 하면 박근혜가 유리하게 된다는 계산만은 양쪽 모두 등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마당에 안철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안철수의 명분은 ‘새로운’ ‘새로운 것’ ‘새롭게’ ‘지금의 것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합치기로 했던 기존 좌파는 그러면 ‘새로운 것’인가?
부산저축은행사건, 노정연의 아파트 구입자금 건(件)이 안철수가 말하는 ‘새로운 것’인가?
그리고 486은?
50대 초에 이른 그들은 이미 ‘저항하는 청년좌파’가 아니라, 막강한 기득권 세력이다. 안철수가 그토록 애지중지 하는 20대를 가로막고 있는 기득권자들은 50대 후반~60~70대 보수 은퇴자들이 아니라, 자칭 ‘진보’ 486 끗발들이다.
안철수는 이런 사정과 이치를 잘 들여다 보고 ‘새로운 것’ ‘기득권 아닌 것’을 정의(定義)하고 찾고 논해야 한다. 때 묻은 기득권 좌파를 ‘새로운 것’인양 생각하는 한, 안철수는 김지하 시인 말 맞다나 ‘깡통’ ‘어린애’ 같다는 일갈(一喝)을 듣기 십상일 것이다.
<류근일 언론인/전조선일보 주필/뉴스파인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