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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9-14 05: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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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6과 유신에 관해서 계속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과 범좌파가 박근혜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자꾸만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박근혜 후보와 그 캠프가 자꾸만 말꼬투리를 제공해 그렇게 되는 것인지, 정확한 선후 관계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어쨌든 이 논란이 너무 한 소리 또 하고 또 하고 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5. 16과 유신 또는 60~70년대 정치경제사에 대한 평가가 지금 하늘 아래 처음 나오는 것인가?

그 시절에 경제는 발전했고 그러느라고 인권과 민주주의는 훼손됐다는 게 정평 아닌가? 그 이상 무슨 이야기를 더 한단 말인가? 그 결과를 두고 보수적 우파는 "다 역사발전의 진통이자 과정이었다. 오늘의 민주주의도 실은 그래서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급진적 좌파는 "종속화의 재생산이었다"고 하면서 아직도 그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젠 좀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 세력은 아무리 '급속한 경제발전을 위해서'였다는 명분이었더라도 민주화 세력을 지나치게 '과잉 탄압' 한 사례들이 있었던 데 대해 허심탄회하게 유감을 표하고, 민주화 세력은 자신들의 '종속이론'적 역사관이 적어도 한국의 눈부신 발전에 관한 한 전혀 맞지 않았다는 오류를, 역시 허심탄회하게 인정하는 것-

이런 접근방법이 피차 받아들여져야만 우리 현대사의 상처는 아물릴 수 있다. "상처 아물릴 필요 없다. 죽어도 이 싸움을 반세기 전 모습 고대로 영구히 지속 시키겠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길이 그렇게 나가겠다면 누가 무슨 힘으로 말리나?

압축 성장을 위해 무엇을 '쎄게' 밀어붙이고, 딴 소리 하는 것을 엄히 제어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령 설정하더라도 "이건 그래도 너무했다" 할 부분은 없었는지, 민족주의와 진보적 지향을 제기할 이유가 있었다고 설령 설정하더라도 '고속도로 반대'라며 공사현장에 벌렁 들어 누운 적은 없었는지, 피차 한 번 돌아봐야 할 일이다.

어쨌든 그런 저런 사연을 뒤로 한 대한민국 역사는 성공한 역사였다.

지금의 문제는 그것대로 이제부터 다뤄나가면 된다. 5. 16이 난지 51년, 이제 와서 다시 원점으로 가자며 되 물릴 수도, 허물 수도 없는 기정사실이자 역사의 축대((築臺)다. 어쩌자는 것인가? 오늘의 결과와 현실을 없는 것으로 치고 타임머신을 타고 5. 16과 8. 15 해방공간 당시로 '빠꾸'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제 그만들 하자. 박근혜 캠프는 같은 말이라도 수사학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고, 반대 측은 '50년 전 것'을 끝없이 '현재의 것'으로 치지 말았으면 한다.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윈윈(win win) 했다고 생각해도 괜찮은 오늘의 '잘 만든' 대한민국이다.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이 '잘 만든' 일에 각자의 다른 역할로 기여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다면 어떡하자는 것인가?

<류근일 前 조선일보 주필/뉴스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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