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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9-04 05: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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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근일 전조선일보 주필/뉴스파인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씨는 딸 정연 양이 받은 돈 13억 원은 ‘지인(知人)’이 준 것이라고 했다. ‘지인’한테 그런 큰돈을 받은 것도 큰일 낸 일이고, 그에 대한 세금을 안 낸 것도 분명한 위법이다. 외환관리법도 문제될 수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공소시효 소멸 등을 이유로 ‘수사종결’을 했지만, 어쨌든 ‘진보’ 정권 최정상(最頂上)에서 지극히 비(非)진보적이고 부도덕한 행위가 벌어졌던 것만은 사실이다.

흔히 “보수는 부패했고 진보는 깨끗하다”는 주장들을 한다. 그러나 한 때 그런 자산(資産)을 가지고 권위주의에 항거했던 ‘진보’도 이제는 검은 돈과 정치적 타락상에서 오십보백보가 되었다.

양경숙이란 여인이 무슨 실력을 가졌는지 19억, 18억, 12억... 해서 47억인지를 주물렀다는데 그녀도 민주당 등 주로 '진보‘ 쪽에서 마당발 노릇을 했다.

통진당, 민주당이 애용한 이른바 모바일 투표라는 것은 또 어떤가? 그건 건강한가?

이래서 ‘안철수 현상’이라는 게 떴던 모양이다. 일부 재야 좌파와 일부 교수들이 그를 범좌파 연합전선으로 끌어들이려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과 기존 좌파가 도덕적, 정치적 청신감 을 잃어가니까 ‘안철수 현상’을 좌파의 신상품(新商品)으로 만들어 자기네 진열대에 올려 놓고 싶어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런 ‘진보’ 쪽에 주눅이 들어 있다. 그래서 “그대 앞에 서면 나는 왜 항상 작아지나요?” 하는 식으로 ‘진보’에 대해 마치 무슨 ‘겨 묻은 무엇’ 마냥 꿀려하고 있다.

그러나 실은 검은 돈과 정치적 타락상에서 ‘진보’도 누구 못지않게 ‘똥 묻은 무엇’임이 갈수록 드러나고 있다. 왕년의 ‘진보’는 이미 기득권 세력이 된지 오래다. 그들은 심심찮게 돈과 정치의 스캔들을 풍기곤 하는 권력자들이다.

일부 젊은 친구들이 이걸 모르고 “보수는 부패, 진보는 반(反)부패”라는 도식(圖式)에 잠겨 있다. 그들이 아는 ‘진보’도 실은 ‘지인이 준 13억’ ‘투자 자금 47억’ 하는 식으로 ‘돈의 맛’ ‘권력의 맛’을 톡톡히 본 기득권 세력이란 것을 그들은 모른다. 저축은행 사건의 인맥도 누구들인 줄을 그들은 정말 아는지 모르는지.

대중민주주의에서 선거란 결국 무얼 잘 모르면서도 잘 안다고 생각하는 대중에 의해 승패가 갈린다. 그들로 하여금 ‘무엇을 잘 안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은 선전선동이란 주술(呪術)이다. 새누리당도 그런 대중의 비위를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다고 달리 무슨 뾰족한 수나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도리 없이 휩쓸려 갈 뿐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이 과연 어찌 될지 관심거리다.

<류근일 언론인/전조선일보 주필/뉴스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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