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 개헌 필요성 한목소리
- 박근혜-손학규, ‘4년 중임제’ 선호하지만 ‘시기상조론’

[시민일보]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권주자들이 22일 일제히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
민투통합당에서는 문재인 김두관 후보를 비롯 정세균 후보까지 한목소리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새누리당에서는 김태호 후보와 임태희 후보가 개헌론을 꺼내 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분권형 개헌’과 ‘4년 중임제’ 등을 선호하고 있지만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각기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민주당 유력주자인 문재인 후보는 이날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개헌론에 대해 “현행 헌법이 1987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손볼 부분이 많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뿐만 아니라 내각책임제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5년 단임제보다는 4년 중임제가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너무 강한 권한이 집중돼 있다”며 “그 때문에 권위주의적 행태, 제왕적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가 끊임없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정권교체시기에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두관 후보도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은 무역 1조 달러를 넘어서고 '20-50 클럽(일인당 연소득 2만 달러에 인구 5000만 명을 갖춘 국가)'에도 가입했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대한민국호'라는 큰 배를 맡길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현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고 있으며, 임기 3년이 지나면 레임덕으로 국정이 마비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면서 "5년 단임제는 이미 수명을 다 했다. 새로운 권력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중앙정부에는 국방과 외교, 사법을 맡기고 나머지는 지방에 넘겨주는 과감한 분권형 국정운영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고 국내 정치는 내각이 책임지는 등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새누리당 내 이재오 의원의 지원집정부제 개헌론과 사실상 맥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또 그는 "87헌법 제정 이후 25년 흘렀다. 새 시대에는 새 옷을 입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와 학계로 구성된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전 분야에 대한 개헌을 논의한 뒤 1년 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특정 후보가 제시한 안을 도입하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후보 역시 현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에 대한 입장을 묻자 "현재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 전직 대통령들의 임기 후 처한 상황을 고려해 보더라도 권한을 축소하는 게 낫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대선 이후로 논의를 미루지 말고 19대 국회에 당장 개헌특위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예비후보들도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를 수렴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5년 단임제인 현행 권력구조를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론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1987년 체제의 산물인 5년 단임제는 장기집권을 막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졌으나 생명을 다했다”며 “5년 단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 대안으로 결선투표제와 동시에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후보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6년 단임제'를 도입하는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이 경우 대통령 재임중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총선거가 각각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특히 "대통령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며 "가령 세종시로 이전하는 부처를 국무총리가 실질적으로 지휘하도록 하고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외적 문제 등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손학규 민주당 후보는 개헌론에 대해 원칙적으로 4년 중임제를 선호하지만, 대선기간에 개헌론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앞서 박 후보는 야당(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7월 17일 “국가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정치,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어 4년 중임제가 낫다”면서 “개헌을 한다면 4년 중임제로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헌 논의시기에 대해 `박근혜 경선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가을 추수해야 할 때 모내기를 하자고 할 수 있겠느냐"며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학규 후보도 지난 2010년 10월 관훈토론회에서 “대통령 단임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양성 평등, 환경보호, 인권 신장 등 새로운 시대적 흐름까지 담기 위해 개헌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5년 단임의 권력구조는 87년 민주화 과정의 산물인 만큼 (시대가 바뀐 지금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손 고문측도 “현 시점에서의 개헌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시민일보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