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에서 동틀 때까지 걸으며 생명을 얘기하다.
- 2012년 생명사랑 밤길걷기

‘한국생명의 전화’에서는 밤길걷기 행사를 펼친다. 올해 7번째 치루는 행사가 되는데 ‘해질녘에서 동틀 때까지’라는 타이틀로 9월 7일 18시 30분에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거행된다. 이 행사는 9년 전 한강시민공원에서 생명사랑마라톤으로 처음 시작했다. 그 후 2006년부터는 걷기대회로 바꿔 열고 있는데 참가자는 5km, 10km, 34km 중 1개 코스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하여 걸을 수 있다.
이날은 생명사랑걷기에 참가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타이틀에서 내걸은 대로 주 행사는 해질녘쯤에서 시작하여 동틀 때가지 함께 밤길을 걸으며 생명사랑 정신을 전파하는 대회이다.
-생명사랑 밤길걷기행사에 담긴 뜻
이 대회가 밤에 시작하여 밤길을 걷는 이유는, 밤길 걷기 행사 자체가 ‘어둠속에서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지금 함께 밤길을 동행해주고 있는 사람들이 나의 이웃이고 친구라는 뜻을 함의하고 있다. 한마디로 ‘보라! 어둠 속을 누군가와 함께 걷다보니 어느새 동트는 새벽이 오지 않았는가.’라는 콘셉트다. 행사는 말과 같이 저녁에 시작하여 이튿날 새벽 6시 30분에 끝난다.
34km를 함께 걷는 과정 자체가 자살 예방을 위한 퍼포먼스이고 다함께 움직이는 공연이나 마찬가지다. 참가자 증에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족 중에는 지살유가족도 있을 것이다. 고독해서 절망으로 몸부림치는 사람,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 동료로부터 배신을 당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다. 또한 사기를 당한 사람, 파경에 처한 사람, 병으로 신음하는 사람 등 천태만상의 군상들이 모인 자리다. 그러나 제 아무리 캄캄한 밤길이라 해도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는 소통단절과 대화 부족에서 자살이 많이 발생한다. 누군가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줄 때 자살은 예방되고 줄어든다. 생명의 전화가 처음 시작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960년대 초반 호주 시드니 알렌워커 목사는 다음 날의 설교를 준비하고 있던 중 자정 무렵에 로이 브라운이라는 젊은이한테서 전화를 받게 된다. 38살의 그 청년은 절망에 빠져있었고 암담하기만 한 자신의 앞날이 걱정된 나머지 교회로 전화를 했던 것이다.
='생명의 전화가 생긴 유래‘
알렌워커 목사는 이 청년을 맞아 30분간 긴 대화를 나눴고 이튿날 교회에서 만날 것을 권 했다. 교회에 나오면 삶에 의욕을 갖도록 설득할 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이브라운은 끝내 킹스가의 가스가 가득찬 방에서 죽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2시에 또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한 부인의 울음 섞인 전화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충격을 받고 결심을 하게 된다.
거대한 도시 속에서 고독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구나.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야겠다. 한 대의 전화장비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다. 알렌워커 목사의 ‘생명의 전화’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호주에서 시작한 ‘생명의 전화’는 이후 전 세계로 퍼진다. 한국은 이영민목사의 사회봉사에 대한 열정과 집념에 의해 알려졌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 1976년 9월에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도움은 전화처럼 가까운 곳에’라는 표어를 내걸고 시작되어 오늘날의 ‘한국생명의전화’의 모체가 되었다.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전화상담기관의 효시가 되는 사건이었다.
현재는 전국의 19개 센터에서 6천 여 명의 상담원이 1일 24시간 5교대로 1년 365일 전화 상담에 응하고 있다. 상담원은 1달에 3시간 반씩 2번의 봉사의무를 진다. 단 야간 상담자는 1달에 한 번,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6시까지 의무 시간을 채우면 된다.
-행사내용과 규모와 현황
다시 2012년 생명사랑밤길걷기 이야기다. 생명사랑밤길걷기는 시작 전 행사도 푸짐하게 준비돼 있다. 서울광장에는 갖가지 형태의 부스가 설치될 예정이다. 그 중 ‘생명사랑 지식관’에서는 자살현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자가진단도 할 수 있다. 원하면 즉석 상담도 해준다.
또한 ‘생명사랑 체험관’에서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그리고 ‘생명사랑 실천관’에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서로 나누고 생명사랑서약을 하며 온라인 활동 캠페인 등의 현황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생명사랑 메시지 팔찌도 마련돼 있다. 걷는 중간 중간에 공연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참가인원은 전국적으로 약 3만 명을 예상하고 있다. 서울 약 13.000명과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전주 수원까지 해서 7개 도시에서 밤길걷기 행사가 열린다. 참가자는 구간에 따라서 후원금을 내는데 5km와 10km의 경우 청소년 1만원에서부터 성인은 15000원이고 34km는 2만원이다. 이 후원금은 자살방지를 위한 위기개입 상담 사업에 쓰인다.
내친김에 한국생명의 전화 후원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본다. 후원형태에 따라서 5가지 후원의 형태가 있다. 월 3만원씩 내는 일반후원에서부터 무의탁 노인이나 결식아동과 1:1 결연을 맺어 후원하는 후원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물품을 후원하는 후원도 있다. 여기에 좋은 나눔에 뜻을 둔 기업후원을 빼 놓을 수 없다.
-따뜻한 관심으로 자살을 막을 수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그의 <자살론>에서 ‘자살은 그 자체가 하나의 단위로 독자적인 사회적인 특성을 갖고 있으며 자살은 사회집단의 통합과 유대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즉 ‘자살의 경향은 사회통합이라는 사회적 요인에 의해 설명할 수박에 없고 개인 혹은 가족 간에 친밀도가 높은 경우는 자살률이 현저히 낮아진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증에서도 현재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특히 청소년과 20~30대 청년들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하루 42명, 34분 만에 1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할 사람은 없다. ‘생명사랑 밤길걷기’가 때맞춰 열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밤길을 걸으며 함께 마음을 모아 하루 42명이 목숨을 끊고 있다는 현실을 자각하고 소중한 이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힘쓰기 위해서다.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희망이 솟구친다.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오면 빛이 기다리고 있다.
‘밤길걷기’ 참가신청을 한 사람들은 대회 이전에 지정된 봉사활동을 수행하면 최대 6시간의 봉사시간도 받을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생명사랑 밤길걷기’를 권해야할 이유는 많다. 모두에게 유익한 ‘생명사랑 밤길걷기’가 9월 7일로 다가왔다.<박정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